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 국적의 글로벌 제약사인 로슈가 시장 예상치를 뛰어넘는 실적을 발표했다. 주력 제품들의 특허기간이 끝나면서 매출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는데, 대체 신약들이 기대 이상의 실적을 보인 결과이다.
25일(현지 시각) 로슈홀딩스는 올해 상반기 매출액은 298억 5000만 스위스프랑(약 46조 9200억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5% 증가했다고 밝혔다. 상반기 핵심 영업이익은 전년 같은 기간보다 11% 늘어 112억 9300만 스위스프랑(약 17조 7500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환율 변동 영향을 제외해 실적을 비교 평가하는 방식인 CER 기준 실적이다.
로슈그룹은 지난 2021년까지만 해도 감염 합병증 치료제와 진단기기로 코로나19 대유행의 혜택을 받았다가 2022년부터 매출이 급감했다. 지난해 상반기 매출도 전년 대비 2% 줄었다. 로슈는 이번 실적에 대해 “더 이상 코로나19에 따른 그룹의 매출 감소 타격이 없다는 의미”라고 했다.
특히 핵심 제품인 류마티스 관절염 치료제 ‘악템라’와 황반변성 치료제 ‘루센티스’의 미국·유럽 특허 만료에 따른 매출 감소 충격을 거뜬히 상쇄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올해 로슈의 실적 증가를 견인한 의약품은 안과용 항체 치료제 ‘바비스모’다. 상반기 매출은 1년 만에 약 2배 늘어 17억 9400만 스위스프랑(약 2조 8199억원)에 달했다. 이 치료제는 지난 2022년 미국과 유럽에서 출시가 승인됐고 2023년 한국 품목 허가 승인을 받았다. 회사 성장을 이끌 새로운 블록버스터급 신약으로 자리매김한 것이다.
바비스모는 안과 질환 최초의 이중특이항체(Bispecific antibody) 신약이다. 두 가지 주요 발병 경로를 동시에 조절한다는 얘기다. 기존 치료제와 비교해 절반의 투여 횟수로 환자의 시력을 유지·개선하는 장점이 있다.
이번 실적 발표 이후 시장이 로슈의 올해 실적 전망을 상향 조정하면서 배당 확대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비만 치료 신약에 대한 기대감도 한 몫했다.
로슈는 덴마크 제약사 노보 노디스크와 미국 제약사 일라이 릴리가 주도하고 있는 비만 치료 신약 시장에도 뛰어들었다. 로슈는 카못 테라퓨틱스로부터 인수한 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GLP)-1와 위 억제 펩타이드(GIP) 수용체에 이중 작용하는 비만 치료 후보물질을 개발 중이다.
GLP-1 호르몬은 식후 췌장에서 혈당 조절 호르몬인 인슐린이 분비되도록 돕고, 위장 운동을 억제해 포만감을 오랫동안 유지하며, 포만 중추를 자극해 식욕을 떨어뜨린다. GIP는 지방세포를 분해하고 메스꺼움을 줄여준다. GIP 단독으로는 체중 감량 효과가 적지만, GLP-1과 같이 작용하면 시너지 효과가 난다.
토마스 샤네커 로슈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CNBC에 출연해 “심혈관 질환과 비만이 가장 큰 미충족 수요일 것으로 보인다”며 추가적인 기업 인수합병(M&A)을 추진하겠다는 뜻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