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리 굿하트 인튜이티브 서지컬 CEO/인튜이티브 서지컬

다빈치 수술로봇을 개발한 인튜이티브 서지컬의 게리 굿하트 최고경영자(CEO)는 위고비, 젭바운드와 같은 글루카곤유사펩타이드(GLP-1) 유사체 기반의 비만 치료제의 인기로 비만 수술 수요가 줄면서 수술 로봇 성장세가 느려지고 있다고 말했다.

굿하트 CEO는 10일(현지시각) 오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JP모건 헬스케어 컨퍼런스에서 "GLP-1 비만치료제가 등장한 이후 비만 수술 둔화세가 계속해서 나타나고 있다"며 이 같이 밝혔다. 그는 "수술로봇 시장은 여전히 커지고 있다"면서도 "성장 속도는 느려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인튜이티브에 따르면 지난해 비만 수술 부문의 성장률이 한 자릿수 중반대로 감소했다. 회사는 올해에도 이 같은 감소세는 지속될 것으로 봤다. GLP-1 비만치료제가 등장하기 전까지만 해도 비만 분야는 인튜이티브의 가장 유망한 사업으로 통했다.

5년 전만 해도 고도비만 환자에게 가장 안전하고 효과적인 치료법으로 수술이 꼽혔다. 고도비만은 단순 약물로 치료가 어려운 질환이라고 봤기 때문이다. 복강경 수술이 도입되면서, 수술 환자의 합병증이 줄고 수술 후 회복 시간도 빨라졌고, 로봇이 도입되면서, 수술의 난이도가 낮아졌다.

로봇을 활용하면 대표적인 비만수술인 루와이 우회술과 위소매 절제술의 수술 시간은 1시간~1시간 30분이면 할 수 있다. 마취시간을 포함해도 3시간이면 수술을 마칠 수 있게 됐다. 이 때문에 국내에서도 로봇 장비를 갖춘 병원에서도 비만 대사 수술을 한다. 그런데 GLP-1 치료제가 나오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굿하트 CEO는 "의료 기업은 질병에 대한 접근에서부터 경쟁을 하는데, 이 부분이 가장 대응하기가 어렵다"며 "GLP-1 비만치료제가 가장 완벽한 사례"라고도 말했다. GLP-1 치료제가 비만이라는 질병에 대한 접근을 바꾸는 근본적 변화를 일으켰다는 것이다.

굿하트 CEO는 올해 회사 경영의 장애물로 GLP-1 비만치료제와 함께 중국의 불확실성과 신제품 출시에 따른 제조 역량 문제를 꼽았다. 그는 "중국 정부의 부패 방지 정책 등을 병원 입찰이 계속 지연되고 있고, 이로 인해 설치 기반 성장이 지연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수술로봇이 비만 수술에만 쓰이는 건 아니다. 인튜이티브의 미국과 일본 등 선진국 매출은 계속 성장하고 있다. 굿하트 CEO는 "미국에서 로봇 일반 수술이 훌륭하게 성장하고 있고, 유럽과 일본의 사용량도 고무적이다"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인튜이티브의 수술 로봇 매출은 22% 성장하는 등 총 매출은 14% 증가할 전망이다. 다빈치의 시술 건수는 18% 늘었고, 이 회사 주가는 6개월 만에 최고 수준으로 급등했다. 인튜이티브의 주가는 10일 오전 주당 350달러를 넘으며 시총 1165억 달러(약 153조원)을 돌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