덴마크 노보 노디스크의 위고비와 미국 일라이 릴리의 젭바운드 같은 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GLP)-1 유사체 비만약이 선풍적인 인기를 끌면서 글로벌 제약사들이 너도나도 비만약 개발에 뛰어들고 있다. 스위스 노바티스도 뒤늦게 합류했다. 대신 같은 GLP-1 계열이 아니라 유전자 기능을 조절하는 새로운 방식으로 참전했다.
노바티스의 바스 나라시만 최고경영자(CEO)는 18일(현지 시각) 2분기 실적 발표 컨퍼런스콜에서 “GLP-1이나 GIP(위 억제 펩타이드)를 활용한 비만 치료제 개발에 뒤늦게 뛰어드는 것은 신중하지 않은 접근 방식”이라고 말했다.
그는 “GLP-1 유사체로 새로운 의약품을 개발해 낸다고 해도 비만약 시장에 진입해서 성공하기 어렵다”며 “어느 정도 차별점이 있는 약을 개발해서 오는 2030년 말에 출시한다고 해도 리베이트(약값 할인)가 만연해 시장에서 상당한 장벽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렇다고 해서 노바티스가 비만 치료제에 관심이 없는 게 아니다. 나라시만 CEO는 비만 치료제 연구개발(R&D) 현황에 대해 “생물학적 제제나 짧은간섭리보핵산(siRNA)을 활용한 작용제를 연구하고 있다”며 “(이렇게 개발한 약들은) 내약성도 있고, 투여도 편하고, 근육을 보존할 수 있는 능력을 제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노바티스는 작년까지만 해도 뇌간에 작용하는 호르몬인 GDF-15를 활용한 비만 치료제를 개발해 왔으나, 임상 2상 시험에서 약효가 뚜렷하지 않아 포기했다. GLP-1이나 GDF-15를 활용한 비만약이 우리 몸에서 나오는 호르몬과 비슷하게 합성한 펩타이드를 주입해 식욕을 억제해 체중을 줄인다면, 노바티스는 유전자 기능을 조절하는 siRNA로 비슷한 효과를 내는 것을 기대하고 있다.
노바티스의 고지혈증 치료제 신약 렉비오(성분명 인클리시린)가 대표적인 siRNA 약물이다. 렉비오는 혈액의 콜레스테롤을 제거하지 못하게 막는 단백질(PCSK9)을 차단해 고지혈증을 치료한다. 회사에 따르면 대표적인 고지혈증 치료제인 스타틴으로도 치료가 되지 않는 환자가 렉비오를 1년에 두 번만 맞으면 수치를 조절할 수 있다. 렉비오는 최근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허가를 받았다.
렉비오가 한 번 투약으로 6개월가량 약효를 낼 수 있는 것은 siRNA 약물이기 때문이다. siRNA는 질병 유발 단백질을 만드는 mRNA(메신저리보핵산)를 제거해서 병의 원인을 차단한다. 한 번 투여하면 몸에 6개월에서 1년가량 머물며 DNA 정보를 복사한 mRNA를 반복적으로 제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