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 바람 불면 배당주'라는 증시 격언처럼 연말이 가까워질수록 배당을 노린 투자자들도 늘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미국 배당주에 돈이 몰리고 있다는 게 금융투자 업계의 얘기다. 우크라이나 전쟁과 이스라엘 팔레스타인 정쟁, 미국의 금리 정책 등 불확실한 경제 상황에서 일정 수익을 보장하는 '배당주'를 찾는 것인데, 미국 제약사와 헬스케어 기업도 적극적인 배당 정책을 펼치고 있다.
8일 증권업계와 제약업계에 따르면, 최근 주요 글로벌 제약 기업들이 실적 성장에 힘입어 현금 배당금을 인상하며 주주환원 정책을 강화하고 있다. 3개월마다 배당을 실시하는 '분기 배당' 정책도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우선 글로벌 제약기업 '애브비(Abbvie)'는 배당금을 매년 꾸준히 인상한 이른바 '배당 귀족 주(株)'로 꼽히는데, 올해 3분기 실적 발표 이후 이사회를 거쳐 분기별 배당금을 상향 조정해, 내년 2월 배당금을 약 4.7% 인상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내년 1월 16일 기준 애브비 주식을 보유한 주주에게 내년 2월 15일 지급되는 배당금을 시작으로 주당 1.48달러였던 분기별 현금 배당금이 1.55달러가 된다. 애브비에 따르면, 이 회사는 2013년 창립 이후 분기별 배당금을 285% 이상 늘렸다. 7일(현지 시각) 기준 이 회사의 시가총액은 2612억4700만 달러(약 341조6065억원)규모다.
리차드 A. 곤잘레스 애브비 회장은 "류머티스 관절염 치료제 '휴미라(성분명 아달리뮤맙)'를 제외한 제품들이 두 자릿수 성장세를 나타냈다"면서 경영 전망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또 다른 배당 귀족 주로 글로벌 제약사 '화이자(Pfizer)'가 있다. 화이자는 이사회를 통해 보통주에 대한 올해 4분기 배당금을 주당 0.41달러로 지급한다고 발표했다. 이는 이달 4일까지 보통주 보유한 주주에게 지급됐다. 배당수익률은 5.4%다. 배당수익률은 주가 대비 매년 얼마의 배당금을 지급하는지를 나타내는 비율이다.
화이자 역시 배당금을 꾸준히 늘려 2013년 연간 총 0.88달러에서 1.64달러로 늘었다. 7일(현지 시각) 기준 이 회사 시가총액은 1616억5700만달러(약 211조3665억원)이다.
다만, 시장 일각에서는 화이자의 높은 배당 수익률이 지속 가능한지 여부에 대한 의구심 섞인 목소리도 있다. 내년 주당 순이익이 63.6% 오를 것으로 예상되는데, 최근 추세대로 배당이 이어지면 배당 성향은 57%로, 이미 상당히 높은 수준이라 부담이 따른다는 시각에서다.
기업의 분기 배당 정책은 일반적으로 장기간 투자를 촉진해 주가를 부양하는 효과가 있다. 투자자가 우량 기업에 투자하면서 분기별로 꾸준히 현금 흐름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에 시세 차익을 노리는 단기 투자 대신 장기간 투자를 유인하는 효과가 있다. 기업의 배당 성향 확대와 배당금 인상은 향후 경영 전망에 대한 기업의 자신감과 동시에 주주 환원책을 통한 주가 부양책으로 해석된다.
미국 제약사 '암젠(Amgen)'의 연간 배당 수익률은 3.14%, 분기별 배당금은 2.13달러다. 이 회사도 2021년 1.76달러, 2022년 1.94달러, 올해 2.13달러로 분기 배당금을 거듭 늘렸다. 이 회사의 시가 총액은 1451억 9900만달러(약 190조 509억원)이다.
시가총액이 3740억9100달러(약 489조3790억원)에 이르는 존슨앤드존슨(J&J)은 올해 분기별로 1.19달러를 지급했다. 전년 1.13달러보다 0.06달러 분기별 배당금을 올린 것이다. 4분기 배당금은 지난 5일 지급됐다. 올해 연간 배당 수익률은 3.06%다. 이 회사는 60년 연속 배당금을 늘려왔다. 지난해 연간 배당금으로 117억달러(약 15조원)를 지급했고 25억달러(약 3조원)의 자기주식 매입도 했다. 배당 성향은 2021년 52.8%에서 지난해 67.1%로 늘었다.
일라이릴리(Eli Lilly)의 경우 최근 배당 수익률이 다른 제약기업 대비 낮은데, 비만 치료 신약 '마운자로' 실적 성장에 힘입어 추후 배당금이 증가할 수 있다는 기대 섞인 전망도 나온다. 이 회사의 분기별 배당금 변화 추이를 보면 2021년 0.85달러, 2022년 0.98달러, 올해 1.13달러로 인상됐다.
배당주에 투자하려면 배당을 받을 수 있는 권리가 없어지는 날인 '배당락일'을 우선 확인하고, 배당락일 전일까지 주식을 사야 한다.
국내 투자자가 미국 배당주에 투자할 수 있는 방법으로 배당주 상장지수펀드(ETF)도 있다. 미래에셋 'TIGER 미국배당다우존스'의 경우 지난 6월 상장 이후 이달 7일까지 순자산 규모는 2972억4008만여원인데, 해당 ETF 구성 종목 비중 상위 10위권에 미국 제약사 암젠(4.29%)과 머크(3.93%)가 포함됐다.
홍춘욱 프리즘투자자문 대표는 "증시가 조정 국면일 때 자산 포트폴리오에 배당주가 있다면 큰 안정감을 준다"면서 "배당주에 투자할 때는 '현 배당수익률이 역대 평균 배당수익률보다 높은지', '해당 기업이 배당을 지속해 왔는지', '향후 매출 감소 등 주가 타격 징후가 있는지' 여부를 살펴보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홍 대표는 "미국 기업들이 배당 정책에 더 적극적이기 때문에, 미국 배당주 투자 난도가 국내 배당주 투자보다 낮은 편"이라며 "다만 국내 개인 투자자가 미국 배당주 등 미국 주식에 투자할 때는 환율 변동과 배당 수익, 수수료 등에 관한 각종 세금을 복합적으로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신중히 접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