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으로 암·당뇨 진단은 물론 조상에 대해서도 알아볼 수 있는 서비스를 상용화한 미국 유전자분석업체 '23앤드미(23andMe)'가 빠르게 추락하고 있다.
31일(현지 시각)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3앤드미가 2021년 6월 상장 이후 시장가치가 60억 달러(약 8조원)에 달했으나, 지금은 회사의 평가 가치는 최고점에서 98%까지 떨어져 거의 제로(0)가 됐다고 보도했다. 현재 23앤드미의 주가는 73센트(약 972원)에 머물고 있다.
2006년 설립된 23앤드미는 한때 실리콘밸리의 대표적인 성공 사례로 꼽혔다. 구글의 투자를 받아 의료기관을 거치지 않고 199달러(약 26만원)의 가격으로 암, 당뇨, 파킨슨병 등의 발병 위험을 알려주는 유전자 검사 서비스를 미 식품의약국(FDA)의 허가를 받아 상용화했다. 전용 키트에 침을 뱉어 업체에 보내기만 하면 혈통 정보를 받을 수 있는 서비스도 인기를 끌었다.
그러나 WSJ에 따르면 23앤드미는 지난해 3차례 해고에 자회사 매각으로 직원을 4분의 1까지 줄여가며 회사 회생을 위해 노력하는 중이다. 혈통 정보와 건강 데이터를 제공하는 업체에서 의료 기업으로 전환하려는 목표를 세웠으나 수익을 낸 적이 없어 내년에는 현금 고갈을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다. 14억 달러(약 1조 9000억원)에 달하는 투자를 받았으나 그중 20% 정도만 남아있다.
23앤드미의 급격한 추락에는 서비스의 한계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DNA 검사를 하더라도 주요한 결과를 얻는 경우는 거의 없으며, 회사가 DNA 정보를 바탕으로 신약을 개발하더라도 오랜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이외에 고객 690만 명의 정보를 유출해 집단소송에도 휘말린 데다 금리가 오르고 소규모 제약사의 주식이 급락하면서 상황은 더 어려워졌다.
구글 공동 창업자인 세르게이 브린의 전 부인인 앤 워치츠키 23앤드미 공동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는 WSJ에 "낮은 주가는 소규모 제약사 주식의 하락세 때문이고, 회사 비전도 실행하지 못하고 있다"며 "자신들에게 부정적인 사람들에게는 그들이 틀렸다는 것을 증명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워치츠키 CEO에 대해 패트릭 정 23앤드미 이사회 멤버는 "워치츠키는 온갖 장애물에도 자신의 큰 비전을 고수한 훌륭한 창업자"라면서도 "여러 제약에 대해 일부러 아무것도 모르는 체하고 있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워치츠키 CEO가 지난해 자신을 포함한 세 자매를 닮은 바비 인형을 제작하도록 한 것처럼 자신의 명예에만 집착한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