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젠이 미국에 이어 유럽에서 승인받은 ALS 치료제 토퍼센. 미국 제품명은 칼소디(Qalsody)다. /바이오젠

근육이 서서히 마비되는 루게릭병을 치료하는 신약이 미국에 이어 유럽 규제당국의 허가 관문을 넘었다. 치료 효과를 볼 환자가 소수지만, 병의 원인을 치료하는 첫 신약이어서 주목을 받았다.

미국 바이오기업 바이오젠은 30일(현지 시각) 근위축성 측삭경화증(ALS·루게릭병) 치료제 칼소디(성분명 토퍼센) 주사제가 유럽위원회 승인을 받았다고 밝혔다.

칼소디는 지난해 4월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먼저 승인했다. 이날 승인 소식에 바이오젠 주가는 종가 기준 전일 대비 2.27% 올랐다. 바이오젠은 일본에도 허가 신청을 한 상태다.

루게릭병은 운동 신경세포가 점차 소실돼 근력 약화와 위축으로 언어 장애, 사지 위약, 체중 감소, 폐렴 등의 증세가 나타나다 결국 호흡 기능 마비로 사망에 이르는 치명적인 질환이다. 1939년 유명한 미국 야구 선수였던 루 게릭(Lou Gehrig)이 이 병을 앓으면서 루게릭병으로 불린다.

바이오젠은 미국 아이오니스가 개발한 후보물질을 2018년 3500만달러(약 483억원)에 이전받아 신약 개발에 성공했다. 칼소디는 SOD1 유전자 변이가 있는 환자에게 듣는 첫 치료제다. 유전물질인 리보핵산(RNA)로 SOD1 변이 유전자를 차단한다.

루게릭병은 근본적인 치료제가 없었다. 그간 허가돼 시장에 나온 루게릭병 치료제는 증상을 완화하거나 질병 진행 속도를 늦춰 수명을 수개월 연장하는 수준에 그쳤다. 2022년 미국 FDA의 가속 승인을 받은 미국 아밀릭스 파마슈티컬스의 치료제 '렐리브리오'는 후속 임상에서 치료 효과가 나타나지 않아 자발적으로 시장에서 철수됐다. 현재 루게릭병 환자들에 쓰는 일본 미쓰비시다나베제약의 '라디컷', 프랑스 사노피의 '리루텍(성분명 릴루졸)'는 증상 완화제로 승인됐다.

하지만 신약 혜택을 볼 환자는 일부에 그칠 전망이다. 바이오젠에 따르면 미국에서 SOD1로 인한 루게릭병 환자는 330명 정도이다. 전 세계 환자 중 약 2% 수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