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고시한 4월1일자 약제급여목록 및 급여상한금액표에 따르면, 솔리리스는 약가 상한액을 기존 대비 70% 수준인 360만원으로 개정했다. /조선DB

국내 바이오 기업이 희소 질환인 발작성 야간혈색소뇨증 신약의 바이오시밀러(복제약)을 내놓으면서 한해 4억원에 이르는 바이오 신약의 약값이 30~50% 가까이 떨어졌다. 바이오시밀러가 국산화되면서 원판에 해당하는 오리지널 바이오신약의 약값을 대폭 떨어뜨린 것으로 향후 국민건강보험 재정 상태를 크게 개선할 것으로 기대된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1일 솔리리스 바이오시밀러인 에피스클리를 국내에 출시했다고 밝혔다. 에피스클리가 지난 1월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품목 허가를 받은 지 석 달만이다.

발작성 야간혈색소뇨증은 10여년 전만 해도 불치병으로 통했다. 유전자에 이상이 생겨 걸리는 이 병은 적혈구가 파괴되면서 극심한 빈혈에 시달린다. 보통 3명 중 1명은 진단 후 5년 내에 목숨을 잃는다. 그러다 미국 바이오테크 알렉시온이 적혈구가 깨지지 않게 해주는 신약인 솔리리스(성분명 에클리주맙)를 개발하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문제는 가격이었다. 솔리리스의 약값은 30㎖짜리 주사제 한 병에 516만원에 이른다. 환자는 솔리리스를 1~2주에 한 번 맞아야 하는데 한 해 약값이 4억원쯤 된다. 이 주사만 맞으면 걱정없이 살 수 있지만, 너무 비싸 그림의 떡이었다. 다행히 지난 2013년 국민건강보험을 적용해 환자 부담은 10% 수준으로 줄었다.

하지만 약값이 워낙 비싸 혜택을 고루 받지 못했다. 이 병을 진단 받아도 이런 저런 이유로 급여 대상에서 빠지기 일쑤였다. 이런 솔리리스의 약값이 앞으로는 30% 가량 떨어진다. 삼성바이오에피스가 솔리리스의 절반 값에 바이오시밀러(복제약)를 출시하자, 이 약을 국내 판매하는 아스트라제네카가가 가격 인하 결정을 내린 것이다.

에피스클리의 약값은 251만원으로, 기존 의약품인 솔리리스의 절반 값이다. 에피스클리 출시와 동시에 솔리리스 약값은 516만원에서 360만원으로 낮췄다.

솔리리스의 약값 인하는 어느정도 예견됐다. 에피스클리 출시하기 전인 지난해 6월 솔리리스의 후속 의약품인 울토미리스가 국내 출시됐다. 울토미리스는 솔리리스를 개발한 알렉시온의 후속 의약품으로, 2주의 한 번인 투약 주기를 8주에 한번으로 늘린 것이 특징이다. 울토미리스 약값 자체는 30㎖ 병 당 560만원으로 솔리리스보다 비싸지만, 투약 주기를 감안하면 한 해 약값은 크게 차이가 나지 않았다.

몸무게 60~100㎏ 성인 남성을 기준으로 울토미리스 한 해 약값은 4억9000만~5억원, 솔리리스는 4억 1000만원 선이다. 그 대신 주사를 맞으러 병원에 가는 횟수는 크게 줄어든다. 이 때문에 울토미리스가 출시된 이후 전세계적으로 솔리리스 매출은 급감하고, 울토미리스의 매출은 급증했다.

삼성바이오에피스가 개발한 혈액학 분야 희귀질환 치료제 '에피스클리'(성분명 에쿨리주맙)/삼성바이오에피스

바이오업계는 올해 국내 발작성 야간혈색소뇨증 치료제 시장에서 에피스클리와 울토미리스가 치열하게 다툴 것으로 내다봤다. 에피스클리는 울토미리스와 비교하면 한 해 약값이 2억 이상 저렴하다. 여기에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자체 환자 지원 프로그램을 준비 중이다.

국가관리대상 희귀질환으로 지정되면 건강보험에 따라 환자가 부담하는 약값은 10%로 떨어지고, 본인부담금상한제에 따라 한 해 약 값이 일정 금액 이상 넘어가면 더 이상 내지 않는다. 또 소득ㆍ재산조사 결과에서 의료비지원 사업대상자로 선정되면 나머지 10%의 본인부담금도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부담한다. 희귀질환치료제는 약 값 대부분이 정부의 부담이기 때문에 가격에 크게 좌우된다는 뜻이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지난 2019년 8월부터 2021년 10월까지 글로벌 임상 3상을 거쳐, 지난해 유럽 시장에 출시했으며, 독일·프랑스·이탈리아 등 주요 국가에서 현지 법인을 통해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에피스클리의 국내 유통과 판매를 직접 맡는다. 고한승 사장은 "환자들의 치료 비용 경감이 국가 건강보험 재정 절감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