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바이오에피스 전경

삼성바이오에피스가 황반변성 치료제 ‘아일리아’ 특허를 보유한 미국 제약기업 리제네론과의 소송에서 사실상 졌다. 이로 인해 삼성바이오에피스의 아일리아 복제약(바이오시밀러)인 ‘오퓨비즈(성분명 애플리버셉트)’의 미국 출시에 빨간불이 켜졌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 웨스트버지니아 북부지방법원 토마스 클리 판사는 지난 15일(현지 시각) 리제네론이 삼성바이오에피스를 상대로 제기한 가처분 신청을 인용했다. 법원은 삼성바이오에피스에 오퓨비즈 미국 출시에 대한 ‘예비 금지 명령’을 내렸다.

지난해 미국 제약사 리제네론은 삼성바이오에피스가 아일리아 특허 37개를 침해했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리제네론은 이번 소송을 통해 아일리아의 특허권을 인정받고, 정당한 로열티를 받겠다는 입장이다.

황반변성은 안구 망막 중심부의 신경조직인 황반이 노화하면서 과도하게 혈관이 생기며 시력이 떨어지는 질환이다. 오리지널 의약품인 아일리아는 미국 리제네론과 독일 바이엘이 공동 개발한 황반변성 치료용 주사제로, 지난해 글로벌 매출 93억8000만달러(약 12조9481억원)를 거둔 블록버스터 의약품이다.

미국 법원의 가처분 신청 인용으로 인해 삼성바이오에피스의 오퓨비즈 출시 계획에 제동이 걸렸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올해 2월 국내 품목허가를 확득한 데 이어 5월 미국 제품명 오퓨비즈로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았다. 미국 시장은 아일리아 전체 매출의 약 60%를 차지한다.

리제네론이 바이오시밀러 제조사 간 특허 분쟁에서 유리해지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앞서 지난달 미국 법원은 인도계 제약사인 바이오콘의 아일리아 바이오시밀러 ‘예사필리’에 대해 ‘영구금지명령’을 내렸다.

삼성바이오에피스 측은 “바이오콘이 받은 영구금지명령과 다른 예비금지명령이기 때문에 영구적으로 출시가 금지된 것이 아니다”라며 “소송이 남아 있어 구체적인 입장을 밝힐 수 없다”고 말했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2019년 미국 화이자의 류마티스 관절염 치료제 ‘엔브렐’ 바이오시밀러에 대해 미국 FDA로부터 품목 허가를 받았으나, 특허 분쟁이 불거져 2029년까지 출시하지 못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