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앤디파마텍 이슬기 대표가 17일 서울 여의도 63빌딩에서 열린 기자설명회에서 기자들의 질문을 듣고 있다./디앤디파마텍 제공

파킨슨병 치료약에서 비만과 당뇨 신약 개발로 사업 노선을 바꾼 디앤디파마텍이 세 번째 시도 끝에 코스닥 상장을 앞두고 있다. 이슬기 디앤디파마텍 대표는 17일 "노보노디스크의 당뇨병 신약 '리벨서스'보다 흡수율은 10배 높고 생산원가는 낮은 먹는 글루카곤펩타이드(GLP)-1 계열 의약품을 개발하겠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이날 서울 여의도 63빌딩에서 기자설명회를 열고 "코스닥 상장으로 확보한 자금으로 GLP-1 계열 신약을 빠르게 상업화하겠다"고 밝혔다. 디앤디파마텍은 지난달 25일 증권신고서를 제출한 데 이어 22~23일 청약을 거쳐 내달 2일 코스닥 시장에 정식 상장할 예정이다. 이날 행사는 코스닥 상장을 앞두고 상장 전략과 향후 일정을 설명하기 위해 마련됐다.

GLP-1은 인슐린 분비를 촉진하고 췌장의 글루카곤의 분비를 억제해 혈당과 식욕을 조절하는 호르몬이다. 사람이 음식을 먹으면 몸속 혈당이 일시적으로 오르는데, 이를 GLP-1이 막는다. 이 대표가 언급한 리벨서스는 지금까지 미국에서 허가받은 유일한 먹는 약 형태의 GLP-1 의약품이다. 세계적으로 돌풍을 일으킨 GLP-1 계열 의약품인 위고비(비만약)와 오젬픽(당뇨병약)은 모두 주사제다.

환자들은 몸에 맞는 주사보다는 먹는 약을 더 선호한다. 하지만 GLP-1 유사체는 다른 먹는 약 수준으로 흡수율을 끌어올리는 것이 쉽지 않다. 디앤디파마텍은 펩타이드(단백질)를 기반으로 체내 흡수율을 높이는 기술을 갖고 있다. 펩타이드를 기반으로 먹는 GLP-1을 개발하는 기업은 디앤디파마텍과 노보노디스크, 바이킹테라퓨틱스 정도다.

이 대표는 "먹는 GLP-1을 개발하는 기업은 전 세계에 10여 곳에 이르지만 대부분 저분자 화합물을 기반으로 한다"며 "우리 기술로 먹는 GLP-1 비만치료제를 성공하면 시장에서 충분히 성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그 근거로 "저분자 화합물은 펩타이드와 달리 안전성이 아직 충분히 확보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비만이나 당뇨병 같은 만성질환 치료제는 환자 목숨과 직결되는 것은 아니지만 안전성 입증이 중요하다. 이 대표는 "펩타이드에 기반을 둔 기술은 안전성이 입증됐다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디앤디파마텍은 미국 바이오 기업인 멧세라(Metsera)와 비만 치료제 개발 기술 수출 계약을 체결했다. 회사가 멧세라와 체결한 기술 수출 계약 규모는 총 8억 달러(약 1조 500억원)에 이른다. 이 대표는 "별도의 공동 연구 개발 계약까지 체결해 2026년까지 약 270억원의 추가 수익을 확보했다"고도 말했다.

이 회사는 2년 전만 해도 퇴행성 뇌질환인 파킨슨병 치료제를 개발했다. 존스홉킨스대 의대 부교수를 지낸 이 대표는 뇌 신경에서 '청소부' 역할을 하는 미세(微細) 아교세포에서 생긴 염증이 뇌질환을 일으키는 점에 착안해 뇌 염증 반응을 억제하는 후보물질을 찾아냈다.

하지만 지난해 미국에서 진행한 임상 2상에서 유의미한 결과를 내는 데 실패하면서 다른 길을 찾기 시작했다. 이 후보물질이 GLP-1 유사체 계열 약물이라는 점을 감안해 대사질환 치료제 신약을 개발하기로 연구 방향을 틀었다. 이 대표는 "지난해 임상에서 후보물질이 기대치에 못 미치는 결과를 받으면서, 먹는 비만 치료제, 비알코올성 지방간염(MASH) 치료제, 파킨슨병 치료제로 목표를 바꾸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디앤디파마텍은 설립 초기부터 GLP-1 수용체 신약 개발에 집중해 왔다"고 강조했다.

이 회사는 비알코올성 지방간염 신약 후보물질(DD01)도 보유하고 있다. GLP-1과 글루카곤 수용체에 동시 작용하는 2중 작용제다. 지난해 미국에서 당뇨병과 지방간 질환을 앓는 비만한 성인을 대상으로 실시한 임상 1상에서 투약한 지 4주 만에 지방간을 50% 이상 줄이는 결과를 얻었다.

디앤디파마텍은 이 결과를 토대로 올해 상반기에 임상 2상에 들어갈 계획이다. 이 후보물질은 지난 3월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패스트트랙에 지정되기도 했다. FDA의 패스트트랙에 지정되면 임상 개발과 허가를 좀더 신속하게 받을 수 있다.

GLP-1 유사체는 당뇨 비만을 넘어 최근에는 비알코올성 지방간염(MASH)·퇴행성 뇌질환· 심혈관 질환까지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미국 바이오벤처인 노드테라(Nodthera)도 최근 파킨슨병 치료제로 개발하고 있었던 물질(NT-0796)이 체중 감량에도 효과가 있다는 논문을 발표했다.

디앤디파마텍는 지난 2020년과 2021년 코스닥 상장을 추진했지만 두 차례 모두 고배를 마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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