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서울 서초구 aT센터에서 열린 '2023 서울 FCI 국제 도그쇼'에서 비숑 프리제들이 견종 표준 심사를 받고 있다. /뉴스1

국내 제약회사들이 앞다퉈 반려동물 의약품·건강기능식품 시장 선점을 노리고 있다. 반려견과 반려묘 같은 동물을 집에서 키우는 인구가 세계적으로 증가하면서 성장 잠재력이 큰 시장으로 떠오른 것이다. 특히 사람에게 쓰는 의약품에 비해 연구개발(R&D)에 드는 시간과 비용이 덜 들어 제약 기업으로선 짧은 시간에 수익원을 확보하려는 전략도 깔려있다.

8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광동제약(009290)과 GC녹십자(006280), 대웅제약(069620), 동화약품(000020), 유한양행(000100), 일동제약(249420), 종근당(185750), JW중외제약(001060)은 최근 수년 새 반려동물 전문 헬스케어 자회사를 설립하고 바이오 기업과 공동으로 동물의약품을 잇달아 선보이고 있다.

최근에는 질병을 앓는 반려동물의 치료에 필요한 의약품뿐 아니라 건강기능식품을 잇달아 내놓고 있다. 백신 접종과 충분한 영양 공급으로 수명이 늘어나면서 반려동물에게 발생할 수 있는 여러 질병을 예방·관리하려는 수요가 늘고 있는 영향이다.

일동제약 자회사인 일동바이오사이언스는 최근 반려동물용 건강기능식품 '일동펫 신바이오틱스·아연'을 출시했다. 반려동물의 장 건강과 면역을 동시에 겨냥한 제품이다. 기존 '일동펫 비오비타 시리즈'에 사용된 '비오비타 3종균'과 장내 유산균 증식과 유해균 억제에 도움을 주는 '락토바실러스 람노서스'를 함유하고 있다.

대웅그룹의 반려동물 헬스케어 기업 대웅펫도 이달 들어 식용곤충 '밀웜'을 활용해 짜 먹는 반려동물 영양간식 '큰곰스틱 고구마', '큰곰스틱 연어' 2종을 출시했다. 주재료인 밀웜은 육류단백질원 대비 2~3배 높은 식용곤충으로, 육류단백질과 구조가 달라 육류알레르기가 있는 반려동물에게 적합한 대체재다.

광동제약은 프리미엄 반려견 영양제 '견옥고'를 출시하고, 반려동물 등록제 확산 캠페인, 반려견 동반 마라톤 대회, 동물보호단체 기부 활동 등에 활발히 참여하고 있다.

녹십자그룹의 반려동물 전문 그린벳은 지난 9월 제이비피코리아와 반려동물 영양제인 'JBP 플라센타 EQ' 유통을 위한 공급 계약을 맺고 국내 동물병원에 공급을 시작했다. JBP 플라센타 EQ는 일본 경주용 말의 태반에서 추출한 성분의 제품인데 개와 고양이의 탈모와 인지기능 장애를 개선하는 효능이 있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GC녹십자홀딩스의 자회사인 그린벳은 반려동물 전주기 생애 전문 검진과 반려동물 헬스케어 서비스를 위해 2020년 설립됐다.

반려동물이 걸리기 쉬운 질환을 겨냥한 의약품과 의료기기 출시도 활발하다. 제약사들에겐 동물의약품이 인체의약품보다 제품 수명이 상대적으로 길고 제품 허가 소요 기간이 빠르다는 점이 큰 매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동물의약품 개발 비용은 인체의약품과 비교해 10분의 1 수준이다.

서울 구로구 서울동물복지지원센터에서 서울시 직원들이 고양이를 대상으로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진단검사를 하고 있다. /뉴스1

유한양행은 지난 9월 바이오기업 플루토와 함께 골관절염이 있는 동물을 위해 사용할 수 있는 주사제 '애니콘주(AniConju)'를 출시했다. 애니콘주는 폴리뉴클레오타이드(PN) 성분으로 구성된 동물용 의료기기로, 지난 4월 농림축산검역본부에서 정식 허가를 받았다. 주성분인 PN은 연어 정소에서 추출한 DNA로, 재생 활성 물질로 최적화시킨 성분이다. PN성분은 관절강 내 높은 탄성을 유지해 조직의 물리적 수복을 통해 관절의 기계적 마찰을 줄여 준다. 유한양행은 국내 특허뿐 아니라 PCT 국제특허 출원을 진행 중이다. 글로벌 시장 확장도 노리고 있는 것이다.

김성수 유한양행 전무는 "반려동물이 노령화되면서 관절 질환 등 다양한 질병이 발생한다"며 "이번에 출시한 애니콘주는 마취 없이 간단한 시술로 빠른 효과를 나타내는 만큼, 동물병원과 반려동물 보호자들의 치료 기회 확대와 치료 만족도가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해외에서도 제약사들이 동물의약품 시장에 뛰어드는 사례는 많다. 미국의 제약사 화이자(Pfizer)의 동물보건사업부서에서 인적 분할해 독립한 조에티스(Zoetis)는 동물의약품 분야 전 세계 1위 기업이다. 백신, 항염증제, 진통제, 사료, 영양제 등 300개 이상의 제품 포트폴리오를 보유하고 있다.

업계에선 반려동물의 기대 수명이 꾸준히 늘면서 반려동물 의료 시장도 성장세를 이어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전 세계 반려동물 헬스케어 시장은 지난해 934억달러(한화 약 122조원)에서 2032년 1437억달러(약 187조원) 규모로 커질 것으로 전망했다.

국내외 펫 산업 현황 보고서를 낸 이충헌 밸류파인더 대표는 "반려동물 양육 가구를 칭하는 소위 '펫팸족'은 반려동물의 증가하는 의료비용을 기꺼이 지불하고 있다"면서 "반려동물 돌봄(펫 케어)산업 내에서도 펫 의료(헬스케어) 분야의 성장률이 가장 가파르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기술(테크)과 헬스케어를 결합한 질 좋은 서비스가 시장에 지속해 나오면서 반려동물 수명이 더 연장되고 이에 따라 반려동물 의료 시장이 성장하는 선순환이 지속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