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나리 지아이이노베이션 임상부문장(상무)가 22일(현지 시각)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린 유럽종양학회(ESMO) 2023에서 한 글로벌 제약사 관계자에게 면역항암제 후보물질인 GI-101의 중간 임상 결과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마드리드(스페인)=장윤서 기자

“말기암 환자에게 현재 개발 중인 면역항암제 ‘GI-101′을 투여했더니 환자 1명이 암세포가 사라진 것으로 나왔고 6개월 이상 그 효과가 지속되고 있다. 부분적으로 효과가 있는 환자도 있다는 보고가 있다. 단독요법만으로 항암 효과가 나타난 매우 고무적인 결과다.”

윤나리 지아이이노베이션(358570) 임상부문장은 23일(현지 시각)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린 ‘유럽종양학회(ESMO) 2023′에서 이 같이 설명했다.

지아이이노베이션은 이번 ESMO에서 면역항암제 GI-101의 단독요법 1·2상 임상 결과를 공개했다. GI-101은 몸에 있는 CD80 단백질과 사이토카인류인 IL-2v2변이체를 연결한 이중융합단백질이다. 단일 면역관문억제제와 IL-2 제제의 단점을 극복하도록 설계됐다.

지아이이노베이션은 이번 학회에서 기존 항암제로는 치료하기 어려운 말기 고형암 환자 61명에게 GI-101을 투여한 임상 중간 결과를 발표했다. 현재까지 병원에서 임상을 진행한 결과, 총 4명에서 항암제의 유효성을 확인했다. 윤 부문장은 “GI-101를 단독으로 투여했더니 약의 독성을 확인하는 안전성 측면, 약의 효과를 확인하는 유효성 측면에서 모두 유의미한 숫자를 얻었다”면서 “종양이 완전 소실된 사례가 1건, 종양이 원래보다 반이상 크기가 줄어든 부분관해 사례가 3건 나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 환자의 경우 현재까지 전혀 암이 커지지 않고 지속되는 기간이 6.6개월이나 유지되고 있다는 점은 신약으로서의 매우 의미있는 결과”라고 말했다.

종양이 완전히 사라진 사례는 표준치료에 실패한 불일치 복구정상(pMMR)과 인간표피성장인자수용체2(HER2) 음성 자궁경부암 환자에서 관찰됐다. GI-101을 3주 간격으로 2번 투약한 후 병변이 모두 사라지고 새로운 병변이 보이지 않는 상태가 6개월 지속됐다. 종양이 크게 줄어든 경우는 면역항암제에 반응하지 않는 요로상피암 환자에서 확인됐다고 회사 측은 설명이다. 3주 간격으로 2번 투약한 후 표적 종양이 33%까지 줄었다. 이후 점차 종양 크기는 47%까지 줄었다.

면역항암제를 투약한 환자에게선 면역세포의 증가가 눈에 띄게 늘었다. 윤 부문장은 “암환자는 면역세포가 많이 줄어 들어 면역항암제 효과가 나타나기 어려운데 이번 임상에서 GI-101은 항암 면역세포를 현저히 증가시켰다”며 “면역세포가 증가한 환자에서 무진행생존기간(PFS·환자가 질병이 있지만 악화되지 않은 시간)이 늘어나는 점을 관찰했다”고 말했다. 특히 다른 면역항암제 치료에 실패한 환자들에게서도 면역세포가 증가하면 PFS 증가가 관찰됐다. 면역항암제 불응 환자에서의 가능성을 확인했다는 것이다.

현재 GI-101에 대한 임상은 현재 국내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고려대 안암병원, 서울아산병원, 충남대병원, 성빈센트병원에서 동시에 이뤄지고 있다. 미국 마운트 시나이병원에서도 임상이 진행 중이다.

면역항암제는 글로벌 제약사인 로슈와 사노피도 도전장을 낸 영역이다. 글로벌 제약사 사노피는 항암제 제조개발사인 신톡스를 25억달러에 인수하며 기존 ‘IL-2′의 한계점을 극복한 면역항암제를 개발 중에 있다. 로슈도 굿 테라퓨틱스를 인수하면서 같은 계열의 면역항암제 임상 1·2상을 진행하고 있다. 지아이이노베이션이 개발하는 GI-101는 로슈, 사노피가 개발하는 면역항암제와 비슷한데, 효능과 안전성 측면에서는 보다 우위에 있을 것이라고 자신하고 있다.

올해 ESMO 2023 행사에서 열린 지아이이노베이션 포스터 발표에는 사노피를 비롯한 다국적 제약사 관계자들도 다녀갔다. 장명호 지아이이노베이션 임상전략총괄은 “현재 글로벌 제약사들과 GI-101의 단독과 병용요법, GI-301 등 여러 신약 후보물질을 두고 미팅을 진행하고 있다”며 “바이오재팬, ESMO에 이어 내년 1월 JP모건 헬스케어 콘퍼런스를 방문해 글로벌 기업과의 협의를 거쳐 좋은 결과물을 만들어낼 것”이라고 말했다.

지아이이노베이션은 최근 알레르기 치료제 파이프라인 ‘GI-301′ 기술을 일본 제약사 마루호(Maruho)에 약 2980억원 규모로 이전했다. 이번 계약을 통해 마루호로부터 반환 의무 없는 계약금과 임상 개발, 상업화, 마일스톤(단계별 기술료)을 받게 된다. 마루호는 일본에서 GI-301의 임상과 상업화를 주도할 계획이다.

이병건 지아이이노베이션 회장은 “마루호라는 일본 제약사는 일본 내 피부과 영역에서 40% 이상 시장 점유율을 갖고 있는 막강한 회사”라면서 “알레르기 질환으로 고통받는 전 세계 소아와 성인 환자에게 도움이 되도록 마루호와 일본 내 임상 협력을 공고히 하고 추후 유한양행의 GI-301 글로벌 기술 이전에 도움이 되도록 적극 협의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