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구 압구정로데오거리 일대의 한 일반의원. 피부 미용 관련 입간판이 줄지어 서있다. /허지윤 기자

올해 상반기 국내 피부 미용·의료 분야 K뷰티 기업들의 실적 성장세가 두드러졌다. 해외에서 국내 기업의 기술력이 인정받으면서 브랜드 인지도가 올라갔다. 해외에서 인허가 속도를 내며 진출 국가가 늘고 있는 데다, 미용 시술을 받는 외국인의 국내 유입이 다시 살아난 것도 실적 성장에 기여했다.

◇‘가성비’ 내세운 보툴리눔 톡신 3사 동반 성장

12일 업계에 따르면 대웅제약(069620), 휴젤(145020), 메디톡스(086900) 등 피부 미용 제품인 보툴리눔 톡신과 필러를 판매하는 3사의 2분기 실적이 모두 성장했다.

보툴리눔 톡신은 식중독을 일으키는 보툴리눔균(菌)에서 추출한 독성 단백질로 만든 의약품이다. 희석해 주사하면 주름을 펴거나 비대한 근육을 축소할 수 있다. 필러는 피부가 꺼진 부위에 히알루론산 같은 체내 성분과 유사한 물질을 주입해 주름을 개선하거나 입체감을 되살리는 제품으로 의료기기로 분류된다.

올해 상반기 보툴리눔 톡신 매출을 보면, 대웅제약은 903억원, 휴젤 853억원, 메디톡스 572억원 순이다. 내수와 수출을 합한 수치다. 대웅제약은 보툴리눔 톡신 제제 나보타(미국 제품명 주보)의 해외 실적이 두드러졌다. 나보타 매출에서 해외 수출 비중이 85%에 달한다. 미국과 영국·독일이탈리아·오스트리아·스페인·호주 등에서 판매 중인데, 나보타의 수출액은 2022년 1098억원, 2023년 1141억원으로 증가세다.

그래픽=손민균

대웅제약의 나보타 미국 판매는 현지 파트너사인 에볼루스가 맡고 있다. 회사 측은 “나보타는 미국 보툴리눔 톡신 중 3년 연속 가장 가파른 성장률을 기록한 제품”이라고 밝혔다. 회사에 따르면 올해 2분기 기준 나보타의 미국 보툴리눔 톡신 시장 점유율은 약 13%다.

휴젤의 실적 성장세도 두드러졌다. 올해 2분기 이 회사의 보툴리눔 톡신인 보툴렉스(수출명 레티보) 매출은 전년 같은 기간보다 17.6% 늘어 510억원, 필러 제품 더채움 매출은 전년 같은 기간보다 20% 늘어 365억원을 기록했다. 휴젤의 보툴리눔 톡신 수출액 추이를 보면 2023년 1분기 140억원에서 2023년 4분기 280억원까지 매분기 늘었고, 2024년에도 1분기 170억원, 2분기 300억원을 기록했다.

휴젤은 중국에 이어 미국 시장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휴젤의 보툴리눔 톡신 제품은 올해 미국에서 품목허가를 받아 7월 말 미국 시장 초도 물량 선적을 시작으로 캐나다를 포함한 북미 시장 확대를 노리고 있다. 이 회사는 미국 베네브와 파트너십을 맺고 본격적인 판매에 나섰다.

메디톡스도 올해 상반기 수출액은 74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2% 늘었다. 상반기 보툴리눔 톡신 제품 메디톡신의 수출액은 296억원 규모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21% 늘었다. 필러 뉴라미스 수출액은 341억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17% 늘었다.아시아 국가 수출 비중이 가장 크고 그 뒤로 북미, 유럽 순이다.

미국을 비롯한 글로벌 보툴리눔 톡신 시장은 애브비(앨러간), 입센, 멀츠 등 글로벌 기업들이 일찍이 선점했다. 후발 주자인 국산 보툴리눔 톡신 기업들은 외자사 제품보다는 저렴한 중저 가격으로 시장 확대에 승부를 걸고 있는데, 이 전략이 통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보툴리눔 톡신은 일회성이 아니라 주기적으로 시술하는 특성이 있어 소비자들이 가성비를 따진다는 것이다. 박종현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가성비를 선호하는 트렌드와 함께 국내 톡신 해외 매출이 큰 폭으로 성장하고 있다”며 “톡신 3사간 법적 이슈로 인한 비용이 줄고 있어 계속 우호적인 분위기를 유지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클래시스의 피부미용 의료기기 플랫폼 슈링크 유니버스와 볼뉴머. /회사 제공

◇K-뷰티 바람에 미용 의료기기도 날개

클래시스(214150), 파마리서치(214450) 등 미용·의료기기 기업들의 실적도 성장세다. 보툴리눔 톡신 기업들이 후발주자라면 이 미용·의료기기 기업들은 독자 기술로 국내 시장을 넘어 세계 시장으로 확장 중이다.

클래시스는 피부 윤곽을 개선해 주는 슈링크와 피부 탄력을 높이는 장비 볼뉴머 등을 보유한 국내 1위 고강도 집속초음파(HIFU) 미용기기 제조 회사다. 이 회사의 올해 상반기 매출액은 전년 같은 기간보다 28% 증가한 1091억원, 영업이익은 34% 늘어 577억원이다. 상반기 매출액, 영업이익 모두 역대 최대치다. 국내·해외에서 장비, 소모품, 홈케어 사업 전 부문의 실적이 고르게 늘었다. 특히 태국에서 가파른 성장세를 보였다. 태국 수출액은 2021년 16억원에서 2023년 100억원으로 2년만에 6배 이상 급증했고, 올해 상반기에 작년 연간 매출액을 넘어섰다.

파마리서치의 올해 상반기 매출액은 158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9.25% 늘었고, 영업이익은 574억 1100만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9. 41% 증가했다. 이 회사의 주요 제품은 피부 개선에 효능이 있는 의료기기인 리쥬란, 관절강 주사인 콘쥬란 등이다.

파마리서치에 따르면 리쥬란은 독자 기술인 유전자 최적화 기술로 추출한 연어의 DNA 조각인 폴리뉴클레오타이드를 피부 진피층에 직접 주사해 피부 재생 능력을 활성화하고 탄력, 수분, 주름 등을 개선하는 의료기기다. 소셜미디어와 유튜브 등을 통해 입소문을 탔다. 회사에 따르면 한국 여행을 온 일본인 관광객들의 리쥬란 시술 증가와 태국을 비롯한 신규 국가의 수출액 증가가 2분기 실적 성장을 이끌었다. 현재 중국, 일본 태국 등에 수출 중이며 지난해 하반기에 호주, 칠레 시장에 신규 진출했다. 현재 남미 국가와 대만 신규 진출을 노리고 있다.

그래픽=손민균

업계 관계자는 “최근 국내 미용·의료 분야 기업의 내수와 수출 실적이 동반 성장한 데는 계절적 영향도 있으나 코로나19 엔데믹(풍토병화) 전환 이후 외국인 시술 환자 유입이 증가한 영향이 한몫하고 있다”고 밝혔다. 혁신적인 기술을 접목한 K뷰티 시술과 화장품 등을 경험한 외국인들이 늘면서 제품과 브랜드 인지도가 높아졌다는 것이다. 여기에 기업들이 글로벌 시장 인허가 속도를 내고 현지 마케팅을 공격적으로 펼치면서 수출 실적도 확대되는 선순환을 보이고 있다.

다만, 세계 미용 의료 시장에 진출하는 업체들이 많아지면서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미용 의료 시장에 다양한 기술을 접목한 기업과 제품들이 다양화되면서 경쟁 강도도 높아지고 있다”며 “중장기적으로 꾸준히 실적 성장을 이어가려면 신 시장 개척과 제품 차별화를 통해 기업에 대한 인지도와 신뢰도를 높여가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