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로니들 기술이 상용화되면 주사를 맞는 일이 약국에서 파스를 사서 붙이는 것처럼 쉬워진다./조선DB

대웅제약(069620)이 비만치료신약으로 주목받는 GLP-1(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1) 유사체를 파스처럼 붙이는 방식으로 개량한 '붙이는 비만치료제' 개발에 나선다.

대웅제약은 6일 연구개발(R&D) 전문 계열사인 대웅테라퓨틱스가 GLP-1 유사체 '세마글루타이드'(Semaglutide)를 탑재한 마이크로니들(미세바늘) 패치에 대한 비임상을 마쳤으며, 대웅테라퓨틱스로부터 이 기술을 이전받아 내년 초 임상 1상을 시작해 이르면 오는 2028년 상용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세마글루타이드는 노보 노디스크가 개발한 비만치료제 위고비의 주성분인 GLP-1 유사체다. GLP-1 유사체는 음식을 먹으면 소장에서 분비되는 GLP-1 호르몬과 유사한 작용을 나타내는 성분이다. 우리 몸은 GLP-1을 분비해 식사 후 인슐린 분비를 촉진해 혈당을 떨어뜨리고, 혈당이 일정 수준 이하로 떨어지면 인슐린 분비를 줄여 저혈당이 생기지 않도록 조절한다.

GLP-1 유사체를 투약하면, 위장이 음식을 소화하는 시간이 길어져서 음식물이 장내에 오래 머물고, 이 때문에 포만감을 오래도록 느끼면서 식욕이 떨어진다. GLP-1 유사체는 당뇨약으로 개발됐지만, 투약한 환자의 체중이 줄어드는 현상이 확인되면서 비만 치료제로 개발돼 전 세계적 인기를 끌고 있다.

다만 현재까지 개발된 GLP-1 비만치료제는 모두 피하주사제로 하루 한 번 환자가 스스로 주사하는 방식이다. 바이오의약품이기 때문에 냉장 보관을 해야 한다. 먹는 방식의 GLP-1 비만치료제 개발이 시도되고 있지만, 흡수율이 낮고 구토, 메스꺼움, 설사 등 부작용이 있다고 알려졌다.

대웅제약 마이크로니들 플랫폼 기술 개요/대웅제약 제공

대웅제약은 GLP-1 비만치료제를 마이크로니들 방식의 패치로 개발하면 시장에서 승산이 있다고 판단했다. 마이크로니들 방식은 1㎠ 크기의 초소형 패치를 팔·복부 1주일에 한 번 붙이게 되는데, 신경세포를 자극하지 않아 통증이 없고, 약효는 기존 주사제와 동일하다. 냉장 보관도 필요 없다.

대웅테라퓨틱스는 체내 투입 후 녹으면서 약물을 방출하는 용해성 타입의 생분해성 소재의 미세바늘을 사용자가 투약하기 전까지 보호하는 제조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대웅제약 전승호 대표는 "대웅제약은 지난해 '2030 글로벌 제제 No.1′ 비전을 선포하고 신규 투여 경로 기술인 마이크로니들에 집중하고 있다"며 "의료진과 환자의 미충족 수요를 해결하고자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