덴마크 제약사 노보 노디스크가 비만 치료제인 ‘위고비’가 음주량을 줄여 알코올 관련 간 질환까지 치료할 수 있는지 임상시험으로 알아보기로 했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노보 노디스크는 앞으로 9개월 동안 임상시험에서 알코올로 인한 간의 흉터나 간섬유화는 물론, 환자의 음주량 변화까지 측정할 예정이다. 간섬유화는 적절한 치료를 받지 않을 경우 간암으로 이어질 수 있다.
위고비의 약효 성분인 세마글루타이드는 글루카곤유사펩타이드(GLP)-1 호르몬으로, 혈당 수치를 낮추고 식욕을 조절하도록 돕는다고 알려졌다. 노보 노디스크는 세마글루타이드를 처음에 2형 당뇨병 치료제인 오젬픽으로 출시했다가 비만에 대한 효능을 확인해 위고비로 개발해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노보 노디스크는 오젬픽과 위고비로 판매되는 세마글루타이드와 함께, 세마글루타이드에 다른 성분을 결합해 차세대 비만 치료제로 개바 중인 ‘카그리세마’를 단독 또는 병용으로 시험할 예정이다. 카그리세마는 간에서 생성되는 염증 관련 호르몬 FGF-21을 표적으로 삼는다. 또한 ‘섬유아세포 성장 인자 21′이라는 호르몬을 표적으로 하는 초기 단계의 약물도 시험 한다. 이 약물 역시 간질환에 효과가 있다고 알려졌다.
노보 노디스크는 최근 미국에서 젊은 층과 여성 사이에 간염을 비롯한 알코올 관련 간 질환이 급증하는 데 주목해 임상시험에 나서기로 했다. 알코올성 간염이 발생하면 간 흉터 단계를 지나 간섬유화까지 이어지는데, 간섬유화로 간 손상이 심해지면 간 이식 외에는 해결 방안이 없다. 그럼에도 아직까지 알코올성 간섬유증이나 간경변을 치료할 치료제가 나오지 않았다.
업계에서는 이번 임상 시험에서 GLP-1이 단순한 간 질환의 치료뿐 아니라 알코올 중독 치료제로 활용될 가능성에도 주목하고 있다. GLP-1은 개발 당시 장에 작용하는 호르몬 정도로 알려졌지만, 최근에는 뇌에서 욕구를 유발하는 경로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이 연구 대상이 됐다.
앞서 회사는 소규모 임상시험에서 GLP-1 약물이 마약인 오피오이드에 중독된 사람을 치료할 수 있음을 확인했다. 다만 참가자의 절반 이상이 부작용으로 인해 3주간의 시험에서 중도 탈락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부작용에 대한 우려도 나오고 있다.
GLP-1 약물은 현재 당뇨병과 비만, 심혈관 질환 치료에 사용되고 있지만, 알츠하이머 치매부터 대사 기능 장애 관련 간 질환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질환의 치료제로 연구되고 있다.
참고 자료
US Clinical Trials registry, https://clinicaltrials.gov/study/NCT06409130?intr=NNC0194-0499&rank=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