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카우치 히로미츠 미국 스탠퍼드대 유전학 교수가 27일 경기 판교 차바이오콤플렉스에서 열린 글로벌 포럼에서 발표하고 있다./차바이오그룹 제공

성체세포를 역분화시켜 줄기세포 상태로 만든 ‘유도만능줄기세포(iPSC)’을 활용해 사람의 장기를 가진 돼지가 머지 않아 등장할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일본에서는 줄기세포로 인간 혈소판 세포를 만드는 방법을 개발해 지난 2021년부터 임상에 들어갔다. 유도만능줄기세포로 희귀, 난치성 질환을 치료하는 시대가 열릴 것이라는 뜻이다.

차바이오그룹은 지난 27일 경기도 판교 차바이오컴플렉스에서 ‘미래 의약품 글로벌 포럼(Global Forum on Future Medicine) 2023′을 개최하고 세포·유전자치료(CGT) 분야 석학들이 최신 연구현황을 공유했다.

첫 강연로 나선 나카우치 히로미츠 미국 스탠퍼드대 유전학 교수는 “돼지 장기를 이식한 원숭이가 2년 넘게 생존했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될 정도로 이종(異種) 이식은 발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나카우치 교수는 줄기세포를 활용해 인간장기를 가진 `키메라’ 돼지 이종장기 연구로 유명한 석학이다.

나카우치 교수는 일본 도쿄대 줄기세포재생의학연구소장으로 재직한 지난 2011년 췌장을 만들지 못하도록 유전자를 조작한 생쥐 배아에 흰쥐의 줄기세포를 주입해 흰쥐의 췌장을 가진 생쥐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 나카우치 교수는 이 기술을 응용해 사람 장기를 가진 돼지를 생산하는 것을 최종 목표로 한다.

슈크라트 미탈리포프(Shoukhrat Mitalipov) 미국 오리건 보건과학대학 교수가 27일 경기 판교 차바이오콤플렉스에서 열린 포럼에서 발표하고 있다./차바이오그룹

유도만능줄기세포(iPSC)를 유전자 변형한 배아 상태의 돼지에 주입해 돼지의 몸 안에서 인간의 장기가 자랄 수 있도록 하는 식이다. 인간 배아를 건드릴 필요가 없으니 생명 윤리 문제에서도 자유롭다.

최근 유전자 조작된 돼지의 신장을 사람에게 이식해 32일 간 생존한 시험이 얼마 전 성공했다. 이에 대해 나카우치 교수는 유전자 조작된 돼지는, 면역 거부 반응을 일으킬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강력한 면역억제제를 써야 하지만, 유도만능줄기세포에서 유래한 장기는 그럴 가능성이 낮다고 봤다.

나카우치 교수팀은 인간 유도만능줄기세포를 양의 배아에 주입하는 시험도 시도했다. 다만 장기가 형성되기도 전에 대부분의 사람 세포가 사라졌다고 한다. 나카우치 교수는 이 같은 이종배제의 장벽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다양한 시도 중이다. 화상이나 사고로 인한 피부 이식에 쓸 피부를 유도만능줄기세포로 생산하는 방법도 강구하고 있다.

나카우치 교수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이종 장기를 활용한 희귀 질환 치료를 활성화하기 위해 관련 법을 제정할 정도로 큰 기대를 걸고 있다. 이 밖에 일본 연구진은 사람의 혈소판을 만드는 돼지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 이 기술을 일본의 바이오벤처인 메가칼리온에 기술 이전돼 2021년 임상을 시작했다. 유도만능줄기세포를 활용해 재생 T세포를 생산하는 연구도 진행 중이다. 이렇게 만든 사람 T세포는 항암제나, 항염증제에 쓰일 수 있다.

이날 줄기세포를 이용한 인체 장기 제조와 노화방지 연구도 참석자들의 관심을 끌었다. 이동률 교수는 체세포복제줄기세포로 만든 중간엽세포로 여성의 난소가 노화하는 것을 억제해 임신이 가능하도록 하는 연구를 발표했다. 이 교수는 “난소 건강이 여성 가임력과 직접 연관이 있다며, 줄기세포를 활용해 난소 기능과 건강을 보존할 수 있다면 가임력도 유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오후에는 오카노 히데유키 일본 게이오대 의과대학 교수, 한인보 분당차병원 신경외과 교수, 김광수 미국 하버드대 의과대학 교수, 김주평 분당차병원 신경외과 교수, 스티브 그레이(Steven Gray) 미국 텍사스대학교 사우스웨스턴메디컬센터 교수, 앤드류 고(Andrew Ko) 미국 텍사스대학교 사우스웨스턴메디컬센터 교수, 캐시안 위(Cassian Yee) MD 미국 앤더슨 암센터 교수, 임재준 분당차병원 신경외과 교수가 발표했다.

오카노 히데유키 일본 게이오대 의대 교수는 줄기세포로 척수가 손상을 입은 환자를 치료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시해 주목을 받았다. 척추 신경은 한 번 손상되면 재생이 불가능하다. 히데유키 교수는 “작년 세계 최초로 척수손상으로 사지를 움직일 수 없는 환자에게 유도만능줄기세포 유래 신경세포를 이식하는 임상시험을 실시했다”고 말했다.

한인보 분당차병원 신경외과 교수는 줄기세포를 이용한 만성 요통 치료 연구에 대해 발표했다. 한 교수는 “차바이오텍이 개발 중인 탯줄 유래 중간엽 줄기세포를 활용한 퇴행성 요추 추간판으로 인한 만성 요통 세포치료제 ‘코드스템-DD’(CordSTEM-DD)’가 상용화되면 기존의 진통제, 비수술요법 등의 보존요법에 실패한 환자에게 새로운 치료 방법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발표했다.

김광수 교수는 70세 파킨슨병 환자의 피부 세포에서 유도만능줄기세포를 만든 뒤 도파민 신경세포로 분화시켜 뇌에 이식, 세계 최초로 파킨슨병 치료에 성공한 사례를 발표했다. 김주평 교수는 태아 중뇌 조직 줄기세포에서 유래한 도파민 신경전구세포를 파킨슨병 환자에게 투여해 안전성과 운동능력 향상을 확인한 연구결과를 소개했다.

이 밖에 최미라 식품의약품안전평가원 세포유전자치료제과장은 ‘한국 식약처의 첨단 바이오의약품 규제 및 개발 지원 현황’을 주제로 발표했고, 노다 신이치 일본 의약품·의료기기종합기구(PMDA) 재생의료심사부 심사관은 일본 재생의료의 규제와 현황에 대해 소개했다. 또 일본 생명과학협회라 할 수 있는 ‘라이프 사이언스 이노베이션 네트워크 재팬(LINK-J)’의 이쿠오 하야시 이사도 일본 생명과학 생태계의 조성 및 육성 정책에 대해 발표했다.

차광렬 차그룹 글로벌종합연구소장은 “차바이오 그룹은 기술력을 토대로 척추질환, 교모세포증, 파킨슨병 등 희귀 난치성 질환 치료를 위한 세포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으며, 인류의 꿈인 무병장수를 위한 항노화 연구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차 소장은 그러면서 “국내를 넘어 미국, 일본 등 선진국 연구진들과 전략적으로 협력하며 글로벌 협력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차순도 한국보건산업진흥원 원장은 “첨단재생바이오법이 2019년 8월 제정되고, 2020년 시행된 이후 3년이 지나면서 첨단재생의료분야가 국정 과제에 포함되는 등 국가 핵심 과제로 부각되고 있다”고 말했다. 차 원장은 “재생 의료 분야의 우수한 성과가 신뢰나 산업화로 이어질 수 있도록 후속 사업을 지원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