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세계 매출 1위 글로벌 제약사 화이자(Pfizer)가 올해 3분기 3조원 규모의 손실을 봤다. 코로나 팬데믹(대유행)이 엔데믹으로 전환하면서, 이 회사 실적을 정점으로 이끌었던 코로나19 백신과 치료제 매출이 급감한 영향이다.
미국 화이자는 31일(현지 시각) 올해 3분기 매출액이 전년 같은 기간보다 41.6% 감소한 132억달러(약 17조9045억원)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이 회사는 3분기 23억8000만달러(약 3조2273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코로나19 항바이러스치료제 '팍스로비드' 재고 폐기 등으로 56억달러대 비용이 발생한 영향으로 분석됐다. 팍스로비드 매출은 2억200만달러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약 97% 줄었고, 코로나19 백신 매출은 13억달러로, 같은 기간 70% 감소했다.
이는 2019년 이후 화이자의 첫 분기 손실이다. 지난해 이 회사는 연간 매출액이 사상 처음으로 1000억달러(약 132조원)를 돌파하며 역대급 실적을 기록했다. 이 중 코로나19 치료제와 백신 매출이 570억달러에 달했다. 지난해 영업이익은 365억달러, 순이익 313억달러로 역대 최대였다.
하지만 코로나19가 잦아들면서, 실적이 꺾인 것이다. 화이자는 새 돌파구를 찾고 있다. 특히 항암제, 탈모치료제, 호흡기세포융합바이러스(RSV) 백신, 비만 치료제 등 포트폴리오 강화에 열을 올리고 있다.
우선 이 회사의 RSV 백신 '애브리스보'가 지난 5월 60세 이상 고령자를 대상으로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았고 뒤이어 7월 6개월 이하 영아와 60세 이상 고령자를 함께 보호하는 첫 RSV 백신으로 시판을 승인받았다. 이에 앞서 중증 원형 탈모 치료제 '릿플로'가 지난 6월 FDA로부터 12세 이상 환자 대상으로 허가를 받았다.
이 회사는 경구용 GLP-1 후보 '다누글리프론'에 대한 임상 2b상을 진행 중이다. 이와 함께 올해 항체약물접합체 ADC(Antibody drug conjugate)개발사인 미국 시젠(Seagen)을 430억달러(약 56조원)에 사들였다. 시젠 인수 작업은 올해 안에 마무리될 전망이다.
시젠은 애드세트리스(Adcertis), 파드세브(Padcev), 티브닥(Tivdak), 투키사(Tukysa) 등 4개의 항암제를 보유한 회사로, ADC 분야 세계 선두 기업으로 평가된다. 차세대 핵심 기술로 꼽히는 ADC는 암세포 표면의 특정 표적 항원에 결합하는 미사일 역할을 하는 '항체'와 강력한 세포 사멸 기능을 갖는 약물이 링커(linker)라는 연결 물질로 결합한 형태의 바이오 의약품이다. 글로벌 제약사인 화이자, 로슈, 다이이찌산쿄 등이 일제히 ADC 시장을 선점하려고 연구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
시장에서는 올해 이 회사 매출은 전년보다 41.5% 줄고, 영업이익은 74%, 순이익은 71% 감소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왔다. 화이자는 올해 상반기(1~6월)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42% 감소한 311억달러였다.
어두운 실적 전망에 미국 뉴욕 증시에서 화이자 주가 흐름도 부진하다. 지난 2021년 12월 1주당 61.71달러에 거래됐는데, 전날(10월 31일) 30.56달러에 거래를 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