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8~11일(현지 시각)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제42회 JP모건 헬스케어 콘퍼런스'가 열린다. 매년 1월 개최되는 이 행사는 세계 최대 규모의 제약·바이오 헬스케어 투자 행사로 손꼽힌다.
글로벌 대형 제약사와 신흥 바이오 기업, 전문 투자자가 모여 최신 연구개발(R&D) 트렌드를 공유하고 투자 유치, 파트너십을 맺는 중요한 자리다.올해는 세계 약 50개국에서 1500개 제약 바이오 기업과 투자자가 참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국내 기업 가운데 JP모건의 공식 초청을 받아 글로벌 투자자들 앞에서 사업 전략을 발표하는 기업은 지난해보다 3곳 늘어난 6곳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207940)와 셀트리온(068270), SK바이오팜(326030), 유한양행(000100), 카카오헬스케어, 롯데바이오로직스 등이다. 이 가운데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셀트리온은 메인 트랙 세션 무대에서 발표하는 기회를 얻었다. 나머지 4개 기업은 아시아태평양(APA) 세션에서 기업 중장기 전략과 비전를 제시한다.
◇ 행사의 꽃 '메인 트랙' 발표 누가 오르나
JP모건 헬스케어 콘퍼런스가 전 세계 제약·바이오기업과 투자 시장에 미치는 영향력이 작지 않다. 주최 측인 JP모건의 공식 초청을 받아 발표하는 것만으로도 글로벌 시장에서 기업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증권가나 기업도 이런 이유로 메인 트랙 참가 여부에 무게를 둔다.
올해 메인 트랙 무대에도 브리스톨마이어스스큅(BMS), 암젠, 존슨앤드존슨, 화이자, 모더나, 머크, 다케다제약,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 로슈, 애보트, 일라이릴리, 아스트라제네카, 노보노디스크, 애브비, 인튜이티브서지컬 같은 글로벌 기업이 올라 올해 주요 사업 목표와 전략, 중장기 비전을 제시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에서는 삼성바이오로직스가 8년 연속으로, 셀트리온이 4년 만에 행사에 참가해 메인 트랙 발표 무대에 오른다.
먼저 존림 삼성바이오로직스 대표가 9일(현지 시각) '혁신을 뛰어넘는 또 한 번의 도약'(Leap Forward, Beyond the Reach of the Past)을 주제로 2023년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주요 성과와 2024년 전망, 중장기 비전을 밝힌다.
행사기간 동안 투자자·잠재 고객사와 미팅을 진행하며 차별화된 글로벌 위탁개발생산(CDMO) 경쟁력을 피력하고 파트너십을 확대하는 데 주력할 계획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2025년 4월 완공을 목표로 18만리터(L) 규모의 5공장을 짓고 있다. 또 항체약물접합체(ADC) 같은 신규 모달리티(치료 접근법)에 대한 경쟁력 강화도 추진하고 있다.
셀트리온그룹은 10일(현지 시각) 셀트리온과 셀트리온 제약 합병으로 새롭게 출범한 '통합 셀트리온'의 주요 사업 전략을 제시할 전망이다. 서정진 셀트리온 명예회장과 서 명예회장의 장남인 서진석 셀트리온 이사회 공동의장 겸 경영사업부 총괄이 함께 발표에 나설 것으로 보여 눈길을 끌고 있다. 셀트리온 관계자는 "현장에서 발표는 서정진 명예회장이 하고, 발표 이후 질의 응답에서 서 총괄이 서 명예회장과 함께 답변을 하는 식이 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셀트리온그룹은 지난해 셀트리온과 셀트리온헬스케어, 셀트리온제약(068760) 3사의 합병 계획을 발표했다. 이어 지난 12월 28일 셀트리온과 셀트리온헬스케어를 먼저 합병한 '통합 셀트리온'을 공식 출범했다. 셀트리온은 경영사업부 총괄에 서진석 의장, 제조개발사업부 총괄에 기우성 부회장, 글로벌판매사업부 총괄에 김형기 부회장을 선임해 3인 각자 대표 체제로 변경했다.
이번 행사에서는 작년 10월 출시한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램시마SC(피하주사) 제형인 '짐펜트라'의 매출 확대 전략과 2025년까지 5건의 바이오시밀러 신규 출시 계획을 투자자들에게 공유할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선 이번 행사를 계기로 글로벌 인수합병(M&A)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있어 투자자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 K바이오 홍보 무대…기술 교류·사업 협력 기회
메인 트랙보다는 한 단계 작은 아시아태평양 트랙 발표도 공식 초청을 받는 기업만 발표 무대에 오를 수 있다. 신흥국 기업 가운데 시가총액과 파이프라인에 관한 긍정적 평가와 관심을 받는 기업들이 초청돼 글로벌 시장의 주목을 받을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국내에선 유한양행이 아시아태평양 트랙에서 폐암 신약 '렉라자'를 중심으로 전략 발표에 나선다. 조욱제 사장과 김열홍 R&D(연구개발) 전담 사장, 오세웅 중앙연구소장(부사장) 등 핵심 임원이 발표에 참가한다. 렉라자 글로벌 개발을 담당하는 존슨앤드존슨(J&J)은 앞서 미국 식품의약국(FDA)과 유럽의약품청(EMA)에 렉라자와 얀센의 항암제 '리브리반트' 병용요법에 대한 품목 허가를 신청했다.
이동훈 SK바이오팜 대표는 미국에 출시한 뇌전증 신약 '세노바메이트' 홍보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또 신성장 동력으로 삼은 표적단백질분해(TPD), 방사성의약품치료제(RPT), 세포·유전자치료제(CGT) 관련 전략을 언급할 것으로 보인다. 롯데바이오로직스는 이원직 대표가 미국 시러큐스 공장 가동 계획과 인천 송도 바이오플랜트 조성에 대해 설명할 것으로 보인다. 분당서울대병원 교수 출신의 황희 대표가 이끄는 카카오헬스케어는 2월 출시 예정인 스마트폰 기반 혈당 관리 플랫폼 '파스타(PASTA)' 서비스를 투자자들에게 선보일 계획이다.
공식 초청을 받지 않은 제약 바이오 기업들도 이번 행사 기간 동안 현지에서 비즈니스 미팅을 진행하거나 부대행사 바이오텍 쇼케이스, 별도의 비즈니스 파트너링 미팅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각자 중장기 사업 전략을 대외적으로 알리고 기술교류·사업 협력할 수 있는 기회로 삼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까지 압타바이오와 보령, 차바이오그룹, 큐라클, 동아에스티, DX&VX, 유바이오로직스, GC셀, 지아이이노베이션, 한미약품, 인벤티지랩, 펩트론, 샤페론, 유한양행, 에스바이오메딕스, 에이비엘바이오, 카이노스메드, 오름테라퓨틱스, 한올바이오파마가 참여 계획을 내놓고 있다.
◇ADC·GLP-1 주목
제약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하반기 글로벌 제약바이오 시장 투자 분위기가 살아난 데 이어 최근 국내 증시에서도 제약바이오 업종이 주목을 받으면서 전반적으로 활기가 살아나고 있다. 글로벌 제약사들이 하반기 신약 파이프라인을 강화하고 다각화를 위해 인수합병(M&A)과 기술이전 계약을 공격적으로 추진하면서 제약바이오 업종에 대한 투자 분위기가 반전된 것이다.
허혜민 키움증권 연구원은 "보통 해마다 12월부터 1월까지 활발한 기술 거래가 이뤄진다"며 "기업들이 기술 계약이나 인수합병(M&A) 체결 후 이 행사에서 방향성을 설명하는 사례가 많아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 행사 참석 여부도 중요하지만 실질적 성과로 이어지는 기술 계약이 이뤄져야 성장 모멘텀으로 이어진다고 말한다. 글로벌 제약과 바이오 산업을 포함해 헬스케어 전반의 최신 경향도 살펴볼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이번 행사에선 최근 시장에서 활발하게 진행되는 ADC기술 거래, 비만 시장을 겨냥한 치료제 개발, 신규 모달리티에 대한 주요 기업들의 전략과 시각을 엿볼 수 있는 기회가 마련될 것으로 보인다.
ADC는 항체에 약물을 붙이고 암세포에 보내 필요한 부위에만 약물을 전달하는 기술로 지난해에 이어 올해 주목되는 주제로 떠올랐다. 미사일(항체)이 표적(암세포)에 빠르고 정확하게 날아가 탄두(약물)가 터지는 것과 같다. 그만큼 다른 세포에 손상을 주지 않아 부작용이 적으면서도 치료 효과가 높다는 평가를 받는다.
꿈의 비만 치료제로 알려진 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GLP-1) 신약 개발에 대한 열기도 이번 행사에서 가늠할 수 있을 전망이다. 최근 GLP-1 계열 약물이 당뇨병 치료제에 이어 비만, 비알코올성지방간염(NASH) 치료에 획기적인 약물로 지목되고 있다. 노보 노디스크와 일라이릴리 등 글로벌 제약사가 GLP-1 계열 비만 치료 신약을 잇달아 내놓으며 비만 치료 시장 지형이 빠르게 바뀌고 있다.
GLP-1 계열 약물은 인슐린 분비를 유도해 글루카곤 분비를 줄여 혈당 수치를 낮추고 동시에 간에서 당 분비를 감소시키는 효능이 있어 원래 당뇨병 치료제로 개발됐다. 하지만 약물 임상 연구에서 뛰어난 체중 감량 효과가 입증되면서 비만치료제로 개발됐다.
이와 함께 아직까지 개발된 치료제가 없는 비알코올성지방간염(NASH)에 대한 유의미한 개선 효과를 보이면서 국내외 기업들이 NASH 치료 신약 개발에도 뛰어들고 있다.
한국바이오협회 관계자는 "올해 행사가 코로나19 사태로 한 동안 온라인으로 만나던 글로벌 기업과 투자가들을 연결할 뿐 아니라 신약 개발 과정에서 고려해야 할 최신 트렌드를 확인할 수 있는 자리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