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중국의 정치군사 갈등이 제약바이오산업으로 번지고 있다./wildpixel/Getty Images

중국 바이오 기업을 견제하며 추진한 ‘바이오보안법(BioSecureAct, 생물보안법)’이 미 의회에서 발의된 이후, 미국 기업들의 중국 위탁개발생산(CDMO) 기업과 협력에 대한 신뢰도가 반토막이 났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세계 10대 전략 컨설팅 그룹인 LEK컨설팅그룹이 2일(현지 시각) 미국 제약·바이오 기업 73곳을 대상으로 ‘바이오보안법’이 미치는 영향과 관련해 설문 조사한 결과를 발표했다.

바이오보안법은 미국 정부 지원금을 받는 기업이 적대적 외국 바이오 기업의 장비와 서비스를 구매하지 못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사실상 중국을 겨냥한 법안으로, 세계 3위 CDMO 기업인 중국 우시바이오로직스와 모회사인 임상시험수탁(CRO) 기업 우시앱텍을 지목하고 있다.

미국 뉴저지에 있는 중국 우시바이오로직스의 의약품 제조시설 전경. /우시바이오로직스 홈페이지

이번 설문조사 결과, 미국 제약·바이오 기업들 사이에서 중국 기업과의 협력에 대한 신뢰도는 최대 50%까지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부문별로 보면, 중국 CDMO 기업과 협력하는 데 대한 미국 기업의 신뢰도는 49%까지 하락했다. 중국 CRO 기업에 대한 신뢰도는 32% 줄었고, 중국 약물 개발 파트너들에 대한 신뢰도는 36% 줄었다.

LEK 조사에 참여한 미국 기업 73곳 가운데 26%는 중국 파트너와의 협력 관계 종료를 검토하고 있다고 답했다. 다만, 실제 중국 파트너사와 계약 종료를 진행 중인 곳은 2%에 불과했다. 조사 참여 기업의 68%는 중국 외 다른 국가와의 파트너십을 다각화하고 기존 파트너에 대한 배경 조사를 추가하는 등 조치를 취하고 있다고 답했다. 또 16%는 새로운 프로젝트에 중국 파트너를 고려하지 않을 것이라고 답했다.

바이오보안법은 지난 4월 상·하원 상임위를 통과하면서 급물살을 탔으나, 지난 12일 미 하원의 국가수권법(NDAA) 수정안에서 빠지면서 제동이 걸린 상황이다. 이번 설문조사는 바이오보안법이 NDAA에서 빠지기 전인 5월 말부터 6월 초까지 실시됐다.

바이오보안법이 완전히 무산된 것은 아니다. 이 법안은 상하원 심의를 거친 법안이기 때문에, 더 큰 입법 패키지를 만들어 통과시킬 수도 있다. 연말까지 시간이 6개월 남았으니, 국방수권법 수정안을 추가로 입법할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바이오보안법을 발의한 공화당 브래드 웬스트럽 의원은 정치 전문 인터넷 매체인악시오스에 “(법을 통과시킬) 다른 경로를 찾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