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재유행하면서 주요 편의점의 자가진단키트 매출이 급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뉴스1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포함해 여러 감염병들이 확산하는 가운데 정부가 백신 주권을 지킬 국내 제약사를 찾으러 나섰다. 정부는 코로나19를 극복한 메신저리보핵산(mRNA) 방식의 백신으로 다음 팬데믹(감염병 대유행)에 대응하기로 결정하고, 국내에서 독자 개발할 수 있는 제약사를 선별해 전체 임상시험 과정을 지원할 예정이다.

9일 의료계에 따르면 질병관리청은 다음 달 mRNA 백신 지원사업을 같이 진행할 제약사를 선정하기 위해 공고를 낸다. 이 사업은 2027년까지 mRNA 백신을 개발한다는 목표로, 이달 말쯤 확정되는 예산안에 따라 백신 개발을 동물·세포실험 등 비임상시험부터 환자 대상 임상 3상 시험까지 전 과정을 지원한다.

질병청이 후보로 꼽은 국내 제약사는 GC녹십자(006280)삼양홀딩스(000070), SK바이오사이언스(302440), 에스티팜(237690) 정도다. 기업마다 mRNA 백신 개발 상황이 다른 만큼, 질병청은 각 사의 장단점을 파악해 3~4곳 정도를 지원 대상으로 선정할 계획이다.

mRNA 백신은 병원체의 항원(단백질)을 만드는 설계도인 mRNA를 사람 세포에 전달한다. 그러면 몸속에서 항원이 만들어지고 그에 대항하는 항체가 생긴다. mRNA 백신은 항원 정보에 맞는 mRNA를 합성하는 기술과, 이를 감싸는 보호제인 지질나노입자(LNP)가 핵심 기술이다.

GC녹십자는 지난해 3월 캐나다의 아퀴타스 테라퓨틱스로부타 mRNA 전달용 LNP 기술을 도입했다. LNP는 아퀴타스와 모더나, 아뷰튜스 같은 글로벌 제약사들이 특허를 보유해 활용이 제한적이다. 현재는 인플루엔자(독감) 바이러스 4가지를 예방할 4가 mRNA 백신 후보 물질 GC4002B에 대한 비임상시험을 하고 있다. 지영미 질병청장은 지난 6일 전남 화순군에 있는 GC녹십자 백신 공장을 방문했는데, 이 공장은 mRNA 물질과 관련해 위탁개발생산(CDMO)이 가능하다.

삼양홀딩스는 자체 개발한 약물전달시스템인 센스(SENS)를 개발했다. 해외에서 기술을 도입하기보다는 독자적인 기술을 개발하기로 선택한 것이다. 센스는 mRNA와 간섭RNA(siRNA) 같은 핵산 치료제를 전달하는 역할을 한다. 지난 4월에는 LG화학(051910)과 비독점적 기술이전 계약을 맺고 암 백신·치료제에 대한 공동연구를 진행 중이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전염병예방혁신연합(CEPI), 빌앤드멀린다게이츠재단과 mRNA 백신을 연구개발하고 있다. 앞서 바이러스의 단백질을 투여하는 합성항원 방식의 코로나19 백신 스카이코비원을 개발한 경험이 있다. 미국 노바백스의 합성항원 코로나19 백신도 위탁생산했다. 동아쏘시오홀딩스(000640) 계열사인 에스티팜은 RNA 관련 CDMO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르면 이달 중으로 코로나19 mRNA 백신 후보 물질인 STP2104 임상 1상 시험 결과 발표를 앞두고 있다.

최근 다시 코로나19가 빠르게 확산하면서 mRNA 백신 기술에 대한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코로나19 입원환자 수는 8월 첫째 주 기준 861명으로, 7월 첫째 주(91명)보다 9.5배 늘었다. 질병청은 팬데믹 사태가 언제든 발생할 수 있는 만큼, 최대 200일 안으로 백신과 치료제를 마련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출 계획이다.

mRNA 백신은 백신 주권을 확보하면서 정부 지출을 크게 줄일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정부는 2020~2023년 코로나19 해외 제약사에서 백신을 구매하는 비용으로 7조 6000억원을 지출했다. 일본은 9300억원 정도의 예산을 투입해 mRNA 백신 개발해 성공했고, 정부가 자체 개발한 백신을 구매해 사용하고 있다.

질병청 관계자는 "국내 제약사를 대상으로 비임상부터 임상 3상까지 지원해 백신 주권 확보하려는 차원"이라며 "허가뿐 아니라 허가 이후 공급과 접종 역량을 파악하기 위해 국내 제약사를 살펴보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