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직 롯데바이오로직스 사장이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CPHI 2023'에 참석해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롯데바이오로직스 제공

“10년 후엔 글로벌에서 가장 주목받는 모달리티(치료 접근법) 중 하나인 항체·약물 접합체(ADC)에 대한 매출이 전체(1조5000억 원 목표)의 약 10%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원직 롯데바이오로직스 사장은 24일(현지시간)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개최된 세계 최대 제약바이오 콘퍼런스 ‘CPHI 2023′에 참가해 “대규모 항체의약품 생산 시설 설비를 통해 90%는 항체의약품 부문에서 매출이 나오고, 나머지는 ADC에서 끌어낼 것”이라면서 이같이 말했다.

롯데바이오로직스가 CPHI 전시회에 참가한 것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 두 번째다. 회사는 이번 행사에서 단독 부스를 운영하며 ADC 기술 플랫폼 조성 계획을 비롯한 미국 시러큐스 사업 상황, 국내 송도 바이오 플랜트를 통한 중장기 사업 전략을 대외에 알렸다.

ADC는 암세포 표면의 특정 표적 항원에 결합하는 미사일 역할을 하는 ‘항체’와 강력한 세포 사멸 기능을 갖는 약물이 링커(linker)라는 연결 물질로 결합한 형태의 바이오 의약품이다. 글로벌 제약사인 화이자, 로슈, 다이이찌산쿄, 시젠은 앞다퉈 ADC 선점경쟁에 나서고 있다.

롯데바이오로직스는 ADC 생산을 위해 1000억 원 규모의 공장 증설 프로젝트에 돌입했다. 2025년부터 생산을 본격화할 계획이다. 지난 7월에는 국내 바이오 벤처 기업 카나프테라퓨틱스와 ADC 기술 플랫폼 구축을 위한 위탁 연구 및 공동 개발 협약을 체결했다.

ADC 사업에 대한 의지를 강하게 드러낸 이 사장은 “다이이찌산쿄가 보유한 ADC 치료제 후보물질 3종이 개발 순항을 이어가는 등 아직 임상단계지만 상업화될 가능성이 높은 빅파마 약들이 대거 허가를 받을 것을 대비해 ADC 생산을 위한 기술 플랫폼 조성이 필요하다”면서 “국내에서는 피노바이오 같은 주목받는 바이오벤처에 소액이지만 지분투자를 하는 등 주요 전략 중 ADC 플랫폼을 가져갈 것”이라고 말했다.

롯데바이오로직스는 국내 메가 플랜트(대규모 의약품 생산공장) 건립의 첫 발을 뗐다. 신규 플랜트를 통해 오는 2034년 40만L(리터)의 대규모 생산능력을 갖추고 글로벌 위탁개발생산(CDMO) 시장 주도권 경쟁에 뛰어들 예정이다. 이를 위해 지난 4일 인천경제자유구역청과 송도국제도시 내 바이오 플랜트 건립을 위한 토지매매 계약을 체결했다.

이원직 사장은 “계획 중인 것보다는 조금 연기됐지만 내년 3월쯤 공장 착공을 시작으로 바이오 플랜트 조성을 차질없이 진행할 것”이라면서 “2025년에는 2만ℓ 생산 용량의 1공장을 준공하고, 이듬해인 2026년쯤 의약품 제조·관리 기준(GMP) 인증을 받고 생산에 시동을 걸겠다”고 말했다.

롯데바이오로직스는 지난해 바이오USA에 이어 올해도 바이오재팬, CPHI 등 유수의 글로벌 제약·바이오 행사에 참석했다.내년 1월에 열리는 JP모건 헬스케어 콘퍼런스에도 참여할 예정이다. 신생 바이오의약품 위탁개발생산(CDMO)에서 롯데 그룹의 역량을 강조하고, 미국이나 유럽 고객에 기업 브랜드 홍보를 하겠다는 목표다.

이 사장은 “롯데가 동남아시아에서는 브랜드 인지도가 매우 높지만, 미국이나 유럽에서는 아직도 ‘랏’이라고 발음하는 등 인지도가 상대적으로 낮아 대외 홍보를 통해 롯데의 바이오를 알리는 데 주력하고 있다”면서 “다양한 글로벌 전시회 등에 참가하며 회사를 알려 이제는 롯데라는 회사를 알고 찾아오는 고객들이 많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중국이나 인도에 견줄 때 대한민국이 의약품 위탁생산에 있어 신뢰도가 높아 계약을 고려하는 고객사들의 방문도 이어졌다”고 덧붙였다.

롯데바이오로직스는 지난해 12월 글로벌 제약사 브리스톨마이어스스큅(BMS)의 미국 시러큐스 공장을 인수했다. 이 공장의 생산능력은 3만5000L수준이다. 하지만 롯데바이오로직스의 상반기 매출은 831억 원에 그쳤다. 시러큐스 바이오의약품 생산공장의 CDMO 사업에서 나온 매출이다.

회사는 계속된 적자에 연내 예정한 유상 증자에 이어 내년에 추가 자금 조달을 위한 금융권 대출도 진행한다. 메가플랜트 조성을 위한 자금 조달에 대해 묻는 기자 질의엔 “계획대로 착착 진행되고 있다”며 말을 아꼈다. 롯데바이오로직스는 지난 3월 이사회를 열고 2124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결정했다. 올해 총 네 차례에 걸쳐 신주를 발행해 자금을 조달한 것이다. 유상증자에는 최대주주인 롯데지주도 참여했다.

추가적인 매출 부재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이원직 사장은 “제 관점은 다르다”면서 “이제 막 1년된 기업이고 우리에겐 행복한 ‘허니문 단계”라는 점을 말하고 싶다”면서 “아직까지는 사업 초기 단계지만 짧은 기간 공장 부지를 확보하고 기술 개발을 위한 대규모 인력 채용에 나서는 등 발빠르게 대처하고 있다. 지켜봐달라”고 말했다. 이어 “시라큐스 공장 인수 완료 이후 공장 가동 역시 순조롭게 이뤄지고 있고, 수주 활동에 나서고 있다”고도 했다.

롯데바이오로직스는 CDMO의 선발주자인 삼성바이오로직스와도 경쟁 구도를 그리고 있다. 삼성과의 사업 전략의 차별화는 무엇일까. 이원직 사장은 “비행기를 타고 미국 땅에 이동하느냐, 안하느냐 차이가 크다”면서 “우리는 미국에 (시라큐스) 핵심 기지국을 갖고 있어, 미국에서 생산한 의약품을 미국과 그 주변부에 빠르게 공급할 수 있다는 강점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노련한 경력의 미국 공장 임직원들을 채용했고 차기로 지어질 송도 공장에도 이러한 노하우를 입혀 전 세계 의약품 위탁생산 시장에서 고품질·고효율·민첩성이라는 요소를 모두 갖추도록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사장은 바이오시밀러 개발과 생산 계획에 대한 질문에 “현재까지 없다”며 “우리는 순수 CDMO에서 승부수를 띄우는 전략으로 갈 것”이라고 말했다.

바이오 공장은 다양한 크기의 멀티유즈 및 싱글유즈 미생물 배양기를 통해 플라스미드 DNA, mRNA(메신저리보핵산) 등 바이오의약품 원료를 생산하게 된다.

의약품 제조 공정에서 사용되는 생산장비는 크게 ‘스테인리스 스틸’과 ‘싱글 유즈’로 나뉜다. 이 사장은 “싱글 유즈냐 스테인리스냐는 각 기업의 전략에 따라 선택하는 것이고 장단점이 다르다”면서 “우리는 대량생산에 한계가 있고 환경(일회용) 측면에서도 단점이되는 싱글 유즈 대신에 스테인리스 스틸을 통해 제품을 생산할 것”이라고 말했다.

회사는 국내 공장 착공뿐 아니라 유럽과 미국 보스턴 지역에서 또 다른 생산시설의 인수합병(M&A) 기회도 고민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사업이 계획대로 전개된다면 5~7년 내에 기업공개(IPO) 추진이 가능할 것을 봤다. 이 사장은 “2027년~2028년 상장을 고려하고 있다”면서 " 1, 2공장 설립을 위한 자금은 자체적으로 조달하고 3공장 상장자금을 통해 투자할 계획이 있다”고 말했다.

CDMO 사업에 있어서 핵심이 되는 것이 바로 인재 채용이다. 롯데바이오로직스는 1공장 가동이 예상되는 2024년도쯤 대규모 채용도 예상된다. 업계에선 송도바이오클러스터 내 인력 경쟁도 치열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이 사장은 “현재 800~1000명을 뽑을 계획이며, 3공장이 지어지면 총 3000명의 채용이 이뤄질 수 있을 것으로 본다”면서 “일각에서 경쟁사(삼성바이오로직스)와 채용 경쟁에 나서면서 이직이 늘어날 것을 지적하기도 하는데, 민주주의 국가에서 이직은 자유롭게 할 수 있는 권리 아니냐”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