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약품 창업주인 고(故) 임성기 회장 삼남매. 왼쪽부터 장남 임종윤 한미약품 사장과 장녀 임주현 사장, 차남 임종훈 사장. /한미약품

한미약품(128940)그룹과 OCI(456040)그룹의 통합을 저지하기 위해 창업자 고(故)임성기 회장의 장·차남이 제기한 신주 발행 금지 가처분신청의 첫 심문이 21일 열린 가운데, 장남 임종윤 측과 한미약품그룹이 각각 입장문을 냈다.

앞서 한미약품그룹 지주사 한미사이언스(008930)OCI홀딩스(010060)에 2400억원 상당의 신주를 발행하기로 결정했는데, 이에 장·차남 임종윤 한미약품 사장과 임종훈 한미약품 사장이 부당하다며 무효화하기 위해 소송을 제기했다.

장남 임종윤 한미약품 사장은 "송영숙 한미약품 회장과 임주현 한미약품 사장이 OCI그룹과 맺은 대주주 지분 맞교환 계약은 을사늑약과 비슷한 계약"이라고 주장했다.

이 계약으로 한미사이언스가 중간 지주사로 전락하면 사실상 경영권을 상실하게 된다는 게 임 사장 측 주장이다.

임 사장은 이날 입장문에서 "한미사이언스 이사회의 요식적 결의로 강행된 OCI홀딩스와의 밀약을 일본이 대한제국과 체결한 을사늑약에 비유하고 싶다"며 "을사늑약으로 대한제국의 외교권을 박탈당하고, 주권을 빼앗겼던 것처럼 이 계약으로 한미사이언스는 최상위 지주사에서 자율권을 빼앗긴 중간 지주사로 전락해 경영권을 상실하게 된다"고 주장했다.

임 사장은 "대주주로서, 창업주의 아들로서 한미약품그룹의 추락과 멸망을 방관하지 않겠다"면서"OCI홀딩스와 맺은 불법적인 계약에 따른 제삼자 배정 유상증자가 위법이라는 점과 주주와 임직원의 권리가 반드시 보호돼야 한다는 점을 널리 알리고 호소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에 한미그룹은 "임종윤 사장 측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했다.

한미그룹은 "이번 신주 발행을 결의하기 전까지 송영숙 회장과 임종윤 사장 양측간에 경영권 분쟁이 존재했다고 볼만한 사정이 전혀 존재하지 않았다"면서 "아무런 대안 제시도 없이 그룹 성장과 도약을 방해하는 행동을 즉각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기업의 부족한 유동성 해결이 시급한 과제였고, 이를 위해 OCI와 그룹 간 통합을 추진하게 된 것이라는 게 그룹의 입장이다. 그룹 측은 "한미사이언스 유동성 비율은 2023년 3분기 기준 약 24.9%, 한미약품도 50%에 불과해 유동성 비율이 100~300%에 이르는 경쟁사보다 취약하다"면서 "R&D 명가라는 과거 위상과 달리, 2020년 매출액 대비 21%에 이르던 R&D 투자는 2022년 13.4%로 급감해 투자 재원 확보가 시급한 상황"이라고 피력했다.

그룹은 이번 신주 발행을 통해 단기적으로는 부족한 유동성을 확보해 올해 만기가 도래하는 1500억원 상당의 단기차입금 중 일부를 변제하고, 중∙장기적으로는 안정적 연구개발(R&D) 재원을 마련하는 등 다양한 경영 과제를 해결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룹 측은 "과연 임종윤 사장 측이 유동성 문제 해결과 R&D 명가 재건을 위한 회사의 노력에 어떠한 기여를 했는지 반문하지 않을 수 없다"며 "임종윤 사장 측이 회사가 처한 재무적인 어려움을 외면한 채 아무런 대안 제시도 없이 법적 조치까지 취한 점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