덴마크 제약사 노보노디스크의 ‘오젬픽(성분명 세마글루타이드)’과 미국 일라이릴리의 ‘젭바운드(성분명 티르제파타이드)’ 같은 글루카곤펩타이드(GLP)-1 계열 비만치료제를 복제약으로 만들면 비용이 훨씬 저렴해질 것이라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현재 이들 약을 한 달 투여하는 데 드는 비용은 오젬픽이 1349달러(176만원), 젭바운드가 1059.87달러(138만원) 정도다.
제약업계에서는 혈당을 조절하는 호르몬인 ‘인슐린’과, 이 인슐린을 증가시키는 호르몬인 ‘GLP-1′의 유사체, 신장에서 혈당을 조절하는 ‘나트륨-포도당 공동수송체2(SGLT2)’의 억제제를 합성해 당뇨병 치료제를 만든다. 멜리사 바버 미국 예일대 박사후연구원팀은 1일(현지 시각) 각국에서 이들 치료제에 대한 제네릭이나 바이오시밀러로 제조하면 가격을 최대 97%까지 줄일 수 있다는 연구결과를 밝혔다.
연구진에 따르면 기존 치료제의 특허권에 따라 인도와 유럽연합에서는 SGLT2 억제제를 동일하게 합성한 복제약인 ‘제네릭’, 또는 인슐린이나 GLP1 작용제와 최대한 유사하게 만든 복제약인 ‘바이오시밀러’를 개발해 사용한다.
이중 GLP-1 계열 비만치료제는 혈당 조절에 관여하는 호르몬 중 하나인 GLP-1과 구조가 비슷한 GLP-1 유사체가 그 대신 GLP-1 수용체에 결합하면서 작용하는 원리다. 식욕과 배고픔을 줄이고 포만감을 높여 체중 감량을 돕는다. 이들 약은 당뇨병과 비만을 치료하는 데 혁신을 가져왔다. 하지만 고가인 탓에 수많은 환자들, 특히 저소득, 중간소득국가의 환자 수억 명은 사용조차 못해보고 있다.
연구진은 논문에서 GLP-1 계열 비만치료제가 너무 고가인 탓에 전체 당뇨병 환자 약 6300만명중 절반만이 이 치료제들을 사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조사 결과 한 환자가 매달 사용할 만큼의 GLP-1 유사 치료제를 생산하는 데 드는 비용은 0.75~72.50달러다. 기업들이 복제약을 만들 때 10~50% 정도 이익을 남긴다고 가정했을 때의 약품 비용은 61~111달러 정도다.
이 가격은 현재 미국에서 판매하는 GLP-1 계열 비만치료제 시장 가격보다 97%나 저렴하다. 또한 이미 제네릭 의약품이 판매되고 있는 필리핀에서의 비용보다 24% 정도 비싼 것에 그친다. 연구진은 여기에 기존 일회용 펜형 주사기 대신 저가형 재사용 펜형 주사기를 사용하면 비용을 더욱 낮출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전에도 미국에서는 이들 GLP-1 계열 비만치료제가 지나치게 고가라는 점이 지적돼 왔다. 상원 보건·교육·노동·연금위원회장인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은 최근 이 연구결과를 토대로 노보노디스크에 오젬픽의 가격을 절감할 것을 촉구하는 성명을 내기도 했다.
노보노디스크 관계자는 미국 의약전문매체 스탯을 통해 “해당 연구 결과의 내용은 잘 알지 못하지만, 더 많은 환자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게 기술적 혁신과 경제정 수단에 대한 평가를 지속하겠다”고 밝혔다.
제네릭을 제조해 약품 비용을 실질적으로 낮춰 더 많은 환자들이 치료받을 수 있다면 비만, 당뇨병 뿐 아니라 사람면역결핍바이러스(HIV) 감염증이나 C형 간염 등에 대해서도 적용할 수 있다.
이 연구 결과는 지난달 27일 ‘미국의학협회지(JAMA) 네트워크 오픈’에 실렸다.
참고자료
JAMA Network Open(2024), DOI: https://doi.org/10.1001/jamanetworkopen.2024.347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