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김병문 사이러스테라퓨틱스 대표, 조욱제 유한양행 대표, 이병철 카나프테라퓨틱스 대표. /유한양행

유한양행(000100)은 7일 국내 바이오벤처 사이러스테라퓨틱스와 카나프테라퓨틱스로부터 항암제 후보물질 기술 이전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총계약 규모는 2080억원이다. 계약금 60억원과 향후 개발, 허가·매출액에 따른 단계별 마일스톤을 포함한 금액이다. 순매출액에 따른 경상 기술료는 별도다.

이로써 유한양행은 항암제 파이프라인을 추가로 확보했다. 유한양행은 이를 이 회사의 폐암 치료제 '렉라자(성분명 레이저티닙)'를 이을 새 항암제 후보물질로 겨냥했다.

계약을 맺은 국내 기업 사이러스테라퓨틱스는 의약화학 기반 기술을 통해 표적 항암제와 표적단백질 분해제를 개발한다. 카나프테라퓨틱스는 약물 융합 기술 기반 항암·자가면역 분야 차세대 신약 개발 회사다. 두 회사가 기술 이전한 항암제 후보물질은 소스원 단백질(SOS1, Son of Sevenless homolog 1)저해제다. SOS1단백질은 세포 증식에 관여하는 RAS 단백질의 활성을 조절하는 단백질이다.

SOS1저해제는 KRAS저해제나 EGFR 저해제 등 다른 항암제와 시너지 효과를 통해 치료 효과를 높이고, 기존 치료제 내성을 해결할 것으로 기대되는 약물이다. KRAS, EGFR 돌연변이는 폐암, 대장암, 췌장암 등 유병률이 높고 의료 수요가 큰 암들의 대표 원인이라 시장성 측면에서도 잠재력이 크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사이러스와 카나프는 공동 연구를 통해 비임상 후보물질을 발굴했다. 이종이식 동물모델에서 경쟁 약물보다 우수한 항암 효능을 비롯해 체내 동태 등 약물성 측면에서의 장점을 보여 지난해 미국암연구학회(AACR) 발표에서도 주목을 받았다. 국가신약개발사업단이 주관하는 '2023년 제3차 국가신약개발사업 신약 연구개발(R&D) 생태계 구축 사업' 지원 과제로도 선정돼 두 회사는 2년간 지원받아 2025년 하반기까지 1상 임상시험계획(IND) 승인을 목표로 비임상 연구를 진행 중이다.

조욱제 유한양행 사장은 "이번 계약 체결로 항암제 파이프라인을 추가 확보해 제2, 제3의 렉라자 개발을 위한 큰 걸음을 내디뎠다고 생각한다"며 "빠르게 임상시험 단계에 진입할 수 있도록 모든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김병문 사이러스 대표와 이병철 카나프 대표는 "풍부한 신약개발 경험과 글로벌 R&D 역량을 보유한 유한양행과의 기술 라이선스계약이 새로운 혁신 신약 탄생을 보다 앞당길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