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승용 샤페론 대표이사가 29일 오후 2시 서울 자곡동 더샵갤러리 4층 대강당에서 열린 기업설명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허지윤 기자

“회사 가치가 연일 하락한 데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립니다.” 29일 오후 2시 서울 자곡동 더샵갤러리 4층 대강당에서 열린 바이오기업 샤페론(378800)의 기업설명회에서 성승용 대표이사가 국내 주주와 투자관계자 등 참석자 40여명 앞으로 나와 고개 숙여 사과했다. 다른 경영진들도 거듭 “주주들에게 심려끼쳐 죄송하다”고 했다.

최근 증권 시장에서 샤페론의 유동성 확보 방안과 사업에 대한 의구심이 커지면서 주가가 곤두박질 쳤기 때문이다.

코스닥 상장사인 샤페론은 서울대 의과 교수인 성승용 대표가 2008년 설립한 신약 연구개발(R&D) 전문 바이오 기업이다. 신약 후보물질을 비임상이나 임상단계에서 기술이전하는 게 이 회사의 사업이다.

샤페론은 지난달 약 35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는데, 현재로선 자금 조달이 힘든 상황이다. 특히 최대주주인 성 대표가 주주 배정을 포기한 것과 상장 이후 일부 임직원들이 잇달아 회사를 나간 것을 두고도 온라인 주식 관련 토론방에서 성토하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주가 반등, 해외 기술이전 기대감

29일 설명회 현장 분위기는 주주들의 거센 항의가 있을 것이란 예상과 달리 차분했다. 참석자들은 경영진들의 경영 현황과 미래 전략 등에 관한 발표 전후로 박수를 치기도 했다.

이날 오전 샤페론 주가가 전일 대비 29% 이상 오르며 상한가를 기록한 영향도 한몫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날 주가(2290원)도 1년 전과 비교하면 반토막(-57.28%) 이상 난 수준이다. 2022년 상장 당일 9290원이 이 회사 역대 최고 주가로, 그후 하락세였다.

이날 주가가 급반등한 배경에 대해 경영진은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증권시장에서는 내주 미국에서 열리는 바이오USA 행사에 이 회사가 참여하는데, 주력 기술이 적용된 후보 물질의 기술이전 기대감과 그간 주가 하락 폭이 커 가격이 바닥에 이르렀다는 심리가 작용했다는 해석이 나왔다.

설명회에서 샤페론의 기술 이전 성사 가능성을 묻는 한 주주의 질문에 성 대표는 “마지막 사인을 하기 전까지는 (결과를) 자신할 수 없다”면서도 “현재 6개사에서 실사를 하고 있다. 저희도 좋은 결과를 만들 수 있기를 학수고대하고 있다”고 답했다.

현재 주주들은 회사의 자금 조달 실패와 이에 따른 회사 사업과 주가 부진 등의 여파를 가장 우려하고 있다.

지난 4월 35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 계획을 발표한 직후 이 회사 주가가 예정 발행가액 2655원 아래로 떨어진 데다 모집을 주선하는 한국투자증권과 잔액 인수 계약을 체결하지 않아 자금 조달에 적신호가 켜져 있기 때문이다.

당초 샤페론은 오는 6월 10~11일 유상증자를 위한 일반 공모를 진행해, 확보한 투자금을 아토피 치료제 임상시험과 이중항체(파필리시맙) 나노바디 사업화에 쓸 계획이라고 했다. 예정 발행 주식 수는 총 1318만2000주, 신주 상장 예정일은 6월 27일이다.

회사에 반차 휴가를 내고 설명회에 참석했다고 밝힌 한 주주는 “자금 조달 성공 여부를 어떻게 전망하느냐”고 질문하자, 오연삼 샤페론 전무는 “자금 조달이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인정하면서도 “유상증자가 안 됐을 경우에 대비해 전략적 투자 유치와 기술이전 등을 통한 유동성 확보 방안들을 모색하고 있다”고 답했다.

성 대표가 주주 배정을 포기하며 유상증자에 참여하지 않는 것을 두고 시장에서 비판 목소리가 컸다. ‘실권주’가 발생하면 그만큼 조달 가능 규모가 줄기 때문이다. 실권주란 기존 주주들이 유상증자에 참여하지 않아, 인수되지 않거나 인수가 됐어도 납입기일까지 납입되지 않아 권리를 상실한 주식을 뜻한다.

이에 대해 성 대표는 “제가 보유한 지분의 보호예수 기간이 올해 10월까지라 현재 국내 은행권에서 주식담보대출이 불가했고, 30년간 공직 생활(서울대 교수)을 해 개인적으로 유동성을 확보하는 게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해명했다.

회사 인력 이탈에 관한 우려에 대해서는 성 대표는 “재정 전략 전문가와 기술 연구원 등 여러 분야에서 우수한 인력 충원이 있었다”며 “특히 합성신약 분야에 있어서는 인공지능(AI) 팀을 영입해 직원들이 함께 개발 속도를 높이고 있다”고 답했다.

◇“제약사에 기술이전해 신약 완성 볼 것”

이날 주주들 앞에서 성승용 대표는 “상장사 대표로서 개발 사업에 성공하기 위해 이제는 학자 때를 벗으려 노력하고 있다”며 경영자로서의 의지를 밝히기도 했다.

성 대표는 면역학 교과서에도 소개되는 DAMPs 이론을 2004년 최초로 국제 학술지인 ‘네이처 리뷰 이뮤놀로지’에 발표했다. 외부 병원성 요인뿐 아니라 몸속에 원래 있는 내인성 물질에 의해서도 선천 면역이 시작될 수 있다는 이론이다. 성 대표는 DAMPs 이론을 바탕으로 회사를 설립해 신약후보물질을 개발했다. 작년에는 미국에 자회사 허드슨 테라퓨틱스를 설립했다.

성 대표는 “2004년에 발표한 논문이 기존 100년의 면역학계의 통념과는 달랐기 때문에 반발도 심했으나 이제는 그 이론이 전 세계 면역학 교과서에 실렸다”면서 “그동안 주주들의 도움으로 임상 2상 시험까지 무사히 마무리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샤페론이 보유한 기술로 개발한 신약 후보물질이 기술이전돼 제약사에서 신약으로 완성되고, 그 신약이 환자에게 가는 것까지 볼 것”이라고 말했다.

샤페론은 차세대 항체 기술인 나노바디(nanobody) 기술도 갖고 있다. 기존 항체의 10분의 1 크기인 나노바디는 5개를 연결해도 기존 항체의 절반에 그친다. 항체가 여러 개인 만큼 다양한 표적에 동시에 붙어 변이가 계속 생기는 바이러스에 효과적인 치료수단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회사는 나노바디로 아토피 치료 후보물질 ‘누겔’을 개발 중이다. 작년 9월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글로벌 2상 임상시험계획(IND) 승인을 받고 올해 3월 첫 환자를 등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