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에서 촬영한 인천 송도 전경. /조선일보DB

주요 지방자치단체들이 내년 총선을 앞두고 최근 제약바이오 기업 모시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 하지만 제약바이오 기업들은 인재가 모이고 투자자가 몰려있는 수도권을 선호하는 경향이 강해 이름 있는 기업 유치를 희망하는 지자체와 ‘동상이몽’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5일 제약바이오 업계에 따르면 경기도와 인천, 충남 등 지자체들이 최근 제약·바이오 클러스터 조성사업을 잇따라 발표하거나 주요 과제와 공약으로 내세우고 있다.

경기도만 해도 다수의 기초 자치단체들이 바이오 클러스터 조성·육성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경기도 연천군은 ‘경기북부 그린바이오 클러스터 조성’을 추진 중이다. 경기도 수원의 경우 ‘광교 바이오클러스터 조성 협력 추진 협의체를 지난 10월 출범했다. 경기도 화성시는 3대 미래전략산업으로 반도체, 바이오, 미래차로 꼽고 시에 바이오산업 클러스터 조성을 추진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화성시는 지난달 30일 미국 펜실베이니아 바이오기술센터와 ‘바이오산업 클러스터 조성을 위한 업무협약’ 체결 소식을 발표했다.

성남시도 바이오헬스 분야에 공을 들여왔다. 2018년부터 매년 바이오헬스 분야 국제행사를 개최하고 있으며, 2028년 완공을 목표로 추진하고 있는 ‘성남 바이오헬스 혁신 클러스터’의 한 축으로 국제 컨벤션사업을 더욱 확대 발전시켜 나간다는 계획이다.

인천경제자유청은 인천 연수구 ‘송도 바이오클러스터’를 확대하기 위해 고심하고 있다. 현재 송도 바이오클러스터는 송도 4·5·7공구에 101만5000㎡ 규모로 조성돼, 삼성바이오로직스·삼성바이오에피스·셀트리온·연세대·가천대 등 80여개 기업과 10개 대학·연구기관이 입주해 있다.

전남 화순에서도 바이오메디컬 클러스터 조성 사업을 진행 중이다. 현재 생물의약 제1산단(75만5000㎡)이 조성돼 있고, 생물의약 제2산단(30만7000㎡)이 조성 중이다. 41만㎡ 규모의 생물의약 제3산단도 조성할 예정이다. 현재 1산단에는 27개 기업이 입주해 있다.

전남 화순 바이오-메디컬 클러스터 산업단지/뉴스1

강원 홍천군은 ‘수도권 바이오 허브시티, 홍천’을 캐치프레이즈로 내걸고, 국가항체클러스터 조성에 나섰다. 홍천에 중화항체 치료제 개발지원센터, 미래감염병 신속대응 연구센터, 면역항체 치료소재 개발지원센터, 항체산업 비즈니스센터, 종합지원센터, 행복주택 등을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중화항체 치료제 개발지원센터와 미래감염병 신속대응 연구센터가 연말 준공을 앞두고 있다는 게 홍천군의 설명이다.

이달 충남과 예산군은 셀트리온과 합동 투자 협약을 맺고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셀트리온이 2028년까지 예산 제2일반산업단지 내 9만9291㎡에 바이오의약품 공급을 위한 공장 신축에 3000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라는 게 지자체의 얘기다. 이와 관련 셀트리온 관계자는 “지자체와 투자 의향을 논의한 것”이라며 “구체적인 계획과 투자 규모 등이 정해진 게 아니라 사업이 가시화한 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전국 곳곳에서 제약바이오 기업들을 유치해 지역 일자리 창출과 경제 활성화를 도모하고 세수를 확보하는 등 지역 주요 산업으로 만들려는 청사진을 그리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지자체의 강한 의지와 달리 업계 시각은 회의적이다. 기업이 지역에 둥지를 틀려면, 충분한 인프라 환경이 조성돼야 하고 임직원의 동의도 필요한데, 이런 조건들이 뒷받침되지 않고 있다.

SK바이오팜도 SK바이오사이언스가 인천 송도로 이전하면서 함께 이전하는 방안을 내부적으로 검토하다가 계속 남는 쪽으로 방향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관계자는 “많은 직원들이 서울, 경기권 일대에서 가정을 꾸려 정주하고 있고 일부 연구원들 중에서는 인천 송도 소재 바이오 기업을 다니다가 송도에서의 생활이 싫어서 이직한 경우도 있어 회사 내부에서는 인천 송도행에 대한 반대 목소리가 컸다”고 말했다.

제약바이오업계 관계자들은 “인재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서울에서 가까운 수도권을 우선으로 고려할 수 밖에 없다”며 수도권 외 지자체들의 기대와 상황이 크게 다르다고 입을 모은다. 지자체들이 ‘바이오 클러스터 조성사업 추진 공약’을 우후죽순 내놓고 있지만 실현 가능성이 떨어진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비판이다.

실제로 국내 바이오기업 한 대표는 “요즘 제약 바이오 분야 석·박사 등 연구원의 경우 직장과 주거지가 가까운 ‘직주근접’을 중요시 여겨 서울 안에서도 강북권보다 강남권을 선호하는 분위기가 있다”며 “그런데 지방에 기업을 이전하거나 주요 거점 시설이나 일부 조직을 지방으로 옮긴다면 우수 인력 확보 경쟁에서 밀리고 기업 운영 효율성도 떨어지게 되는 문제가 있다”라고 말했다.

한 제약업계 관계자는 “지역 정치인들의 권유와 압박으로 기업들이 업무협약(MOU)를 맺거나 사업을 검토하게 되는데, 기업 입장에서 경영 실리를 우선으로 바라볼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