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오플로우 웨어러블 인슐린 자동 주입시스템. /범부처 전주기 의료기기 연구개발사업단

미국 의료기기 대기업 메드트로닉의 국내 바이오기업 이오플로우(294090) 인수가 최종 무산됐다. 이오플로우가 미국 기업 인슐렛에 이어 세계에서 두번째로 '패치형' 자동 인슐린 주입기(이오패치)를 개발해 상용화까지 성공했지만 미국 특허의 장벽을 넘기는 역부족이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7일 의료기기 업계에 따르면 메드트로닉과 이오플로우의 인수합병(M&A) 계약이 무산된 배경에는 올해 10월 미국 매사추세츠 지방법원이 인용한 '이오패치(인슐린 펌프)' 판매와 제조 금지 가처분 결정이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메드트로닉은 앞서 이달 6일(현지 시각) "여러 계약 위반(breach)을 근거로 이오플로우에 계약 해지권을 행사했다"고 밝혔다. 이오플로우는 이날 공시를 통해 메드트로닉과 인수가 무산됐다고 밝혔다. 김재진 이오플로우 대표는 언론과 인터뷰에 "메드트로닉의 기본적인 입장 차이가 있어서 계약을 종료하기로 했다"며 "메드트로닉에서도 계약이 종료된 이후에도 계속 당사와 인슐렛사간의 상황을 예의주시하겠다고 전해왔다"고 설명했다.

이번 사건은 올해 5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오플로우는 인슐린 튜브 없이 환자 몸에 인슐린을 계산해 자동으로 주입하는 '이오패치'를 개발했다. 저전력 고성능 전기삼투 펌프(EOP)를 통해 환자에게 필요한 만큼의 인슐린을 자동으로 주입하는 방식이다. 이런 방식의 인슐린 주입기를 개발한 건 미국 인슐렛에 이어 두 번째이다.

기술력을 인정받은 이오플로우는 올해 5월 미국 의료기기 대기업인 메드트로닉과 9710억원 규모의 인수합병(M&A) 계약을 체결했다. 메드트로닉은 시총 1000억 달러(약 135조원)에 달하는 글로벌 의료기기 대기업으로 심장박동기, 스텐트, 의료 모니터, 인슐린 주입기가 주력 제품이지만 자동 주입기 제품은 아직 보유하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인수 계약 발표 3개월만인 지난 8월 인슐렛이 미국 매사추세츠주 연방법원에 이오플로우를 상대로 지적재산권 침해와 부정경쟁 위반 소송을 제기하면서 상황이 반전됐다. 인슐렛은 이오패치가 '영업비밀방어법(DTSA)'을 위반했다고 봤다. 지난 2016년 도입된 이 법으로 영업비밀의 범위를 넓고 강하게 보호하는 것이 특징이다.

기존의 영업비밀보호법(UTSA)이 영업비밀은 '일반적으로 접근할 수 없는 정보'라고 판단했다면 DTSA는 정보 접근성과 무관하게 '정보 노출이나 사용으로 경제적 가치를 획득할 수 있는 사안'으로 정했다.

미국 법원은 소장이 접수된 지 2개월만인 지난 10월 "'이오패치' 판매와 제조를 금지한다"며 인슐렛의 손을 들어줬다. 이오플로우는 가처분 결정 한 달만인 지난달 항소했다. 3곳의 로펌에서 10명 가량의 변호사를 동원했고, 김재진 대표도 미국으로 출국해 상황 수습에 나섰다. 이오플로우는 이번에 제출한 항소장에 '이번 가처분 결정이 메드트로닉 거래는 물론 기업의 지위를 심각하게 위협한다'라고도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오플로우는 이번 소송 자체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보고 있다. DSTA의 공소시효는 3년으로, 이 소송을 제기하려면 해당 영업비밀 도용 행위가 발견된 지 3년내에 청구해야 한다. 이오플로우는 지난 2018년부터 이오패치 관련 제품을 광고해 왔으나, 인슐렛은 올해 8월에 소를 제기했다.

인슐렛이 미국 법원에 제출한 소장을 보면, 이오플로우는 지난 2018년부터 이오패치 제품을 광고하기 시작했고, '이 제품은 옴니포드와 매우 유사해 보였다'고 적었다. 그러면서도 올해 1월 독일 베를린 무역박람회에서 배포한 샘플 제품을 분석한 결과 옴니포드와 유사하다는 사실을 밝혔다고 썼다. 김 대표는 "(미국 법원의) 가처분 결정에 대해 법리적 괴리가 있다"며 "회사는 플랜 B, 플랜 C, 플랜 D 등 여러 겹의 대책을 마련해 놓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국내 기업이 미국 시장을 진출하기 전에 좀 더 철저한 법리적 검토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있다. 특허청 관계자는 "미국은 특허 보호 범위가 넓고 강한 국가 중에 하나로, 미국 정부가 자국의 기술 보호 강화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