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업체가 당뇨병 환자의 실명 가능성을 혈액으로 간단하게 조기 진단할 수 있는 의료기기를 개발해 국내외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국내 허가를 받은 데 이어 당뇨병 환자가 많은 동남아시아에서도 허가를 받고 진출할 길이 열렸다. 최근 전 세계적으로 열풍이 불고 있는 비만 치료제의 부작용을 잡아내는 데에도 활용될 것으로 기대된다.
바이오 기업 레티마크는 "당뇨망막병증을 조기에 진단하는 의료기기 'iDMas-DR'를 개발했다"고 7일 밝혔다. iDMas-DR는 혈액에 있는 단백질과 유전체 정보를 인공지능(AI)으로 분석해 당뇨망막병증을 진단하는 소프트웨어다. 지난 5월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허가를 받은 데 이어, 곧 베트남과 싱가포르에서도 허가를 받을 예정이라고 했다.
당뇨망막병증은 당뇨병 환자의 망막이 고혈당에 오래 노출되면서 손상되는 질환이다. 심하면 실명까지 이른다. 노화나 서구화된 식습관, 운동 부족으로 일어나는데, 한번 발병하면 시력이 정상으로 돌아오기 어렵다. 레티마크는 이철주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책임연구원과 우세준 분당서울대병원 안과 교수의 관련 연구를 기반으로 2016년 설립됐다.
우세준 교수 연구진이 당뇨병 환자 700명을 대상으로 임상시험을 진행한 결과, 레티마크가 개발한 바이오마커(생체지표)의 환자 진단 정확도는 85.8%에 달했다. 양성 환자 진단 정확도(민감도)는 94.0%, 음성 예측도(특이도)는 79.9%였다. 연구진은 "내과에서 만성 당뇨병 환자가 안과 검진이 필요한지 알려주는 진료 보조 도구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레티마크의 바이오마커는 노화로 인한 황반변성 진단도 가능하다. 황반변성은 망막에서 시신경이 밀집한 황반이 노화로 손상되는 질환으로 심하면 실명으로 이어진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황반변성과 당뇨망막병증 환자 수는 2022년 기준 80만 3959명으로, 5년 전인 2018년(66만 1548명)보다 21.5% 늘었다. 10년 전인 2013년(41만 7562명)보다는 두 배 가까이 많아졌다.
iDMas-DR는 번거로운 망막질환의 진단을 단순화해준다는 장점이 있다. 당뇨망막병증은 안저검사와 형광안저혈관조영, 빛간섭단층촬영 같은 방법으로 진단할 수 있다. 하지만 검사 장비가 비싸고, 환자가 안과를 잘 찾지 않아 조기 진단이 어렵다는 문제가 있다. 레티마크가 개발한 의료기기는 혈액과 유전체 정보로 분석하기 때문에 간편하게 망막질환을 찾아낼 수 있다.
레티마크는 동남아시아를 중심으로 해외 판로를 개척할 계획이다. 국제당뇨연맹에 따르면 동남아시아는 2021년 기준 당뇨 유병률이 6~19%에 달할 정도로 높다. 레티마크는 이달 중으로 베트남에서 의료기기 허가를 받을 예정이다. 베트남 당뇨 환자의 39.5%가 안과 합병증을 갖고 있다.
iDMas-DR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급여 검토가 끝나는 대로 국내 출시될 예정이다. 김종원 레티마크 대표는 "국내 허가는 마쳤고, 패스트트랙으로 베트남과 싱가포르에서도 의료기기 등록이 빠르게 이뤄질 것으로 본다"며 "동남아시아를 중심으로 해외 사업을 성장시킬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레티마크는 자사 바이오마커가 비만 치료제로 주목받는 '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GLP)-1′ 유사체의 부작용도 잡아낼 수도 있다고 밝혔다. 지난해 미국 망막전문가협회 연례회의에서 GLP-1 계열 치료제 투여가 당뇨망막병증 위험을 높일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레티마크는 미국이나 유럽 같은 선진국에서 비만 치료제의 부작용을 빠르게 확인하는 서비스를 계획하고 있다고 밝혔다.
참고 자료
Clinical and Translational Medicine(2023), DOI: https://doi.org/10.1002/ctm2.1307
Survey of Ophthalmology(2023), DOI: https://doi.org/10.1016/j.survophthal.2023.07.0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