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에자이와 미국 바이오젠이 개발한 최신 치매치료제 '레켐비'가 식품의약품안전처 승인을 받으면서, 국내 의료 영상 AI 기업들이 협력 채비에 나섰다./픽사베이

뇌 영상 분석 인공지능(AI)을 개발하는 뉴로핏은 오는 7월 28일 미국 필라델피아에서 열리는 알츠하이머 협회 국제 컨퍼런스(AAIC 2024)에 참석해 레켐비(성분명 레카네맙) 처방 환자 진단에 최적화된 뇌 영상 분석 인공지능(AI) 소프트웨어 신제품을 공개한다.

레켐비는 일본 제약사 에자이와 미국 바이오젠이 공동 개발한 알츠하이머병 치료 신약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지난 24일 레켐비를 허가했다. 레켐비가 국내 허가를 받으면서, 의료 영상 AI 기업들이 협력 채비에 나섰다. 알츠하이머병 환자를 조기에 진단해야 치료제를 처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뉴로핏은 조기 알츠하이머병 환자를 선별할 때 필요한 뇌 자기공명영상(MRI) 분석 AI와 뇌 양전자방출단층촬영(PET) 분석 AI 기술을 갖고 있다. 이번에 공개하는 AI는 레켐비 부작용인 뇌부종이나 뇌 미세출혈 가능성까지 사전에 잡아낼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기정 뉴로핏 의학이사는 "국내에서 레켐비 부작용 분석 기술을 갖고 있는 곳은 우리가 유일하다"며 "치매 치료제를 개발하는 글로벌 제약사와 협업을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 의료 AI 업체인 뷰노(338220)도 오는 7월 같은 컨퍼런스에서 MRI 영상을 AI로 분석해 초기 치매를 진단하는 뷰노메드 딥브레인을 공개할 계획이다. 딥브레인은 뇌 MRI 이미지를 통해 위축 정도를 정량화한다. 이를 통해 경도인지장애와 알츠하이머성·혈관성 치매 발병 여부를 진단할 수 있다. 2019년 국내 허가를 받았고, 지난해 10월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510K(시판 전 허가) 인증을 받았다.

뷰노는 알츠하이머 치매에 특화한 딥브레인AD(Alzheimer's Disease)도 개발 중이다. 뇌 MRI 데이터를 AI로 분석해 알츠하이머성 치매 가능성을 의료진이 판단하도록 점수화한다. 뷰노 관계자는 "딥브레인 솔루션은 글로벌 제약사와 협업이 가능한 사업 영역이라고 보고 기대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레켐비는 뇌에 아밀로이드 베타 단백질이 쌓이지 않게 해 치매 진행을 늦춘다. 초기 치매 환자에게만 효과가 있는 데다 뇌전증과 같은 부작용이 발견되면서 약에 맞는 환자를 선별하는 기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일본과 미국에서 이 약을 처방 받으려면 뇌 MRI를 통해 알츠하이머 치매를 확인하고, PET를 통해 중증 치매가 아닌지 확인해야 한다.

처방으로 끝나지 않는다. 약의 부작용으로 뇌전증과 발작 등이 있기 때문에 정기적으로 MRI로 추적 관찰해야 한다. 업계는 레켐비에 맞는 환자를 선별하는 데 의료 영상을 분석하는 AI가 도움을 줄 수 있다고 본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도 "레켐비와 AI 디지털 도구를 결합하면 예방과 치료의 폭을 넓힐 수 있다"고 분석했다.

에자이가 레켐비의 효과를 예측하는 AI 개발에 착수했지만, 국내 의료 AI 업체들은 에자이와 협력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가장 앞서 있는 알츠하이머병 진단 AI 업체는 미국 다르미얀이 꼽힌다. 다르미얀이 개발한 알츠하이머 예후 예측 AI인 브레인씨는 지난 1월 미국 식품의약국(FDA) 허가를 받았다. 업계는 국내 기업의 의료 영상 분석 AI기술은 미국과 비슷하고, 일본과 비교하면 앞서 있다고 본다.

퇴행성 뇌질환 분야 AI 진단에서는 뉴로핏과 뷰노가 가장 앞서 있지만, 다른 업체들도 도전이 가능하다고 본다. 딥노이드는 뇌혈관 영상 분석에서 특화된 AI 기술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퇴행성 뇌질환 환자들의 뇌 혈관의 변화를 AI로 분석하면 진단과 치매 치료제가 일으킬 수 있는 부작용 등을 예측 대비할 수 있다고 본다.

AI가 아닌 다른 치매 진단기기 업체들도 레켐비 국내 승인을 반기고 있다. 방사성 의약품 진단 기술을 갖고 있는 듀켐바이오가 대표적이다. 이 회사는 방사성 의약품을 사용한 PET-CT(컴퓨터단층촬영)가 아밀로이드 베타 단백질 축적 정도를 가장 효과적으로 파악할 수 있다고 밝혔다. 듀켐바이오 김상우 대표이사는 "경도인지장애나 초기 치매를 앓고 있는 환자들에게 레켐비가 효과적으로 처방되는 데 방사성 의약품이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