덴마크 제약사 노보 노디스크의 비만 치료제 위고비가 국내 출시를 앞두고 있다. 노보 노디스크와 일라이릴리 같은 글로벌 제약사를 중심으로 미국과 유럽을 휩쓸었던 비만 치료제 열풍이 국내에도 불 것으로 보인다. 국내 제약사들도 앞으로 비만 치료제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보고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동아에스티(170900)의 미국 자회사 뉴로보 파마슈티컬스(NeuroBo Pharmaceuticals)는 비만 치료제 후보 물질 ‘DA-1726′의 임상 1상 단일용량상승시험(SAD) 환자 등록을 완료했다고 14일 밝혔다. 뉴로보는 지난 1월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글로벌 임상 1상 승인을 받았다. DA-1726 임상 1상은 SAD와 다중용량상승시험(MAD)으로 나뉘며, MAD는 지난 6월 첫 환자 투약을 시작했다.
DA-1726은 옥신토모듈린 유사체 계열의 비만 치료제로, 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GLP)-1 수용체와 글루카곤 수용체에 동시에 작용해 식욕 억제와 말초에서의 기초대사량 증가를 유도한다. GLP-1은 음식을 먹으면 위나 소장에서 분비되는 호르몬으로, 식욕을 줄이고 포만감을 느끼게 한다. 뉴로보 측은 전임상 시험 결과를 두고 위고비의 주성분인 GLP-1 유사체 세마글루타이드와 비교했을 때 같은 음식량을 섭취해도 체중 감량 효과가 더 컸다고 설명했다.
DA-1726은 2030년 FDA 신약 허가를 목표로 개발이 진행되고 있다. 다만 뉴로보는 임상 1상이 계획보다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만큼 비만 치료제 개발에 속도를 더욱 높일 전망이다. 김형헌 뉴로보 대표는 “DA-1726 글로벌 임상 1상이 순조롭게 진행돼 파트2(MAD) 임상 일정을 앞당겨 시작했다”며 “임상시험을 계획보다 빠르게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 세계 비만 치료제 시장은 현재 노보 노디스크와 일라이릴리가 지배하고 있다. 노보 노디스크는 올해 상반기에만 GLP-1 기반 당뇨 치료제 오젬픽 매출이 11조4400억원, 같은 성분인 비만 치료제 위고비 매출은 4조2400억원에 달했다. 일라이릴리는 당뇨병 치료제 마운자로를 올해 상반기에만 6조6000억원어치를 팔았다. 같은 성분으로 최근 출시한 비만 치료제 젭바운드는 같은 기간 2조340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국내외를 가리지 않고 비만 환자가 늘어나는 만큼 비만 치료제 가능성은 큰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비만 유병률은 전 세계적으로 1990년 이후 두 배 이상 늘어 2022년 기준 전 세계 성인의 43%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비만학회 조사 결과, 국내 35~39세 남성 53.4%는 비만이었다. 70~74세 여성이 비만일 확률도 44.6%에 달했다.
국내 제약사들은 위고비와 젭바운드가 이미 시장을 선점하고 있지만, 더 좋은 효과와 용법을 가진 치료제를 만들기 위해 고군분투 중이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비만 치료제 시장 자체가 굉장히 크기 때문에 기존 제품이 있다고 해서 개발을 포기해선 안 된다”며 “앞선 제품들보다 개선된 효과와 편리한 복용이라는 장점이 있는 신약을 개발하면 충분히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고 말했다.
국내 제약사 중에선 한미약품(128940)이 비만 치료제 개발에 앞서고 있다. 한미약품은 GLP-1 계열 비만 치료제 에페글레나타이드의 임상 3상을 진행하고 있다. 에페글레나타이드는 일주일에 한 번 투약하는 피하주사제형으로, 지난해 12월부터 임상시험 대상자 등록을 시작했다. 한미약품은 2026년 상반기 임상을 마치고, 2027년에는 상용화하겠다는 계획이다.
LG화학(051910)은 먹는 희귀비만증 치료제 ‘LB54640′를 개발했다. LB54640는 뇌 시상하부가 손상돼 식욕 제어가 어려운 희귀비만증 환자를 대상으로 개발됐다. 포만감 신호를 전달하는 MC4R(멜라노코르틴4 수용체) 단백질의 작용 경로를 표적으로 한다. LG화학은 지난 1월 1400억원 규모 기술이전 계약을 맺은 미국 리듬파마슈티컬즈와 임상 2상에 나섰다. LB54640은 2026년 미국 FDA 판매 허가 승인을 목표로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