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형 당뇨병 치료제 '오젬픽'과 비만치료제 '위고비'를 복용하는 사람들이 자살 충동을 겪을 위험에 대해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대규모 연구 결과가 나왔다. 오젬픽과 위고비는 각각 당뇨병 환자의 혈당 수치 조절과 체중 감량을 위해 출시된 주사형 치료제로 주성분은 '세마글루타이드'다. /조선일보DB

제2형 당뇨병 치료제 ‘오젬픽’과 비만치료제 ‘위고비’를 복용하는 사람들이 자살 충동을 겪을 위험에 대해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대규모 연구 결과가 나왔다. 오젬픽과 위고비는 각각 당뇨병 환자의 혈당 수치 조절과 체중 감량을 위해 출시된 주사형 치료제로 주성분은 ‘세마글루타이드’다.

오젬픽과 위고비는 혈당 수치 조절과 체중을 감량하는 데 역사상 가장 효과적인 블록버스터로 꼽힌다. 그러나 지난해 유럽의약청은 이 약물들이 자해 또는 자살 충동을 유발한다는 보고가 150건 있었다며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미국 클리블랜드케이스웨스턴리저브대 의대와 미국 국립보건원(NIF) 산하 국립약물남용연구소 공동연구진은 ‘미국 식품의약국(FDA) 이상사례보고시스템(FAERS)’ 데이터베이스에 등록된 약물 처방과 자살 충동 위험에 대한 데이터를 분석했다. 그 결과 오젬픽과 위고비가 자살 충동 위험을 일으킬 위험이 오히려 낮다는 사실을 알아냈다고 5일(현지 시각) 밝혔다.

세마글루타이드는 ‘기적의 비만약’으로 불리는 글루카곤유사펩타이드1(GLP-1) 계열의 약물이다. GLP-1 유사체는 음식을 먹으면 소장에서 분비되는 GLP-1 호르몬과 유사한 작용을 나타낸다. GLP-1은 식사 후 인슐린 분비를 촉진해 혈당을 떨어뜨리고, 혈당이 일정 수준 이하로 떨어지면 인슐린 분비를 줄여 저혈당이 생기지 않도록 조절한다.

연구진은 2021년 6월부터 2022년 12월 사이 위고비를 처방받은 24만 618명과 오젬픽을 처방받은 158만9855명의 전자건강기록 6개월치를 분석해, 스스로 목숨을 끊고 싶었던 적이 있다고 응답한 사람의 비율을 비교했다. 그 결과 체중 감량을 위해 위고비를 복용한 사람들이 자살 사고를 겪을 위험은 73% 낮았다. 또한 약물을 처방받기 전에 극단적인 선택을 시도했던 사람이라도 재발 위험이 56% 낮았다.

오젬픽을 처방받은 당뇨병 환자가 자살 사고를 처음 겪을 위험은 64% 낮았다. 재발 생각 위험도 49% 낮게 나타났다. 연구진은 오젬픽과 위고비가 아니라도 기타 비만치료제나 혈당조절제를 처방받은 경우에도 자살 사고 위험이 낮아진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연구진은 세마글루타이트가 자살 위험 증가와 전혀 관련이 없으며, 오히려 자살 사고 위험을 줄인다고 결론 내렸다. 롱 쉬 클리블랜드 케이스웨스턴리저브대 의대 신약개발인공지능센터장은 “성별과 인종, 연령 등 하위 그룹으로 나누어 비교 분석했을 때도 이들 약물을 복용했을 때 자살 위험이 증가한다는 증거가 없었다”며 “최근 두 약물을 사용하는 사람이 급증했지만 오히려 약을 복용하는 동안 자해·자살 위험은 낮아졌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번 연구 결과가 직접적인 인과관계를 분석하지는 않았다는 주장도 나왔다. 노라 볼코프 국립약물남용연구소장은 “이번 연구는 단순히 데이터베이스를 비교 분석하는 연구였기 때문에 약물과 자살 사고 위험 간 직접적인 연관성을 분석하기는 어려웠다”며 “추가 연구를 통해 실제로 인과관계가 없는지 찾아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네이처 메디신’에 실렸다.

참고 자료

Nature Medicine(2024), DOI: https://doi.org/10.1038/s41591-023-02672-2

Nature Medicine(2024), DOI: https://doi.org/10.1038/s41591-023-02691-z