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약품그룹이 OCI그룹과의 통합을 추진하는 가운데, 고(故) 임성기 창업 회장의 장남 임종윤 사장이 통합과 관련해 “어떤 고지나 정보·자료도 전달받은 적 없다”고 밝혔다.
임 사장의 어머니 송영숙 한미사이언스 회장과 여동생 임주현 한미약품 사장이 주도한 양 그룹 간 통합이, 통합 과정에서 배제된 임종윤 사장과 차남 임종훈 사장의 반대로 좌초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지난 12일 한미약품그룹은 지주사인 한미사이언스의 지분 27.0%와 OCI그룹 지주회사인 OCI홀딩스 지분 10.4%를 맞교환해 그룹을 통합하겠다고 발표했다. 27.0%는 각각 구주 및 현물출자 18.6%, 신주발행 8.4%로 이뤄진다. OCI홀딩스 지분은 임주현 사장 등 한미사이언스 주요 주주가 취득한다. 발표대로 지분 거래가 완료되면 OCI홀딩스가 한미사이언스 최대 주주가 된다.
이에 대해 임종윤 사장은 지난 13일 자신의 회사인 ‘코리그룹’의 X(옛 트위터)를 통해 “한미 측이나 가족으로부터 어떠한 형태의 고지나 정보·자료도 전달받은 적이 없다”며 “현 상황에 대해 신중하고 종합적으로 파악한 후 공식적인 입장을 표명하겠다”고 밝혔다.
임종윤 사장은 한미약품그룹 지주사인 한미사이언스의 지분 9.91%를 보유하고 있으나, 지난 2022년 3월 한미사이언스 대표이사에서 물러났다. 현재는 한미약품의 사내이사이자 미래전략 총괄 사장을 맡고 있다. 한미약품 외에도 바이오헬스케어 기업 디엑스앤브이엑스(Dx&Vx) 최대 주주이자, 지난 2007년 홍콩에 설립한 개인 회사인 코리그룹 회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임종윤 사장 측은 우선 행동주의펀드나 사모펀드 등을 통해 대응 방안을 모색하면서, 향후 임시이사회 소집 요구나 가처분신청 등 법적 대응까지 검토하겠다는 입장으로 알려졌다. 다만 임종훈 사장이 한미사이언스의 사내 이사가 아니기 때문에 적법하게 이뤄진 이사회의 지분 교환 결의를 실효성 있게 막을 만한 방법은 많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본격적인 경영권 분쟁으로 비화할 경우에는 임종윤 사장이 연대를 통해 지분 대결을 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연대의 대상으로는 동생 임종훈 한미정밀화학 사장과 임성기 회장의 고향·고교 후배였던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이 꼽힌다. 임종훈 사장과 신동국 회장의 지분은 각각 10.56%, 11.52%다.
오너 가(家) 외의 인물인 신 회장까지 거론되는 것은 신 회장의 지분이 ‘캐스팅 보트’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11일 기준 송영숙 회장의 지분이 11.66%, 임주현 사장의 지분이 10.20%로 두 사람의 지분을 합치면 21.86%다. 우호 지분인 가현문화재단(4.90%), 임성기 재단(3.0%)을 더 하면 29.76%다. 여기에 친·인척의 특수관계인 지분이 더해질 수 있다. 반면 임종윤·종훈 형제의 지분 합은 현재 20.47%다. 신 회장의 지분이 더해져야 31.99%로 통합을 막을 수 있다.
통합이 발표대로 완료될 경우 OCI홀딩스가 27.03%의 한미사이언스 지분으로 최대 주주가 되고,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11.12%), 임종윤 사장(11.10%), 임종훈 사장(6.59%)이 뒤를 잇게 된다. 이 경우에도 신 회장과 임종훈 사장을 우군으로 끌어들여야 28.81%로 세 대결이 가능해진다.
변수는 임종훈 사장과 신 회장이 과연 한미사이언스의 경영 분쟁에 참여할지 여부다. 임종훈 사장은 통합과 관련해 아직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특히 신 회장은 지금껏 한미약품그룹의 경영에 별다른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는 점에서 경영권 분쟁을 관망하거나, 더 좋은 매수 조건을 제시하는 측에 협조할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한미약품그룹 측은 임종윤 사장의 반발과 관련해 14일 입장문을 내고 “이번 통합 절차는 한미사이언스 이사회 구성원 만장일치로 결정된 사안”이라며 “임종윤 사장은 한미약품 사내이사이지만, 지주회사인 한미사이언스 이사회에는 속해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임종윤 사장이 대주주로서 이번 통합에 대해 의견을 표명한 것으로 알고 있으며, 지속적으로 임 사장과 만나 이번 통합의 취지와 방향성에 대해 설명해 이번 통합이 차질 없이 진행될 수 있도록 노력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OCI 측은 별다른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