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한양행(000100)이 창립 100주년을 맞는 2026년까지 글로벌 랭킹 50대 제약사에 진입하겠다고 밝혔다. 폐암신약 '렉라자'의 성공 신화를 이을 다음 타자로 항암제와 알레르기 치료제에 역량을 모으겠다는 전략도 내놨다.
김열홍 유한양행 연구개발(R&D) 총괄 사장은 9일(현지 시각)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2024 JP모건 헬스케어 컨퍼런스' 아시아태평앙(APAC) 트랙 발표 무대에서 "향후 2026년까지 혁신 신약을 2개 이상 글로벌 시장에 출시하고 글로벌 상위 50위의 제약사로 도약해 세계 시장에서 당당히 경쟁하겠다"고 밝혔다.
김열홍 사장은 비소세포폐암 신약 '렉라자'와 관련된 발표에서 유한양행이 직접 진행한 렉라자 단독요법의 글로벌 임상3상 결과와 존슨앤드존슨 이노베이티브 메디슨(J&J)이 진행한 병용요법의 글로벌 임상3상 결과를 설명했다. 직접 글로벌 3상을 진행해 본 경험이 다음 혁신신약을 준비하는 유한양행의 자신감을 내비쳤다. 이번 발표에는 오세웅 중앙연구소장(부사장) 등 유한양행을 이끄는 핵심 임원도 참가했다.
한국 전통 제약사 중에서 올해 JP모건 공식 초청을 받아 발표에 나선 기업은 유한양행이 유일하다.
유한양행이 2019년도 JP모건 헬스케어 컨퍼런스에서 '렉라자'의 기술수출로 주목은 받은 지 5년 만에 다시 시장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 신약 연구 개발을 거쳐 상용화에 성공해 시장에서의 상업적 성과가 가시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유한양행은 존슨앤드존슨(J&J)매출에서 일정비율의 로열티를 수령하게 된다.
유한양행은 지난 2018년 미국의 글로벌 제약사 J&J 이노베이티브 메디슨에 '렉라자(성분명 레이저티닙)' 기술을 수출했다. 렉라자는 기존 치료제와 비교해 유효성과 안전성을 입증한 임상시험을 거쳐 한국에서는 1차, 2차 치료제(단독요법)로 허가와 약가를 받은 폐암 항암 신약이다. J&J는 렉라자 글로벌 개발을 담당하고 있는데 미국 식품의약국(FDA)과 유럽의약품청(EMA)에 렉라자와 얀센의 항암제 '리브리반트' 병용요법에 대한 품목 허가를 신청했다.
김열홍 사장은 "J&J가 지난 해 12월 리브리반트(성분명 아미반타맙)와 렉자라의 병용요법으로 미국과 유럽의 규제기관에 허가를 신청했고, 계획대로라면 올해 하반기에는 승인 여부가 결정될 전망"이라고 밝혔다.
렉라자 전 세계 출시가 초읽기에 들어간 셈이다. J&J도 미국과 유럽에 허가를 신청한 병용요법이 연 최소 50억달러(약 7조원)의 매출을 만들 것으로 전망하는 등 글로벌 블록버스터가 될 것이라는 기대도 크다. 이번 JP모건 헬스케어 컨퍼런스에서도 J&J는 '렉라자'를 언급했다.
시장에서는 렉라자를 이을 다음 주자에 대한 관심이 크다. '신약 개발과 함께 성장 모멘텀을 계속 이어갈 수 있느냐'를 가늠할 주요 지표이기 때문이다.
유한양행은 다음 파이프라인으로 '면역항암제(YH32367)'와 '알레르기 치료제(YH35324)'를 밀고 있다. 이날 행사에서도 현재 진행 중인 임상 1상 내용을 설명했다. 특히 알레르기 치료제는 기존 치료제인 노바티스의 졸레어와 비교했을 때 알레르기 원인인 면역글로불린E(IgE)를 혈액에서 뚜렷하게 억제하는 결과를 발표했다.
유한양행은 이런 결과를 바탕으로 표적·면역 항암제, 대사·섬유증 분야와 함께 면역·항염증 분야에 연구개발(R&D) 역량을 집중해 간다는 전략이다. 'YH35324′ 알러지 치료제 개발을 통해 면역질환에 대한 자신감을 갖게 된 것으로 보인다.
김열홍 사장은 "유한양행은 YH32367, YH35324와 함께 2019년 독일 베링거인겔하임으로 수출된 대사이상관련 지방간염(MASH) 치료제 YH25724 등 기존 글로벌 라이센싱이 진행된 여러 과제들 중 다음 혁신 신약의 탄생을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MASH는 기존에는 '비알코올성 지방간염(NASH)'으로 불렸는데, 지난해 미국과 유럽 등 전 세계 주요 간 학회가 명칭을 바꿨다.
유한양행은 이날 글로벌 시장에서 폐암 신약 '렉라자'의 상업적 성공을 거두고, 주요 파이프라인을 2개 이상의 혁신 신약으로 개발해 글로벌로 출시해 글로벌 상위 50위권 제약사로 성장하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목표도 밝혔다. 조욱제 대표는 앞서 올해 신년사에서 "제2, 제3의 렉라자를 탄생시켜 글로벌 50대 제약사로 나가겠다"는 목표를 밝힌 바 있다.
혁신 신약 개발을 이어가기 위한 주요 전략은 '개방형 혁신(오픈이노베이션)'이다. 임상1상을 밟은 'YH32367′과 'YH35324′도 각각 에이비엘바이오(298380), 지아이이노베이션(358570)에서 도입한 파이프라인이다.
김열홍 사장은 "좋은 연구를 하는 대학, 연구소로부터 원천 기술을 공급받기 위한 유한이노베이션 프로그램 YIP을 운영 중"이라며 "이를 통해 그동안 투자해온 많은 국내 바이오텍들과의 협력을 통해 경쟁력 있는 파이프라인을 빠르게 만들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 호주, 유럽을 연결하는 글로벌 오픈이노베이션도 운영해 글로벌 시장 진출에 전력을 다하고 있다"고 했다.
유한양행은 향후 성장 동력으로 의약품 위탁개발생산(CDMO) 서비스 경쟁력 확대를 제시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207940)나 셀트리온(068270)이 바이오 의약품에 집중하는 것과 달리 고품질 화학합성의약품의 핵심 원료(API)를 위탁 개발 생산하는 쪽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현재는 이들 사업은 자회사인 유한화학과 유한양행의 연구소, 해외사업부가 쪼개서 맡고 있다.
김 사장은 "유한양행은 글로벌 기준에 부합하는 선진의약품제조 및 품질관리기준(cGMP) 생산시설이 보유한 유한화학의 생산역량과 유한양행 중앙연구소의 신약합성공정·분석 연구 역량을 바탕으로 고객사들과의 신속하게 맞춤형 소통을 하며 글로벌 경쟁력을 높여가고 있다"고 강조했다. 김 사장은 "지속적 확대가 기대되는 CDMO사업을 위해 유한화학은 지난해까지 총 생산능력 70만리터 규모의 cGMP 시설을 확장해 갖췄다"고 밝혔다.
이달 11일(현지 시각)까지 열리는 이번 행사에는 김열홍 R&D총괄 사장과 유재천 부사장, 이영미 부사장, 오세웅 부사장, 임효영 부사장, 윤태진 상무, 김준환 상무, 김재용 상무, 윤태원 유한USA 법인장 등 17명의 유한양행 임직원이 참가했다. 다양한 글로벌 파마와의 미팅과 라이선스 관련한 60건의 미팅을 진행할 것으로 회사 측은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