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약품(128940)그룹 창업자 일가의 장녀인 임주현 한미사이언스(008930) 부회장은 26일 소액주주들과 만나 “송영숙 회장과 내가 부담해야 하는 상속세는 모두 해결됐다”고 밝혔다.
한미사이언스는 한미약품그룹의 지주사다. 임주현 부회장은 이날 오후 경기도 화성 한미약품연구센터에서 한미사이언스 소액주주연대와 간담회를 가졌다.
한미사이언스 지분 총 2.2%를 보유한 소액주주연대는 최근 한미약품그룹 창업자인 고(故) 임성기 한미약품 회장의 아들딸인 임종윤·주현·종훈 세 남매에게 주가 부양책 등을 함께 논의하자는 내용증명을 보냈다.
이날 임주현 부회장은 “지금은 해외 매각을 원치 않는다”며 “상속세 재원이 어느 정도 마련됐기 때문에 해외 매각은 시급한 상황이 아니다”고 밝혔다. 7월 초 송영숙 회장과 임주현 부회장은 주식 444만4187주(지분 6.5%)를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에 1644억원에 매도하고 공동 의결권을 행사하는 주식 매매계약·의결권 공동 행사 약정 계약을 체결했다.
그는 “일부 언론에 나온 것처럼 (그룹의 경영권을) 해외에 매각한다거나 회사가 넘어간다는 이야기는 사실이 아니다”고 말했다. 다만 향후 가능성은 열어뒀다. 임 부회장은 “해외 매각에 대해서는 무조건 부정적이라고 말씀드리고 싶진 않다”면서도 “주주분들도 잘 알겠지만, 불리한 시점에 매각을 논의하는 게 맞나 싶다”고 반문했다.
또 임 부회장은 “전문경영인 체제로 가야 지금 그룹이 가고자 하는 방향과 지금까지 지켜온 가치가 훼손되지 않고 빠르게 안정을 찾을 것으로 생각한다”며 “신동국 회장과 송영숙 회장 모두 이 점을 가장 중요시하고 있다”고 했다.
한미약품그룹 창업자의 자녀들이 코리그룹을 통해 북경한미그룹과 부당 내부거래를 해 이익을 취득한 것 아니냐는 의혹에 대해서도 해명했다. 비상장사인 코리그룹은 장남 임종윤 한미사이언스 사내이사가 지난 2009년 홍콩에 설립한 회사다. 임 이사가 회장을 맡고 있다. 코리그룹은 계열사 17개를 두고 있다. 그중 하나가 오브맘홍콩이다.
오브맘홍콩이 100% 소유한 북경룬메이캉(北京潤美康)은 중국에서 북경한미 생산 의약품을 매입한뒤 수수료를 붙여 판매해온 유통사다. 룬메이캉 매출 대부분 북경한미와의 거래에서 나온 것이라는 점을 들어 시장에서 일감몰아주기 논란이 제기됐다. 임 이사가 개인회사인 오브맘홍콩을 통해 북경한미의 수익을 확보했다는 것이다. 임종윤(26.56%), 임주현(19.92%), 임종훈(19.92%) 순으로 오브맘홍콩 지분을 갖고 있다.
임 부회장은 먼저 “의도치 않게 언짢은 소식을 전해드려 죄송하다”며 고개를 숙였다. 그는 “저와 동생(임종훈 한미사이언스 대표)은 오빠(임종윤 이사)가 공들여 준비한 코리그룹에 대해 정확히 알지 못한 채 동참한 부분이 있다”며 “오브맘홍콩에 제 이름이 올라간 부분에 대해 사의를 표명했고, 지분 정리를 요청해 놓은 상황”이라고 밝혔다.
개인 최대 주주인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과 소액주주연대는 지난 3월 한미사이언스 정기주주총회에서 임종윤, 임종훈 형제의 편에 섰다. 하지만 소액주주들은 이후 주가가 하락하고 구체적인 주주 환원책도 발표하지 않았다며 불만을 표출했다. 이날 임 부회장은 “주주환원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검토해 왔다”라며 “신뢰를 회복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답했다.
이준용 한미사이언스 소액주주연대 대표는 “임종윤·종훈 형제 측도 대화하자고 했지만 가장 빨리 일정을 잡은 임주현 부회장과 먼저 대화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