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주요 제약사들이 지난해 연말 정기 인사에서 사장급 인사를 단행했다. 경영을 진두지휘할 사장급 인사는 기업이 직면한 과제와 전략에 대한 고민이 담겨 있다.
셀트리온(068270)은 셀트리온제약(068760)과 2차 합병을 앞두고 재무통인 신민철 재무책임자(CFO)를 사장에 선임했다. 삼진제약(005500)은 가업 승계를 앞둔 오너 2세들을 사장에 선임했다. 동화약품(000020)은 화장품 미용의료기기 등으로 보폭을 넓히기 위해 전략통인 이인덕 경영전략본부장을 부사장에 승진 임명했다.
◇ 2차 합병 앞둔 셀트리온, 1차 합병 책임자 고속 승진
셀트리온은 지난달 28일 셀트리온과 셀트리온제약의 합병을 마무리하고 통합 셀트리온 체제를 출범했다. 통합 셀트리온 체제와 함께 창업주 서정주 회장의 2세인 서진석 이사회 의장이 경영사업부 총괄 대표로, 기우성 셀트리온 대표는 제조개발사업부 총괄 부회장으로, 김형기 셀트리온헬스케어 대표는 글로벌판매사업부 총괄 부회장으로 각자 대표체제를 만들었다.
셀트리온 그룹은 올초 후속 인사로 사장급 인사를 단행했다. 신민철 셀트리온 재무책임자(CFO) 부사장이 사장으로 승진하고, 이혁재 경영지원부문장은 전무에서 수석부사장으로 승진했다. 셀트리온헬스케어의 CFO인 이한기 전무는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신 신임 사장은 1971년생으로 한영회계법인 회계사 출신의 재무통이다. 지난해 셀트리온과 셀트리온제약의 합병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신 사장은 재무본부와 관리본부, 투자자설명회(IR)가 소속된 관리부문장을 지냈다. 부사장으로 승진한 지 2년 만에 사장으로 승진하게 됐다. 올 상반기 안으로는 셀트리온헬스케어와의 추가합병을 통해 '거대 셀트리온'으로 거듭나는 과정을 진두 지휘할 예정이다.
이 신임 부사장은 1975년생으로 제조 부문과 개발, 임상, 경영지원 등 여러 분야를 거쳤다. 지난 2016년 40대 초반의 나이에 이사로 승진한 이후 2~3년 만마다 고속 승진을 거듭했다.
◇ 일동제약, R&D 투자와 조직 안정화 '두 마리 토끼' 겨냥
일동제약(249420)은 지난해 5월 임원의 20%을 감원하고 남은 임원들은 급여 20%를 반납하는 등 사업 구조를 재정비하고 있다. 신약 연구개발(R&D)에만 1000억원 이상을 쏟아붓는 과정에서 실적이 악화했기 때문이다. 구조조정 후인 지난 9월 최고운영책임자(COO)를 맡아 조직을 추스른 이재준 부사장이 사장으로 승진해 R&D와 조직 안정 작업을 주도할 것으로 보인다.
이 사장은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대를 졸업하고 석사를 받았다. 미국 노스웨스턴대에서 의공학 박사 과정을 마치고 글로벌 컨설팅 업체 AT커니에서 헬스케어와 제약·바이오 분야 수석 컨설턴트로 활동했다.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 상무이사, 영진약품 대표를 거쳐 2022년 일동제약에 글로벌사업본부장으로 합류했다. 이 사장은 일동제약의 조직을 추스르는 한편 그동안 확보한 파이프라인을 통해 R&D에 더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 사업다각화 노리는 동화약품, 타법인 투자 전문가를 사장으로
동화약품은 고(故) 윤창식 창업주와 고 윤광열 명예회장, 윤도준 회장에 이어 윤인호 부사장으로 이어지는 오너 4세 경영이 가시화하고 있다. 윤 부사장은 그동안 기존 일반의약품(OTC) 중심의 매출 구조에서 벗어나기 위해 지난 2020년부터 4년간 의료기기·디지털 치료제·해외 약국 체인 등 타법인 신규 투자에 900억원 이상을 투입해 사업다각화를 노리고 있다.
지난해 인사에서는 이인덕 경영전략본부장을 부사장으로 임명했다. 이 부사장은 이런 사업다각화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 이 부사장은 LG생활건강을 거쳐 지난 2018년 동화약품으로 옮겼다. 2020년 9월 221억원에 의료기기 업체 메디쎄이를 인수하는 데 공을 세웠다. 동화약품은 지난 2019년까지 의료기기 쪽 매출이 전무했는데 메디쎄이를 인수한 뒤 2020년 매출은 44억원, 2021년 201억원, 2022년 235억원, 2023년 3분기 누계 185억원으로 매년 성장했다. 이 부사장은 승진 후에도 동화약품의 타법인 투자를 이끌 예정이다.
◇ 2세 시대 본격 막 올린 삼진제약
삼진제약은 최근 오너 2세 승계에 속도를 내고 있다. 경영관리와 생산 총괄하는 조규석 부사장과 영업 마케팅을 총괄하는 최지현 부사장을 각각 사장으로 선임했다. 두 사장은 지난 1970년 삼진제약의 모체인 삼진상사를 공동 창업한 조의환 회장과 최승주 회장의 장남·장녀다.
1971년생인 조 사장은 미국 텍사스대에서 회계학 석사를 취득하고 삼일회계법인에서 근무했다. 삼진제약 입사 후에는 경영관리, 기획, 회계 업무를 맡았다. 최 사장은 1974년생으로 홍익대에서 건축학 석사 학위를 받고 삼진제약에 입사해 마케팅과 영업을 담당했다.
삼진제약 오너가의 차남·차녀들도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영업 총괄본부장 조규형 전무와 경영지원·기획·마케팅 커뮤니케이션을 담당한 최지선 전무 이야기다. 조 부사장은 1975년생으로 기획·영업 관리를 맡고 있다. 최 부사장은 1977년생으로 우성식품 홍보·마케팅부장, 이큐버스 대표를 거쳐 삼진제약에 입사해 마케팅과 커뮤니케이션을 맡고 있다.
◇ 광동제약, 차기 먹거리 '건기식' 전문가 부사장에
최성원 광동제약 대표이사 부회장은 지난달 창업주인 선친 최수부 전 회장의 별세 10년 만에 회장 자리에 올랐다. 같은 승진 인사에서는 천연물융합연구개발본부장 구영태 전무이사가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구 부사장은 1963년생으로 풀무원식문화연구원센터장을 거쳐 지난 2017년 광동제약에 합류했다. 식품연구개발 총괄을 맡다가 최 회장이 2021년 천연물의약품과 건강기능식품 개발을 위해 만든 천연물융합연구개발본부에서 본부장을 지냈다.
최 회장은 최근 건기식 분야에 공을 들이고 있다. 자회사 KD헬스바이오를 만드는 한편, 건기식 업체 비엘헬스케어를 인수하기도 했다. 구 부사장은 두 회사의 사내이사에 선임돼 건기식 시장 진출의 선두에 설 것으로 예상된다.
◇ 베트남 공장 집중하는 삼일제약, 사장에 품질관리 전문가
삼일제약에서는 1964년생 오경철 부사장이 사장으로 승진했다. 전남대에서 제약학을 전공한 오 사장은 삼일제약에 지난 1990년 입사해 평사원에서 사장까지 오르며 월급쟁이 신화를 썼다. 입사 이후 품질관리 외길을 걸어 현재도 생산 총괄을 맡고 있다.
업계에서는 오 사장의 승진에 지난 2022년 11월 완공된 삼일제약의 베트남 CMO(위탁생산) 공장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고 있다. 오너가 3세 허승범 회장은 올해 시무식에서 글로벌 파트너사와의 협력을 강화하고 위·수탁 사업을 지속적으로 확장해 중대형 제약사로 성장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삼일제약은 베트남 공장을 글로벌 생산 전초기지로 구축하고 있다. 올해 베트남을 시작으로 향후 2~3년내 미국과 유럽에서 GMP(의약품 품질 기준) 승인을 얻으려면 품질관리가 필수적이다.
대원제약(003220)은 관리본부 김연섭 전무가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R&D부문 김주일, 영업부문 조봉철 부사장과 함께 조직의 시너지를 극대화하기 위한 인사라는 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