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 의약품 기업 알테오젠(196170)의 내부 기류가 심상찮다. 회사를 이끌던 창업주 정혜신 전략총괄(CSO) 사장이 최근 퇴사한 데 이어 공동 창업자인 남편 박순재 대표도 은퇴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정리 수순’을 밟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하지만 회사 주가는 다르게 흘러간다. 코스닥 시총 7위(시가총액 3조8052억원) 알테오젠 주가는 지난 3개월간 59% 뛰어올랐다.
22일 바이오 업계에 따르면 최근 박 대표는 부인인 얼마 전 퇴사한 정 사장에 이어 은퇴 가능성을 내비치고 있다. 앞서 정 사장은 올 3분기 공시에서 지난 9월 30일 퇴사한 것으로 나타났다.
박 대표와 정 전 사장은 알테오젠의 신약 연구개발(R&D)을 이끌던 핵심 인물이다. 알테오젠은 LG화학(051910) 연구원 출신 박 대표가 한남대 교수이던 부인 정 전 사장과 2008년 설립한 1세대 바이오 벤처 기업이다. 지난 2014년 기술특례로 코스닥 시장에 입성했다. 처음엔 정 전 사장이 먼저 대표 자리에 있다가 지난 2010년부터 박 대표가 대표이사로 취임해 현재까지 회사를 운영 중이다. 현재 박 대표가 19.71%, 정 교수가 3.89%, 딸인 박수민씨가 0.54%의 지분을 보유 중이다. 이들 가족의 합산 지분은 24.1%에 이른다.
하지만 창업자인 정 전 사장에 이어 박 대표가 은퇴 의사를 밝히면서 ‘회사 정체성’이 흔들릴 수 있다는 위기감도 커지고 있다. 최근 회사 주요 연구 인력이 퇴사한 것도 이런 관측에 힘을 싣고 있다. 알테오젠 핵심 인력이던 이승주 최고경영자(CTO) 부사장도 지난 3월 퇴사한 것으로 확인됐다. 그외 핵심 인력 일부가 회사를 떠난 것으로 알려졌다. 알테오젠 관계자는 “박 대표가 은퇴를 고려한다고 입장을 밝힌 것은 맞지만 지금 당장하겠다는 것은 아닌 것으로 안다”면서 “지금은 회사 신약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알테오젠은 주요 인력 공백을 메꾸기 위해 최근 인력을 충원했다. 임상시험 중인 제품의 상업화를 준비하고 후속 제품을 개발할 연구원 3명을 새 임원으로 영입했다. 동아제약 연구원과 동아에스티 바이오텍연구소장을 지낸 박범수 전무가 영입됐다. 박 대표는 “회사의 당면 과제를 해결하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진행할 후속 파이프라인인 항체약물접합체(ADC) 피하주사(SC)제형, 희귀의약품 개발을 위해 연구개발 각 단계에서 풍부한 경험과 역량을 가진 인재를 초빙한 것”이라고 공식 입장을 냈다.
알테오젠은 국내에서 유일하게 정맥주사(IV)를 피하주사(SC)로 바꾸는 기술을 수출하는 성과를 냈다. 지금까지 제형 변경 플랫폼 ‘하이브로자임(Hybrozyme)’을 4개 기업에 수출했다. 이 중 3개 회사가 올 상반기 임상 3상에 진입해 마일스톤을 달성했다. 미국 MSD(머크)도 알테오젠의 주요 후보물질인 ‘ALT-B4′로 임상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인간 유래 재조합 히알루로니다제 ‘테르가제(개발명 ALT-BB4)’와 아일리아 바이오시밀러 ‘ALT-L9′도 주목받는 제품이다. 현재 후속 파이프라인인 항체약물 접합체(ADC) 피하주사 제형, 희귀의약품 개발을 위한 R&D도 진행 중이다.
박 대표의 은퇴 시사와 잇따른 연구 인력의 퇴사에도 불구하고 주가는 상승기류에 있다. 해외 기술 수출에 대한 기대감으로 주가도 오르고 있다. 한때 박 대표가 알테오젠을 MSD에 매각할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오면서 주가가 급등했지만, 이는 사실 무근인 것으로 밝혀졌다.
허혜민 키움증권 책임연구원은 “알테오젠의 경우 매각설, 글로벌 빅파마와의 계약이라는 키워드가 노출될 때마다 시장 반응이 민감한 것 같다”면서도 “앞으로 회사 가치에 대한 평가는 정확한 계약 현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지만 대형 제약사와의 독점 계약과 비독점 계약 여부가 수익 실현에 직접적 영향을 줄 수 있는 만큼 주가도 이에 따른 기대감에 반응할 수는 있을 것”이라고 해석했다. 하태기 상상인증권 연구원은 “현재 시장은 알테오젠의 라이센싱아웃과 계약금을 통한 수익에 거는 기대가 커보인다”면서도 “공동 창업주가 나간다면 회사의 정체성에 영향을 줄 수도 있을 것”이라고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