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C샌디에이고 연구진이 개발한 생체 마이크로로봇. 주황색은 적혈구 세포막으로 코팅된 약물이 채워진 나노입자이며, 녹색은 약물을 전달하는 녹조류 세포다. /UC샌디에이고


미국 과학자들이 폐까지 전이된 피부암 조직에 항암제를 직접 전달할 수 있는 생체 마이크로로봇을 개발했다. 암세포에 직접 약을 전달하면 적은 용량으로도 치료 효과를 볼 수 있고 약물 부작용도 줄어든다. 인체에서도 같은 효능이 입증되면 초기 암 치료나 암 전이 방지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미국 샌디에에고 캘리포니아대(UCSD) 나노·화학공학과의 조셉 왕(Joseph Wang), 장량팡(Liangfang Zhang) 교수 연구진은 지난 13일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시스’에 발표한 논문에서 생체 마이크로로봇으로 생쥐의 폐로 전이된 흑색종을 치료했다고 밝혔다.

생체 마이크로로봇은 생물학과 나노기술을 조합한 개념이다. 연구진은 녹조류의 표면에 항암제인 드리아마이신(성분명 독소루비신)이 달린 나노입자를 부착했다. 공 모양 나노 입자는 생분해성 고분자로 만들었다. 나노 입자에 달려있는 독소루비신과 함께 적혈구 세포막으로 덮었다. 적혈구 세포막 코팅은 나노 입자를 인체 면역세포가 이물질로 보고 공격하지 않도록 보호하는 위장막 역할을 한다.

연구진은 격일 간격으로 4회에 걸쳐 생체 마이크로로봇을 투여했다. 녹조류는 채찍 모양의 편모를 움직여 이동했다. 그 결과 생쥐의 생존 기간 중앙값은 37일로 나타났다. 치료받지 않거나 약물만 투여한 쥐, 또는 생체 마이크로로봇 대신 약물로만 채워진 나노입자를 투여한 쥐의 생존 기간 중앙값이 27일인 것과 비교하면 뚜렷한 효과가 나타난 것이다.

공동 제1 저자인 리정싱(Zhengxing Li) 연구원은 “생체 마이크로로봇이 움직여 약물이 폐 조직 깊숙이 들어가고 위장막 덕분에 면역세포의 공격을 받지 않고 오래 머물렀다”며 “이에 따라 약물 용량을 줄이면서도 이전과 같은 치료 효과를 내고 부작용은 줄일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동체로 녹조류를 선택한 것은 녹조류가 미 식품의약국(FDA)에서 안전성을 인정받았기 때문이다. 생분해성 고분자 역시 생체 적합성을 인정받은 물질이다.

연구진은 2022년 폐렴균에 감염된 생쥐에 생체 마이크로로봇을 시험했다. 살아있는 동물의 폐에서 생체 마이크로로봇을 시험한 것은 처음이었다. 당시 국제 학술지 ‘네이처 머티리얼스’에 실린 논문에 따르면 항생제를 정맥에 주사하는 것보다 생체 마이크로로봇을 이용하는 것이 치료에 더 효과가 있었다. 폐는 종양이 전이되기 가장 쉬운 기관이기 때문에 연구진은 폐렴에서 폐암으로 연구를 확장했다.

연구진은 생쥐에 이어 더 큰 동물을 대상으로 전임상시험을 계속하고, 향후에는 사람을 대상으로도 임상시험을 하겠다고 밝혔다. 로봇 전달 방법도 개선할 계획이다. 이번 연구에서는 기관지에 관을 삽입하고 생체 마이크로로봇을 폐에 직접 투여했지만, 앞으로는 녹조류가 빛을 따라가는 특성을 이용해 인공 조명으로 생체 마이크로로봇을 특정 부위로 유도하는 방법도 개발할 예정이다.

참고 자료

Science Advances (2024), DOI: https://doi.org/10.1126/sciadv.adn6157

Nature Materials(2022), DOI: https://doi.org/10.1038/s41563-022-0136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