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대의대 생리학과 김동욱 교수가 서울 연세대의대 연구실에서 조선비즈와 인터뷰하고 있다. 김 교수는 줄기세포 연구에 "일생을 걸었다"라고 말했다./김명지 기자

부모님은 시골에서 농사를 짓는 촌부였다. 형편이 어려워 고등학교를 다닐 때부터 부잣집 과외를 하며 생활비를 벌었고, 학비와 책값은 로타리 장학금으로 충당했다. 서울의 고려대에 진학해서도 과외 아르바이트로 생활했고, 교우회 장학금으로 학비를 냈다. 대학 졸업 후 공부를 더 하고 싶었지만, 유학을 갈 형편이 도저히 안됐다.

직장 생활을 하며 일본 국비 유학 시험에 도전해 합격했다. 일본 유학을 가서도 재일 교포 학생들에게 영어를 가르치며 부모님에게 용돈을 보냈다. 서툰 일본어를 따라잡으려고 테이프가 늘어질 때까지 들었다. 고단한 시절은 축구를 하며 버텼다. 그러다 동경대 외국인 유학생 2000명을 대표하는 학생회장으로 국가별 축구시합을 열었다.

배아줄기세포에서 도파민 신경세포를 대량으로 생산하는 방법을 개발해 낸 연세대 의대 생리학교실 김동욱 교수의 얘기다. 그의 인생은 '줄기세포'로 점철돼 있다. 일본 동경대에서 생명공학으로 박사학위를 받고 미국 예일대 의대와 하버드대 의대를 거쳐 2003년 연세대 의대 교수로 부임했다.

그는 황우석 전 서울대 교수의 논문 조작 사건 이후인 2006년부터 국가 줄기세포사업단인 세포응용연구사업단 단장을 지냈다. 2012년부터 2017년까지 줄기세포기반 신약개발 연구단 단장을 맡았다. 40대 중반의 젊은 교수가 국가 사업을 맡자 항간에는 '뒷배가 있다'는 얘기가 나왔다. 하지만, 그는 개의치 않고 20년 동안 줄기세포만 파고 들었다. 그렇게 혈기 왕성한 실력파 교수는 이제 백발이 성성한 원로 과학자가 됐다.

그가 연구한 줄기세포 파킨슨병 치료제는 지난해 임상 1상에 진입했다. 파킨슨 치료제 임상 시험은 이번이 국내 최초다. 파킨슨병은 신경전달물질인 도파민을 만드는 신경세포가 소실돼 발생하는 퇴행성 질환이다. 도파민이 잘 분비되지 않으니, 뇌의 명령이 몸으로 잘 전달되지 않는다. 근육이 경직되고, 경련이 일어나 몸이 뻣뻣해져 일상생활이 점점 어려워진다 1960년대 개발된 뒤 현재 파킨슨병 치료제로 쓰이는 레보도파와 같은 약을 복용하면 증상을 늦출 수는 있지만, 5년까지가 한계다.

김동욱 교수(오른쪽에서 첫번째)의 줄기세포 세포응용연구사업단 단장 취임 사진. 김 교수는 지난 2006년 8월 정부 청사에서 취임식을 마친 후 김우식 부총리겸 과기부 장관, 연세대 총장과 기념사진을 찍었다./연세대의대 생리학과 김동욱 교수 제공

전세계 연구진들은 줄기세포로 도파민 신경세포를 분화시켜 뇌에 이식하는 치료법 개발에 뛰어들었다. 절반의 성공이었다. 효과는 있었지만 도파민 신경세포를 줄기세포에서 얼마나 많이 뽑아내는 지 수율이 문제가 됐다. 김동욱 교수팀은 저분자 화합물을 이용해 순도와 수율을 높였다. 김 교수팀의 동물실험 결과는 최근 국제 학술지 '셀 스템 셀(Cell Stem Cell)'에 실려 큰 주목을 받았다.

김 교수는 "파킨슨병 치료제 개발에 인생을 걸었다"고 말했다. 그 이유를 묻자 "어린 시절 장학금을 받을 때마다 면접관들에게 '훌륭한 사람이 돼 사회에 기여하겠다'고 말했다"며 "그래서 그런지 언젠가는 사회로부터 받은 혜택을 환원해야 한다는 생각을 늘 마음 한켠에 갖고 있다"고 말했다. 배아줄기세포는 파킨슨병과 같은 난치성 질환을 고치는 열쇠가 될 수 있을까. 그리고 김 교수는 부채의식을 털어버릴 수 있을까. 김 교수를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의대 연구실에서 만났다. 다음은 일문일답.

-배아줄기세포를 도파민 세포로 고수율로 분화하는 법을 개발했다고 들었다. 어떤 매커니즘인가.

"줄기세포를 도파민 신경세포로 분화할 때 쓰이는 몇 가지 신호 전달 과정을 저분자 화합물로 조절했다. 지금까지는 저분자 화합물과 재조합 단백질을 섞어서 분화하는 것이 일반적인데, 저분자화합물만 사용했더니 신호 조절이 더 잘 되면서, 훨씬 높은 순도의 고수율 도파민 세포를 만들 수 있었다."

-독일 제약사 바이엘이 미국에서 배아줄기세포를 활용한 파킨슨 줄기세포치료제 임상 2상에 들어갔다. 같은 방법인가.

"유사한 방법이다. 다만 아시아에서는 우리가 최초다. 그리고 우리가 제작한 도파민 세포의 순도가 훨씬 높다. 동물 모델에서 도파민 생존, 운동기능 회복에서 우리가 더 우수했다. 순도 높은 도파민 세포를 대량으로 생산할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이론적이기는 하지만 우리 팀의 방법으로는 단 한 번 분화에 약 3조 1800억 개의 세포를 생산해 낼 수 있다. 이는 파킨슨병 환자 25만 명을 치료할 수 있는 양이다."

-파킨슨병 환자 대상 임상 1상을 진행 중이라고 들었다. 진행 과정은 어떤가.

"파킨슨병 환자 12명을 대상으로 줄기세포를 이식하는 임상 1/2a를 무사히 마쳤다. 임상을 담당한 세브란스병원 장진우, 이필휴 교수가 조만간 2차 경과 발표를 할 예정이다. 지난 9월 1차 경과 발표에서 수술 받은 환자 모두 특별한 부작용이 없고, 증상도 호전됐다. 환자들은 앞으로 운동 회복 검사 외에 인지검사, 활력징후 체크, 실험실적 검사, 뇌 MRI, CT등을 통한 안전성 확인, 뇌 PET을 통한 이식 도파민 세포의 생착 여부 등을 확인하게 된다."

김동욱 교수(오른쪽에서 첫번째)가 연구원들과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김동욱 교수 제공

-종양원성 시험 결과는 어땠나. 줄기세포라고 하면 다들 '암세포' 가능성을 우려한다.

"1년에 걸친 대규모 비임상 동물 실험에서 종양은 관찰되지 않았다. 10년 전만 해도 종양에 대한 우려가 있었지만, 지금은 다르다. 기술이 많이 발전했고, 연구가 축적됐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을 비롯해 전세계에서 승인을 받아 임상 중인 줄기세포 치료제 임상 건수가 33건에 이른다."

-파킨슨병 치료에 줄기세포가 왜 효과적인가.

"다양한 세포가 문제를 일으켜 발생하는 뇌졸중, 척수 손상, 알츠하이머 치매와 같은 뇌질환과 달리, 파킨슨병은 중뇌 흑질부에 도파민을 분비하는 신경 세포에 문제가 있어서 생긴다. 이건 돌려 말하면 도파민 세포만 잘 만들어내면 병을 고칠 수 있단 뜻이다."

-교과서에 나오는 이론적인 내용 아닌가.

"이론이 아니다. 지난 35년 이상 태아의 중뇌 조직을 파킨슨 환자에게 이식하는 임상이 전세계적으로 시도됐다. 효과가 좋은 경우도 있고 나쁜 경우도 있었는데 좋은 경우는 도파민 약을 끊고 10년 이상 일상 생활을 할 수 있을 정도로 증상이 호전됐다. 태아 중뇌 조직보다 더 높은 순도의 도파민 세포를 배아줄기세포에서 만들어 이식하면 더 효능이 우수하지 않겠나."

-줄기세포 연구에서 어느 나라가 가장 앞서 있나.

"미국과 일본이 앞서가고 있다. 미국과 일본 팀은 연구비 규모나 연구인력 구성면에서 우리와는 상대가 안되는 엄청난 파워를 갖고 있다. 이런 팀들과 경쟁을 한다는 것은 참으로 쉽지 않은 일이다."

-줄기세포 치료제를 미국에서 임상하는 것도 고려하고 있나.

"미국 FDA 임상 신청도 고려하고 있다. 미국 임상 신청 시기는 현재 국내에서 진행되는 임상시험의 초기 결과가 나오는 시기가 될 것으로 생각한다. 에스바이오메딕스가 치료제를 개발하는 회사인데, 이에 대한 종합적 고려를 하고 있다."

-에스바이오메딕스에 대해 좀 더 설명해줄수 있나.

"내가 최고기술책임자(CTO)겸 공동대표로 있다. 2개의 핵심 원천 플랫폼 기술을 갖고 있고, 149개 특허를 출원 및 등록했고, 현재 4개 후보물질이 임상에 들어가 있다. 현재 임상이 가장 앞서 있는 것은 파킨슨병 치료제와 중증 하지 허혈 치료제(FECS-Ad)다. 둘 다 임상 1/2a에 대한 환자 투여를 마쳤다."

연세대의대 생리학과 김동욱 교수

-중증 하지 허혈 치료제는 뭔가

"중증 하지 허혈은 허벅지, 종아리, 발 등 다리 부분에 혈액을 공급해 주는 주요 혈관이 막혀 생기는 병이다. 극심한 고통과 함께 증상이 악화하면 발 끝이 썩는다. 이 병을 줄기세포로 치료하는 것이다. 현재까지 임상시험에서 환자의 통증감소 효과가 매우 우수했다. 추적관찰까지 완료된 13명에서 77.4%의 통증 감소 효과를 보였다. 기존 세포치료제 및 유전자치료제보다 월등히 우수하다는 평가다."

-제약 바이오 산업 육성을 위해서 정부에 바라는 정책이 있다면 어떤 것이 있을까.

"임상 시험 신청건수가 많이 늘어나고 있으니, 허가 담당 인력 충원이 필요해 보인다. 그리고 규제완화가 필요하다. 예를 들어 줄기세포 치료제의 안전성이 동물실험으로 충분히 입증됐는데도, 치료제 생산에 사용되는 원료의 안전성 자료를 지나치게 요구한다. 원료는 잔존 불순물 등으로 관리하고, 동물실험 등을 통해 안전성이 확보된 의약품은 임상 단계로 빠르게 진입할 수 있도록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허가 당국의 가이드라인에도 모호한 내용이 너무 많다."

-후배들에게 꼭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신약 개발에는 인내와 집념과 뚝심이 있어야 한다. 수십년 동안 기초 연구를 했지만, 이 결과를 갖고 식약처에서 임상 허가 받고 임상 들어가는 것만 해도 엄청난 노력이 필요했다. 줄기세포 치료제는 기존 약물의 한계를 뛰어 넘을 수 있는 잠재력이 분명히 있다. 나는 파킨슨병 세포 치료제 개발에 내 인생을 걸었다. 반드시 성공시킬 것이다."

참고 자료

Cell Stem Cell(2023), DOI: https://doi.org/10.1016/j.stem.2023.11.0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