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훈 SK바이오팜 대표이사·사장은 9일(현지 시각)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JP모건 헬스케어 콘퍼런스' 아시아·태평양(APAC) 트랙 발표자로 나서, 글로벌 제약·바이오 기업과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최근 사업 성과와 중장기 비전, 세부 전략을 공유했다. /SK바이오팜

SK바이오팜(326030)이 독자 개발해 지난해 미국에 출시한 뇌전증 혁신 신약 '세노바메이트' 매출 성장을 바탕으로 흑자 구조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또 표적단백질분해(TPD, Targeted Protein Degradation)와 방사성 의약품(RPT, Radiopharmaceutical Therapy)과 같은 혁신 신약 개발 플랫폼을 개발하고 미래 성장 동력을 확보하기 위한 공격적인 인수합병(M&A) 추진 의지도 내비쳤다.

TPD는 체내 단백질 분해 시스템을 이용해 질병 원인이 되는 표적 단백질을 분해·제거하는 기술이다. 국내외 제약 바이오 기업들이 단백질 생성이나 기능만 줄이는 기존 치료제의 한계와 내성을 극복할 수 있는 열쇠라고 보고 이 분야 기술 확보와 신약 개발에 도전하고 있다.

이동훈 SK바이오팜 대표이사·사장은 9일(현지 시각)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JP모건 헬스케어 콘퍼런스' 아시아·태평양(APAC) 트랙 발표자로 나서, 글로벌 제약·바이오 기업과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최근 사업 성과와 중장기 비전, 세부 전략을 공유했다.

이동훈 사장은 "SK바이오팜은 미국에서 혁신 신약을 직접 판매하는 최초이자 유일한 한국 기업으로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의 성공을 곧 입증하고 국내 신약 개발 기업 생태계의 구심점이 되겠다"고 말했다. 그는 "세노바메이트의 지속적인 성장과 SK그룹사와의 시너지를 바탕으로 신규 모달리티(Modality) 기술 플랫폼과 항암으로 영역을 확장해 '대형 바이오기업(빅 바이오텍)'으로 도약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사장은 발표 직후 기자들과 만나 "한국 제약·바이오 기업이 글로벌 50위권에 진입하려면, 지금 우리가 할 일은 공격적으로 M&A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글로벌 상위 기업에 오르려면 세계 시장에서 조단위 매출을 올리는 블록버스터급 신약을 만드는 게 중요한 데, 이를 위해서는 유망한 치료후보물질 등 파이프라인 확보에 적극적으로 투자해야 한다는 의미다. 이 사장은 "증가한 수익을 바탕으로 북미 시장에서 임상 단계에 있는 치료후보물질을 사들여야 한다"면서 "SK바이오팜도 오는 2025년부터 3년 간 공격적인 M&A를 해야 한다고 본다"고 밝혔다.

◇ "뇌전증 신약 '세노바메이트', 블록버스터 치료제로"

이날 이 사장은 "올해를 기점으로 안정적인 흑자 구조에 정착할 것"이라며 오는 2029년 '세노바메이트' 글로벌 연매출 10억달러(약 1조3106억원)를 달성하겠다는 목표도 제시했다.

실제 세노바메이트 매출액은 증가세다. SK바이오팜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에서 신규 환자 처방 수 1위(43%) 뇌전증 치료제로 등극했고, 신규 환자 처방 수도 빠르게 늘고 있다. 세노바메이트의 출시 37~42개월 차 처방 수는 13만7526건으로, 이는 경쟁 신약의 출시 37~42개월 차 처방 수의 1.67배 수준이라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세노바메이트의 '전신 발작' 적응증 확대를 위한 아시아 3개국 임상시험 3상도 진행 중이다. 또 투약 가능 연령층을 소아, 청소년까지 확대하기 위한 임상도 2025년까지 신약승인신청(NDA) 또는 보충허가신청(sNDA)을 제출하는 일정으로 추진 중이라고 이 대표는 설명했다. 치료제를 쓰는 환자 범위를 확장하면 이에 따른 수익도 늘어나게 된다.

이 사장은 "세노바메이트가 예기치 못한 발작 증상으로 고통 받는 성인 뇌전증 환자에서 뛰어난 발작 완전 소실률(11~21%) 등을 확인하고 2020년 미국, 2021년 유럽 등에서 출시하며 그 가치를 인정 받고 있다"면서 "세노바메이트는 직판 체계를 갖춘 미국 외에도 전 세계 100여 개국 시장에 전략적 파트너십을 통한 진출에 성공하며 글로벌 뇌전증 시장에서 혁신적인 성과와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고 있다"고 말했다.

◇ "차세대 3대 영역 기술 플랫폼 투자·개발 구체화"

이동훈 사장은 새로운 신약 개발 플랫폼에 관한 현황과 세부 전략 등도 공유했다.

앞서 SK바이오팜은 미래 성장 동력으로 표적단백질분해(TPD), 방사성의약품(RPT), 세포유전자치료제(CGT) 등 신규 모달리티 기술을 꼽았다. 올해는 보다 본격적인 연구 개발과 투자 확대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이 사장은 "SK바이오팜은 최근 글로벌 수준의 표적단백질분해(TPD) 기술을 보유한 SK라이프사이언스랩스(SK Life Science Labs)를 성공적으로 인수하고 분자 접착제(Molecular glue, MG) 발굴 혁신 플랫폼인 'MOPED™'를 통해 기존에 치료제가 없던 표적에 작용할 수 있는 best-in-class 및 first-in-class 분해제를 발굴해 개발 중"이라고 했다.

분자 접착제는 기존 기술 PROTAC 보다 분자량이 작은 물질로 표적단백질을 분해할 수 있다는 게 이 사장의 설명이다. 이를 통해 개선된 약물성을 확보해 개발을 가속화하고 적용 질환을 확장할 수 있을 것이라는 게 이 회사의 시각이다. 이 사장은 "기존 TPD 기술 대비 더 넓은 범위의 단백질 표적과 단백질 분해에 관여하는 E3 리가아제(ligase)까지 접근성을 높인다는 장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SK라이프사이언스랩스는 항암 타깃인 'IKZF2′에 대한 선택적 분자 접착제의 전임상과 P300 선택적 분자 접착제를 포함한 7개의 항암 관련 파이프라인도 개발 진행 중이다. P300은 퍼스트 인 클래스(First-in-class) 표적항암제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이 회사의 시각이다.

방사성의약품 치료제(RPT) 분야에서는 국내외 핵심 파트너십을 기반으로 신약 개발과 RPT 핵심 재료 제조·공급을 모두 포괄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이 사장은 "SK그룹이 투자한 미국 원자력 기업 테라파워 등과의 협력을 통해 안정적인 방사성동위원소(RI) 공급을 확보하고, 한국원자력의학원과의 RPT 연구협력 파트너십과 SK바이오팜의 풍부한 R&D 노하우를 더해 아시아의 방사성의약품 치료제 리더로 자리 잡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세포 유전자 치료제(Cell & Gene Therapy·CGT) 분야에서는 SK팜테코와의 시너지를 도모한다. SK팜테코는 SK바이오팜과 함께 SK그룹의 제약·바이오 사업을 이끌어나가는 글로벌 의약품 위탁개발생산(CDMO) 기업이다. 세포∙유전자 치료제 분야 의약품 CDMO에 진입해 미국과 유럽에 통합 생산시설을 갖췄다.

최윤정 SK바이오팜 사업개발본부장. /SK 제공

이날 현장에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장녀인 최윤정 SK바이오팜 사업개발본부장도 모습을 보였다. 발표에는 나서지 않았으며, 행사 기간 20여 개 회사와 업무 미팅에 참여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최 본부장은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지난해와 비교해 SK바이오팜에 대한 외국 회사들의 인식이 많이 올라온 것을 체감한다"고 말했다.

최 본부장은 중국 베이징 국제고를 졸업하고 미국 시카고대에서 생물학을 전공했다. 미국 시카고대 뇌과학연구소 연구원과 베인앤드컴퍼니 컨설턴트로 활동한 바 있다. 지난해까지 SK바이오팜 전략투자팀장으로 활동했으며 올해 사업개발본부장으로 승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