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일라이 릴리의 주사형 비만 치료제 ‘젭바운드(성분명 티르제파타이드)’가 중국에서 승인됐다. 이에 따라 릴리가 젭바운드로 아시아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중국 내 구체적인 출시 일정은 공개하지 않았다.
일라이 릴리는 중국 국가약품감독관리국(NMPA)이 체질량지수(BMI)가 28 이상이거나, 24 이상이면서 고혈압·이상지질혈증 등 대사질환이 있는 환자를 대상으로 체중 감량용으로 젭바운드를 승인했다고 19일(현지 시각) 밝혔다. BMI는 자신의 몸무게(㎏)를 키의 제곱(㎡)으로 나눈 값이다.
티르제파타이드는 일라이 릴리가 개발한 당뇨병 치료제 ‘마운자로’와 비만 치료제 젭바운드의 주성분이다. 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GLP)-1과 위 억제 펩타이드(GIP)를 동시에 겨냥한다. GLP-1은 인슐린 분비를 자극해 식욕을 줄이고 포만감을 높인다. GIP는 지방세포를 분해하고 메스꺼움을 줄여준다. GIP 단독으로는 체중 감량 효과가 적지만, GLP-1과 같이 작용하면 시너지 효과가 난다.
앞서 일라이 릴리는 중국에서 티르제파타이드의 임상 3상 시험을 진행했다. 환자들에게 52주 동안 티르제파타이드를 투여한 뒤 체중이 5% 이상 감량하는 비율을 분석했다. 그 결과 티르제파타이드 10㎎을 투여한 비만 환자의 87.7%, 티르제파타이드 15㎎을 투여한 환자 85.8%에서 체중이 5% 이상 줄었다. 반면 가짜약을 투여한 환자는 그 비율이 29.3%에 그쳤다.
임상시험을 진행한 리 샤오잉(Li Xiaoying) 푸단대 부속 중산병원 수석연구원은 “중국 성인을 대상으로 상당한 체중 감량 효과가 나타났다”며 “비만, 과체중 환자가 이 혁신적인 약물의 혜택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중국은 세계에서 과체중·비만 인구가 가장 많아 비만약을 개발하는 글로벌 제약사 간의 치열한 경쟁이 벌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6월 덴마크 노보 노디스크가 내놓은 GLP-1 계열 비만 치료제 ‘위고비’도 중국에서 승인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