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근당건강에서 출시한 당뇨병 환자용 특수의료용도 식품 '당코치 제로' /종근당 제공

##경기도 고양시에 사는 이모(71)씨는 지난해 가을 폐암 말기 판정을 받았다. 통원 치료를 받으며 부작용이 나타나면서 식욕이 떨어진 이씨는 의사와 상담을 통해 암 환자를 위해 제작된 음식을 사먹기로 했다. 항암제를 맞고 귀가하면 씹고 삼키는 것 자체가 힘든데, 그동안은 병원에서 먹는 환자식을 구하기 어려웠다. 이씨는 요즘 국내 제약사가 출시한 마시는 방식의 환자식을 먹고 있다.

최근 '메디푸드(환자식)'가 제약사들의 새 먹거리로 떠오르고 있다. 사회가 고령화하면서 당뇨·고혈압·이상지질혈증 같은 만성질환 환자가 늘었고, 정부 규제가 완화되면서 메디푸드에 대한 잠재력이 새롭게 부각되고 있다.

23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종근당건강은 지난해 5월 암 환자용 환자식인 '닥터케어 캔서코치'를 출시했다. 이달 10일에는 당뇨병 환자를 위한 영양 조제 식품 '닥터케어 당 코치 제로'도 출시했다. 이 제품은 당뇨병에 걸려 혈당조절이 필요한 환자들이 마실 수 있도록 제조한 음료다. 종근당건강은 한국당뇨협회와 함께 제품을 개발했다.

종근당바이오 관계자는 "지난해 제품 출시 이후 종근당 헬스웰 매장과 온라인몰로 일반인 마케팅에 주력해 왔다"며 "그런데 최근 의료 현장에서도 제품에 대한 문의가 늘고 있어 고무적이다"라고 말했다.

이 회사는 얼마 전 일반인 대상 홍보 일환으로 배우 류수영을 기용한 제품 광고를 시작했다. 올해는 의료진과 영앙사들이 참가하는 영양학회에 참가해 의료진 홍보도 병행할 계획이다. 이 관계자는 "당 코치 제로 음료는 당뇨병 환자 뿐만 아니라, 건강 관리에 예민한 소비자군까지 공략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최근 환자식 시장은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의 식품산업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내 특수의료용도 식품 생산액은 2020년 824억원에서 2022년 982억원으로 19.2% 늘었다. 공사는 전 세계 특수의료용도 식품 시장 규모는 지난 2017년 67억 달러(약 9조원)에서 2028년 124억 달러(약 16조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지금까지 환자식은 식품업체들이 시장을 주도했다. 대상웰라이프와 현대그린푸드는 주로 종합병원 영양사들을 대상으로 영업을 집중해왔다. 제약업계는 중증 환자·환자 전 단계까지 환자의 상태에 따라 환자식의 종류가 다양해지면서 시장에서 기회가 열리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병원에 입원한 환자들은 물론 통원 치료를 받는 환자를이 간단히 구입해 먹을 수 있는 팩이나 캔 포장은 승산이 있다고 본 것이다. '의약품'으로 쌓아온 신뢰를 바탕으로 소비자 직접 마케팅에 나선다면 환자식이 건강기능식품에 이어 시장 확대의 기회가 될 수 있다.

한독은 2013년 외국계 식품업체인 다논과 함께 우유 알레르기 환아를 위한 '압타밀 펩티 시네오', 크론병 환자용 '엘리멘탈028엑스트라' 2종을 비롯해 총 16종의 환자식을 판매하고 있는데, 제품군 확대도 검토 중이다. 한독 관계자는 "희귀 질환 환자식은 시장성보다는 사회적 기여의 차원에서 판매해 왔다"며 "하지만 환자식을 찾는 환자군이 다양해지는 만큼 다른 제품 발매 가능성까지 열어두고 있다"고 말했다.

환자식을 취급하는 제약사들의 관련 매출도 빠르게 늘고 있다. 대웅제약이 지난 2007년 매일유업과 손잡고 설립한 환자식 전문 기업 '엠디웰아이엔씨'의 매출은 지난 2018년 115억 원에서 지난 2022년 194억 원으로 2배가 됐다.

정부와 정치권도 메디푸드 시장 확대를 염두에 두고 제도 개선에 나서고 있다. 환자식은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영양 조성 기준을 맞추면 특수의료용도 식품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 정부는 농림축산식품부와 식약처가 지난 2019년 5대 유망 식품 중 한 부문으로 특수의료용도 식품을 선정하고 시장 육성 계획을 발표했다. 식약처는 지난 2020년 특수의료용도 식품을 독립된 식품으로 분류하고, 오는 2026년까지 표준제조 기준을 현행 7종에서 12종으로 확대하는 계획을 밝혔다.

제약업계는 특수의료용도 식품이 국민건강보험에 적용되면 식품 시장의 판도를 바꿀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전혜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2022년 '의료용 식품에 관한 법률안'을 대표발의했다. 그동안 '식품위생법'으로 관리하던 특수의료용도 식품을 별도의 의료용 식품으로 정의하고 그 특성에 맞는 관리를 하자는 취지다. 전 의원은 또 특수의료용도 식품을 요양급여 대상으로 정해 부담을 완화하자는 건강보험법 개정안도 발의했다.

행정안전부의 '2023년 말 기준 주민등록 인구통계'에 따르면, 70대 이상 인구는 631만9402명으로, 20대 인구 619만7486명을 건국 이래 처음으로 넘어섰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지난해 공개한 '2022년 손에 잡히는 의료 심사·평가 길잡이'에 따르면, 간 질환과 호흡기 결핵을 제외한 만성질환자 수는 모두 전년 대비 증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