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CI그룹과 한미약품(128940)그룹의 통합에 대해 고(故) 임성기 한미약품 창업주의 장남이자 통합을 주도하는 임주현 사장의 친오빠인 임종윤 코리그룹 회장 겸 한미약품 사장이 법적 대응을 예고하고 나섰다. 임 회장은 이번 통합 과정에서 함께 배제된 동생 임종훈 한미약품 사장과 손잡고 경영권 확보를 위한 행동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코리그룹 관계자는 15일 조선비즈와 통화에서 “OCI와 한미약품그룹의 통합 계약에 대한 가처분 신청 등 가장 먼저 활용 가능한 법적대응 절차에 조만간 나선다”며 “임 회장은 차남 임종훈 사장과 이런 내용을 공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두 그룹은 지난 12일 이사회를 열고 OCI그룹 지주사 OCI홀딩스와 한미약품그룹 지주사 한미사이언스 간 현물출자와 신주 발행 취득 등을 통해 그룹 간 통합 계약을 체결했다. 이번 계약은 송 회장과 임주현 사장이 주도한 것으로 전해졌다. 거래가 종료되면 OCI홀딩스는 한미사이언스 최대 주주(지분율 27%)에 오른다.
코리그룹 관계자는 “이번 계약이 경영권 분쟁상황에서 이뤄진 3자배정 유상증자이기 때문에 법적 효력이 없다”라고도 주장했다. 한미약품과 OCI 통합 지주사가 출범하면 이우현 OCI 회장과 임주현 한미약품 사장이 각자 대표이사를 하게 된다. 임 회장은 경영권을 넘기는 것은 이사회 의결은 물론 주주총회에서 결의할 사항이라고 봤다.
OCI홀딩스는 송영숙 회장 등 3인이 보유한 한미사이언스 주식과 임주현 사장이 보유한 한미사이언스 주식을 확보하고 한미사이언스가 진행하는 제3자 배정 유상증자 참여해 지분을 확보하게 된다. 임 회장은 법적 대응 방법으로 유상증자 작업과 관련해 주식 발행 금지 가처분 신청, 이사회 의결 무효 처분 가처분 신청 등을 검토하고 있다.
임 회장은 오는 3월 예정된 한미사이언스 정기 주주총회 표 대결까지도 염두에 두는 것으로 보인다. 임 회장이 보유한 한미약품그룹 지주사인 한미사이언스의 지분은 9.91%다. 이는 송영숙 회장의 지분 12.56%보다도 적고, 임주현 사장의 지분 7.29%를 합하면 절반 수준으로 떨어진다. 그러나 차남 임종훈 사장,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과 연대하면 승산이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이달 11일 기준 한미사이언스 지분은 임종훈 사장과 신 회장이 각각 10.56%, 11.52%를 보유하고 있다. 두 사람과 임 회장 지분을 합하면 31.99%에 이른다.
임 회장과 임종훈 사장은 어머니인 송영숙 회장으로부터 이번 거래에 대한 계약서를 공유받지 못했다. 코리그룹 관계자는 “지난 14일 임 회장과 이우현 회장이 만난 자리에서도 계약서 문제가 나온 것으로 안다”며 “이 회장은 동석한 김남규 라데팡스 대표에 임종윤 회장과 어째서 계약서를 공유를 하지 않았는지 물었다”고 설명했다.
이우현 OCI회장과 임종윤 회장은 이 회장이 일본 출장에서 귀국하는 오는 23일 다시 만나기로 했다. 코리그룹 관계자는 “송 회장이 계약서를 공유해야 하고, 그 안에 합의되는 과정이 나올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임종훈 사장도 답답함을 느끼는 것으로 안다”라며 “임 회장이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과도 계속 대화를 하고 있다”고도 말했다.
그는 이어 “임 회장은 상속세 과정을 해결하기 위해서 지난 3년 동안 사모펀드를 모으는 등의 작업을 해왔다”며 “다만 가족간에 원만하게 해결을 해 보려고 했는데, 일이 갑자기 이렇게 돼 놀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임주현 사장이 임성기 회장을 도운 것이 맞지만, 경영이라기 보다는 인재관리(HR) 쪽에서만 근무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