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약품 창업주인 고(故) 임성기 회장 삼남매. 왼쪽부터 장남 임종윤 한미약품 사장과 장녀 임주현 사장, 차남 임종훈 사장. /한미약품

OCI그룹과의 통합 발표 이후 경영권 분쟁이 심화하고 있는 한미약품(128940)그룹 고(故)임성기 창업주 가족의 공방이 연일 이어지고 있다.

임종윤 한미약품 사장은 14일 하루 전 한미약품그룹이 낸 보도자료에 대해 재반박하며 입장을 밝혔다.

전날 한미약품그룹은 장남 임종윤 한미약품 사장과 차남 임종훈 사장 측이 한미사이언스(008930)를 상대로 주주제안권을 행사한 것에 대해 강한 어조로 유감을 표명했다.

한미약품그룹은 보도자료를 통해 “장남 임종윤 사장이 경영권 분쟁 상황을 만들어 인위적으로 주가를 끌어올리고, 이를 통해 본인의 다중 채무를 해결하는 동시에, 그룹을 본인의 개인 기업에 활용하려는 사익 추구 의도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이는 사실상 어머니 송영숙 한미약품그룹 회장과 장녀 임주현 한미약품 사장의 목소리인데, 장남 임종윤 사장 측이 다시 반격하고 나선 것이다.

임종윤 사장은 “개인 목적을 위해 한미를 이용한다는 표현은 심각한 정보 왜곡이며 명예훼손의 여지가 있다”고 주장했다. 임 사장이 최대 주주로 있는 회사인 디엑스앤브이엑스(Dx&Vx) 측이 임종윤 사장 입장문을 전했다.

우선, ‘임종윤 사장이 주가를 부양해 개인담보대출을 유지하겠다는 목표로 한미-OCI의 통합에 반대한다’는 그룹 측 주장에 대해 임종윤 사장은 “거액의 상속세를 납부해야 하는 송영숙 회장, 삼남매에게 동일하게 작용하는 환경”이라며 “이를 놓고 임종윤 개인의 목적을 위해 한미를 이용한다는 표현은 맞지 않다”고 반박했다.

임종윤 사장은 “한미그룹을 사익 편취 도구로 활용하는 것은 송영숙 회장과 임주현 사장”이라고 주장했다.

한미약품그룹과 OCI그룹 간 통합에 대해 임 사장은 “2배 이상의 가격으로 한미사이언스 지분 매입 의사를 밝힌 매수자도 있다고 밝힌 마당에 경영권 프리미엄이라고는 임주현 사장의 OCI 대주주 신분 보장뿐”이라며 “임종윤 사장을 포함한 4만여 주주의 권익을 무시한 결정이 이뤄진 것”이라고 주장했다.

임종윤 사장은 “가현문화재단이 채무 과다로 가족 공동 소유의 한미사이언스 지분을 매각한다는 결정을 내린 이면도 송 회장의 무리한 사진박물관 건축을 통해 누적된 부채가 주된 원인”이라며 “이도 사익 편취 증거”라고 주장했다. 가현문화재단은 한미약품그룹 공익문화재단이다.

임 사장이 주식담보대출과 개인회사 사업 부진 등 과도한 부채 문제로 경영권 분쟁을 야기했다는 한미약품그룹 주장에 대해서 임종윤 사장은 “주식담보대출을 통해 무엇을 했는가를 살펴봐야 함에도 부풀려진 금액으로 호도됐다”고 토로했다.

임 사장은 “주식담보대출은 바이오 헬스케어 사업을 위해 활용됐으며, 모든 사업이 마찬가지지만 2009년 코리그룹 설립 이후 실패와 성공을 경험하는 다양한 투자가 있었고 오늘날 기업가치 1조원 이상의 사업을 구축했다”며 “주식담보대출의 이자 재원은 코리그룹의 사업을 통해 마련할 수 있다”고 밝혔다.

상속세 납부를 미루면서 경영권 다툼으로 이를 해결하려는 목적이 깔렸다는 지적에 대해 임 사장은 “악의적인 주장”이라며 “3남매가 비슷한 규모의 상속세를 부과받아 3인 공히 약 520억 정도의 세금을 2023년까지 납부 완료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런 주장은 심각한 명예훼손의 가능성이 있다”고도 했다.

임종윤·종훈 사장이 내달 한미사이언스 정기 주주총회에서 자신들을 사내이사로 선임하는 안건과 함께 권규찬 Dx&Vx 대표이사와 우리법연구회 소속 사봉관 법무법인 지평 변호사 등 4명을 한미사이언스 기타비상무이사·사외이사로 선임할 예정이라고 알려졌다. 이에 대해 시장에선 비판 목소리도 나온 상황이다.

이와 관련 임 사장은 “신약개발전문가인 권규찬 대표를 신약 개발과 거리가 먼 인사로 표현하거나, 상장사이자 매년 정규적인 감사를 받는 Dx&Vx의 사업을 마치 구멍가게 운영하는 것처럼 대주주 마음대로 이랬다 저랬다 했다는 식의 표현은 Dx&Vx 주주들과 임직원에게 손해를 끼치는 것이고, 심각한 명예 훼손”이라고 말했다.

임종윤 사장은 “주주, 고객과 임직원 여러분의 현명한 판단을 기대하며 앞으로 한미약품그룹의 신약개발, 제약보국의 기치 달성을 위해 최선을 다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한미사이언스에 대한 지주사로서 지위를 공고히 다지고, 선대 회장님의 유업인 전통과 혁신의 한미 신약개발 역사를 이어받아 한미 100년을 위해 흔들림 없이 나아가겠다”고 강조했다.

앞서 임종윤, 종훈 두 형제는 지난 9일 한미사이언스에 자신들과 이들이 지정한 4명의 후보자 등 6명을 한미사이언스 이사로 선임하는 안건을 주주총회에 상정해 달라고 주주제안권을 행사했다고 밝혔다. 발행 주식 총수의 3% 이상을 보유한 주주가 제안한 안건은 주총에 자동으로 상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