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민 신임 국가신약개발사업단장은 20일 "한국 제약바이오 산업이 신약 후보물질을 해외에 수출하는 '기술이전' 모델을 뛰어넘어 자체 신약 개발에 성공하려면 R&D에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 단장은 이날 서울 마포구 호텔나루에서 열린 취임 기자간담회에서 "한국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정부 연구개발(R&D) 예산 규모가 세계 2위 수준인데도 자체 신약 개발 성과가 잘 들리지 않는다"며 "항체-약물 접합체(ADC) 등 신규 모달리티를 집중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세종대 스마트생명산업융합학과 교수인 그는 제1대 단장인 묵현상에 이어 제2대 단장으로 취임했다.
박 단장은 이날 신약 개발 과정에서 자본과 글로벌 경험 부족으로 인한 병목 현상을 해결하겠다는 구상을 발표했다. 사업단은 해외 규제기관과의 미팅 지원, 서류 제출 도움, 규제 업무 관련 교육, 특허 컨설팅 프로그램을 통해 병목 현상을 해소할 방침이다. 이를 통해 신규 물질 발굴부터 임상 2상까지의 과정이 순조롭게 진행될 수 있도록 지원할 예정이다.
박 단장은 세계적 기업과의 공동 개발 프로그램 운영을 통해 국내 기업과 기관의 임상 3상 수행 능력을 강화하겠다고도 밝혔다. 윤리위원회 신설 운영 계획도 제시했다.
박 단장은 전북대 의대를 졸업해 같은 대학에서 면역학으로 박사를 받고, 예일대 의대에서 연구과학자를 지낸 의사과학자다. 박 단장은 "한국의 제약산업이 발전하려면, 일정 규모의 의사과학자 양성이 필요하다"라며 "임상에 뛰어들지 않고 연구를 해서도 경제적으로 뒷받침되는 환경이 조성된다면 의사과학자로 인재 유입은 충분히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 단장은 "지금도 임상하는 의사들이 제약산업으로 많이 진출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간담회에서 '2024 국가신약개발사업 지원 방향'을 주제로 발표한 김순남 R&D 본부장은 "사업 예산 범위 내에서 가능한 많은 과제를 지원하겠다"라면서도 "과학적·재정적으로 부실한 과제는 조기에 지원을 중단하고 목표 달성이 빠른 과제는 협약 기간 만료 전에 완료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현재 국내 기업들이 신약 허가 전에 기술이전을 하고 마는 상황에 대해, 승인까지 이어질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도 말했다.
국가신약개발사업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산업통상자원부·보건복지부가 함께 운영하는 범부처 국가 R&D 사업이다. 이 사업은 국내 신약 개발 과제를 평가해 지원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박 단장은 과기부 기초의과학 선도연구센터(MRC) 센터장, 건국대 의생명과학연구원장, 한국연구재단 기초연구본부 의약학 단장 등을 역임했고, 주요 연구 분야는 노령화와 맞물린 난치성 질환과 퇴행성 신경질환 극복 등이다. 박 단장의 임기는 오는 2027년 2월 28일까지 3년이며, 연임 평가를 통해 2년 연장이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