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뇨병 환자 3명 중 1명은 눈의 신경 조직인 망막 순환 기능이 떨어져 시력이 약해진다. 이를 '당뇨병성 망막병증'이라고 하는데, 이렇게 시력이 떨어진 환자 10명 중 1명은 진행형(증식성) 망막병증이나 황반부종으로 실명에 이르기도 한다. 망막과 안구 후방 조직에서의 '고혈당'과 활성 산소가 과다하게 발생하는 '산화적 스트레스(oxidative stress)'가 안구 뒷편 조직을 손상하기 때문이다.
대웅그룹의 연구개발(R&D)전문 자회사 대웅테라퓨틱스는 당뇨병 치료 신약인 '엔블로'의 주성분 '이나보글리플로진'을 점안제로 만들어 당뇨병성 망막병증을 고칠 방법을 찾고 있다. 물질 명칭은 'DWRX2008′인데 올해 9월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임상 1상 시험계획(IND)을 승인받았다. 엔블로는 SGLT-2 억제제 계열 당뇨병 치료제로 국내 제약사로는 대웅제약이 처음 개발해 올해 5월 출시했다.
당뇨병 환자의 안구 합병증을 치료하는 게 쉽지는 않다. 약물을 효과적으로 안구 망막 목표 조직까지 전달하는 데 한계가 있다. 이런 이유로 국내외에서는 먹는 치료제를 비롯한 당뇨병 안구 합병증 치료제를 개발하려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 임상시험에 실패했거나 임상시험 초기 진행 단계에 머물고 있다.
최현주 대웅테라퓨틱스 의약평가센터장은 "시중에 먹는 약은 혈액 망막장벽(BRD)을 투과하지 못해 치료 효과를 발휘하지 못한다는 한계가 있다"며 "이를 해결할 방법으로 떠오른 게 바로 점안제, 즉 '안약'이었다"고 말했다. 정말 당뇨병 치료제를 안약처럼 눈에 넣어 시력 저하를 막을 수 있을까. 지난 17일 경기도 화성 동탄 대웅테라퓨틱스에서 'DWRX2008′의 개발을 이끌고 있는 최 센터장을 만났다.
최 센터장은 전남대 수의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학교에서 석사를 마쳤다. 대웅제약에 입사해 현대약품, 녹십자, 네비팜을 거쳐 작년 대웅테라퓨틱스 의약평가센터장으로 합류했다. 다음은 최 센터장과 일문일답.
─'당뇨병성 망막병증'은 어떤 질환인가.
"쉽게 말해 당이 높은 피가 망막의 미세 혈관을 타고 흐르면서 순환 장애를 일으켜 망막을 손상시켜 시력 저하를 유발하고, 심하면 실명에 이르는 질환이다."
─당뇨병 주요 합병증인 '당뇨망막병증'을 겪는 환자들이 많은데, 아직 치료제가 없나.
"현재까지 시판 승인된 치료제는 주사로 약물을 주입하는 방식의 신생혈관저해제(VEGF항체치료제) 뿐이다. 하지만 당뇨망막병증 환자에서는 치료 효과가 40%가 안된다. 장기적으로 투여하면 효과도 떨어져 진행형(증식성) 망막병증을 막지 못한다. 관련 질환의 최종 병리 기전인 신생혈관 생성을 막기 위해 개발됐기 때문이다. 이런 탓에 신생혈관 발생 전 약물을 투여하는 경우 임상적 이점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황반변성이나 당뇨망막병증 등 안구 후방 질환에서 현재 치료법으로선 제한이 많다."
─대웅테라퓨틱스가 개발하는 'DWRX2008′의 특징은.
"DWRX2008은 점안에 투여해 이나보글리플로진을 안구 뒤로 전달하고, 안구 후방에서 발현되는 SGLT-2를 억제해 조직의 혈당을 낮추는 기전이다. SGLT-2는 신장에서 당의 재흡수에 관여하는 단백질이다. 이와 함께 비정상적인 에너지 대사를 정상화해 활성산소 생성을 감소시키고, 혈관 신생을 유도하는 혈관내피성장인자(VEGF) 분비를 억제하는 기전이 특징이다. 매우 희소성이 높은 약리 기전 전략으로, 이 외에도 염증 감소, 세포 보호 등의 멀티플(multiple) 작용을 한다."
─대웅테라퓨틱스가 당뇨망막병증 치료제를 안약 형태로 개발하려는 이유는.
"당뇨병 치료제를 먹어도 안구에서 효과가 미약하다. 약물이 혈액망막장벽(BRB)를 투과하지 못해서다. 이런 이유로 현재는 안구에 약물을 직접 주사해 주입하는 제품들밖에 없는데, 비용 부담이 큰 데다 안구 유리체내 주사하는 침습적인 방식이다보니 환자 순응도도 떨어지고, 감염 등 부작용도 있다. 이런 한계를 해결한 방법으로 떠오른 게 점안제 형태의 치료제다. 안구 후방 질환의 경우 궁극적으로 효과적인 약물 전달 시스템이 중요하다고 본다. 점안 투여로 치료 효과를 내는 점안제가 가장 좋은 치료제가 될 것이라 생각한다."
─아직까지 점안제 치료제가 개발되지 못한 배경이 있나.
"점안제로 망막까지 약물을 전달하는 것도 쉽지는 않다. 이미 많은 국내·외 회사들이 도전했지만, 약물이 눈물막과 비루관을 비롯해 안구 내 해부학적 장벽들을 뚫지 못하고 망막에 도달하기 전에 소실돼 임상 단계에서 개발에 실패했다."
─대웅테라퓨틱스의 DWRX2008은 이런 한계를 넘을 수 있다고 보나.
"DWRX2008의 경우, 특수한 제제기술을 활용해 약물이 각막으로 흡수되지 않고 망막까지 안구 표면을 따라 이행하도록 설계했다. 물론 이렇게 해도 이행 과정 중 약물이 일정 부분 소실되기 때문에, 미량만으로도 뛰어난 효과를 낼 수 있는 약물이 필요했다. 주성분인 이나보글리플로진의 경우 SGLT-2저해제 계열 약들 중에서도 가장 높은 효력(Potency)을 갖고 있다. 다른 저해제들의 30분의 1 용량으로도 당뇨병 환자에서 동일한 효과를 나타낸 것을 직접 확인했기 때문에 충분히 도전해 볼만하다고 판단했다."
"실험에서도 유의미한 데이터를 확보했다. 신생혈관 생성과 조직 손상을 일으키는 활성산소(ROS)와 다른 염증 관련 지표를 효과적으로 제어할 수 있는 점을 확인했다. 자연 발생 당뇨 망막병증 원숭 실험에서도 치료 효과를 확인했다. 당뇨병 환자 안과 질환에 대한 'SGLT2억제제'의 효과에 관한 많은 임상시험들의 메타분석 결과, 다른 항당뇨약제보다 당뇨병성 안과질환 위험도가 더 낮고, 저혈당이 발생할 위험도 낮은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안구 조직으로의 약물 전달이 약효를 나타낼 만큼 충분히 잘 이루어지면 강력한 치료 효과를 보일 거라 생각한다."
─현재 다른 회사들이 개발 중인 경쟁 약물은 없나.
"현재 해외에서 안구주사제로 혈관내피성장인자(VEGF)를 타깃으로 한 유전자치료제, 망막에 독성을 일으키는 물질 생성을 억제시키거나 안구 내 염증·저산소 신호기전을 억제하거나 혈관신생 신호 기전 억제하는 등의 기전을 갖는 억제제들이 개발되고 있다. 점안제로는 브렌트 선더스 전 앨러간 회장이 이사회 의장으로 활동 중인 미국 보스턴 오큐테라 테라퓨틱스(OcuTerra Therapeutics)가 비슷한 작용을 하는 억제제를 개발 중이다. 개발 중인 약물들은 모두 임상 2상을 준비하거나 진행 중인 단계로, 현재까지는 VEGF 항체 외에는 효과를 확인한 치료제는 없는 상황이다."
─DWRX2008 연구 개발 향후 계획은.
"현재 DWRX2008의 공동 개발을 원하는 국내 제약사들과도 임상 개발에 대한 협의를 진행 중이다. 내년 상반기에는 1상 투약을 개시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1년 가량 임상 1상에서 안전성 등을 확인하고 그동안 점안제 장기 독성 시험을 완료해 2025년 하반기에는 임상 2상으로 진입할 계획이다. 무엇보다 세계적으로도 독창적인 개발 전략을 세워 비임상에서의 우수한 효력을 확보했으므로 임상 1상 이후 2상 단계에 진입한다면 대규모 기술 이전에 필요한 인체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국내에서는 실제 임상 완료 및 상업화·제품 판매까지 고려해 개발할 계획이다."
─상용화가 되면 기대 효과는.
"이 약물이 임상시험 관문을 모두 거쳐 상용화에 성공하면 계열 내 최초 혁신 신약(First-in-class)이 된다. 현재 안구 내 직접 주사하는 항체치료제를 대체할 수 있는 게임체인저가 될 것이다. 미국 워싱턴대 보건계량분석연구소(IHME)는 2050년 전 세계 당뇨환자가 13억명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2023년 대한당뇨병학회 조사 결과, 국내 1·2형, 당뇨환자와 당뇨 전단계와 당뇨 의심 인구는 2000만명 규모다.
DWRX2008이 당뇨망막병증 혹은 당뇨병성 망막 부종 치료제로 허가를 받게 된다면, 다양한 난치성 안구 질환에 예방적 투여가 가능해진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또 기존 바이오 의약품에 비해 제조 단가가 월등히 저렴하고 투여 방법 면에서도 압도적인 편의성을 갖고 있기 때문에 많은 초기 환자에게 예방과 치료 가능성을 열어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이후 지속적으로 다양한 적응증을 확대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