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 본사를 둔 글로벌 제약사 암젠(Amgen)은 올해 1분기 매출이 74억4700만달러(약 10조1524억원)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22% 늘었다고 2일(현지 시각) 밝혔다. 업계는 암젠이 자사 신약의 특허 만료에 대비해 2022년 인수한 바이오기업 호라이즌 테라퓨틱스가 매출 성장에 기여했다고 분석했다. 호라이즌은 2005년 아일랜드에서 설립된 바이오기업으로, 자가면역질환과 중증 염증질환 치료제를 개발했다.
일반회계기준(GAAP)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은 10억달러(1조3637억원)로, 전년 동기 대비 약 47% 줄었다. 1분기 영업이익률은 13.9%다. 영업이익이 감소한 이유 역시 호라이즌 테라퓨틱스다. 회사는 호라이즌 인수와 연구개발(R&D) 비용 등이 증가한 영향이라고 밝혔다. 이 회사의 1분기 R&D 비용은 전년 동기 대비 27% 증가했다.
주요 제품의 1분기 실적을 보면, 고지혈증 치료제 '레파타'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33% 증가한 5억1700만달러(약 7048억원)를 기록했다. 골다공증 치료제 '프롤리아'의 1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8% 늘어 9억9900만달러(약 1조 3621억원)를 기록했다.
암젠이 인수한 호라이즌의 안과 약품 '테페자' 매출은 약 5% 늘어 4억2400만달러(약 5781억원)를 기록했다. 호라이즌 의약품을 제외한 의약품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6% 늘었다고 회사 측은 밝혔다.
반면 효자 품목이던 류머티즘 관절염 치료제 '엔브렐' 매출은 5억6700만달러(7731억원)로 전년 동기 대비 2% 감소했다. 엔브렐의 물질 특허는 미국을 제외하고 지난 2012년 10월에 만료됐다. 미국에서는 추가 특허가 부여돼 2029년까지 물질특허가 유지된다.
시장에서는 암젠이 개발 중인 비만 치료제 '마리타이드(AMG133, 성분명 마리드바트 카프라글루타이드)'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이날 미국 증권 시장에서 암젠 주가는 전일 대비 0.37% 상승 마감했는데, 암젠이 실적 발표와 함께 현재 개발 중인 비만 치료제 파이프라인 개발 계획에 대해 언급하자 시간 외 거래에서 주가가 13% 급등했다.
암젠은 "마리타이드에 대한 중간 단계 연구가 매우 고무적인 결과를 보였다"면서 "먹는 경구약으로 만든 비만 치료 후보물질 'AMG786′은 더 이상 개발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힌 영향이다.
이번 발표에 따라 암젠은 기존에 알약으로 개발 중이던 비만 치료 후보 물질 AMG786의 개발을 폐기하고 주사제형의 비만 치료 후보물질 '마리타이드' 개발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마리타이드는 비만 치료제 시장의 선두 주자인 노보노디스크와 일라이릴리 제품과 다른 원리의 비만 치료 신약 후보 물질이다. 노보노디스크와 일라이릴리의 비만치료제는 GLP(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1과 GIP(인슐린 분비 촉진 폴리펩타이드)를 모두 활성화하지만, 암젠의 마리타이드는 GLP-1은 활성화하고, GIP 수용체는 억제한다.
음식물이 소화돼 장관에서 영양분이 흡수되는 동안 인슐린 분비를 촉진하기 위해 '인크레틴'이라는 장 호르몬이 분비된다. 인크레틴은 크게 GLP-1과 GIP로 나뉜다. GLP-1은 음식 섭취에 반응해 인슐린의 분비를 촉진하고 혈당을 높이는 글루카곤의 분비는 억제한다. 반면 GIP는 인슐린과 글루카곤 분비를 모두 늘린다.
암젠에 따르면 '마리타이드'의 임상 1상 시험에서 70~560㎎ 1회 투여 시 한 달에 5% 체중 감량 효능이 나타났다. 고무적인 것은 체중 감량 효과가 5개월간 유지된다는 점이다. 매달 1회씩 총 3회 약물을 투여한 환자에게서는 최대 15%의 체중 감량 효과가 나타났고, 역시 5개월간 유지됐다. 환자 대부분에서 구역질과 구토가 나타났지만, 이는 GLP-1 작용제 연구 개발에서도 나타난 부작용이라는 평가다.
암젠은 "올해 말 마리타이드 임상 2상 시험에서 주요 평가 지표를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며 "당뇨병을 포함한 다양한 적응증에 걸친 포괄적인 3상 프로그램도 계획 중"이라고 밝혔다. 암젠은 올해 연 매출 전망 하한선을 기존 324억달러에서 325억달러(약 44조3267억원)로 상향 조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