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서울 종로구 서울대어린이병원 앞에 응급차가 서있다. 국립중앙의료원이 최근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국내 108개 지자체가 분만의료에 취약한 지역으로 나타났다. 이들 모두 수도권에서 멀리 벗어난 지역이었다./뉴스1

분만이나 응급의료 처치를 받기 어려운 의료 취약지가 전국에 100곳이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국 기초지방자치단체 10곳 중 4~5곳에 해당하는 규모로 수도권에서 먼 거리에 있을수록 이런 경향이 더 크게 나타났다.

5일 국립중앙의료원이 보건복지부에 제출한 '2022년 의료취약지 모니터링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전국 250개 시군구 중 43.2%에 해당하는 108곳이 분만의료 취약지로 분류됐다.

15~49세의 가임기 여성 중 30% 이상이 분만실에 1시간 이내 접근하기 어려운 경우는 접근성이 취약하고, 분만실 이용자 중 분만실에 도착할 때까지 걸린 시간이 60분 이내인 경우가 30% 미만이면 의료 이용이 취약한 경우로 분류된다.

분만의료 취약지 중 30곳은 접근성과 의료 이용이 모두 취약한 지역으로 분류됐다. 접근성 또는 의료 이용이 취약한 지역은 17곳, 두 경우에 해당하지는 않지만 분만실 운영이 어려운 지역은 61곳에 달했다.

응급의료를 받기 어려운 지역도 전국에 98곳이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권역응급의료센터에 1시간 이내에 도착할 수 없거나 지역응급의료센터에 30분 이내에 도착할 수 없는 인구가 30% 이상인 경우 응급의료취약지로 분류된다.

권역응급의료센터는 전국에 40곳이 운영 중이고, 지역응급의료센터는 권역응급의료센터를 포함해 166개 기관이 설치돼 있다.

전체 시군구 중 분만과 응급 의료 중 하나라도 취약지에 해당하는 경우는 112곳(44.8%)이었다. 문제는 지역별 의료 접근성에 차이가 크다는 점이다. 의료 취약지는 서울이나 광역시의 기초지자체에는 없었고 수도권과 멀리 떨어진 강원, 전남, 경북의 소도시와 군 지역에 몰려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광역지자체별 분만 취약지는 전남이 20곳으로 가장 많았고 경북이 19곳으로 뒤를 이었다. 강원 14곳, 경남·충남 13곳, 충북·전북 10곳, 제주 1곳 순이었다. 응급의료 취약지도 전남 17곳, 경북 16곳, 강원 15곳, 경남 14곳, 충남 11곳, 전북 9곳, 충북 8곳, 경기 5곳, 인천 2곳, 제주 1곳 등으로 수도권에서 떨어진 지역에서 특히 많았다.

국립중앙의료원은 접근성 취약도와 의료 이용 취약도를 분석해 '소아청소년과 취약지'도 분류했다. 그 결과 전국 27곳에서 청소년의 의료 접근이 어려운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는 지역별 의료 격차를 해소하기 위해 의대 정원을 확대해 지역 의료 공급을 늘린다는 계획이다. 기존 지역 의대 중 정원이 작은 곳의 정원을 확대하고, 지역 의대를 신설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