얀센은 렉라자의 글로벌 판권을 사들여 자사의 표적항암제인 리브리반트와 병용요법에 대한 임상 시험을 진행 중이다.

유한양행(000100)이 개발한 폐암 신약 ‘렉라자(성분명 레이저티닙)’가 건강보험 급여 확대 적용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이 약과 병용 요법을 추진하는 글로벌 제약사 얀센 폐암 신약 ‘리브리반트(성분명 아미반타맙)’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렉라자는 자체적으로 승승장구하고 있지만 글로벌 파트너로 손잡고 병용 요법을 밀고 있는 얀센 치료제가 건강보험 급여 심사에서 번번이 쓴 잔을 마시고 있기 때문이다. 렉라자와 리브리반트 병용 요법이 미국에서 허가를 받더라도, 정작 국내에서는 쓰이기 어려운 것 아니냐는 얘기도 나온다.

12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얀센은 지난 8월 열린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암질환심의위원회에서 폐암 신약 ‘리브리반트’의 건보 적용이 불발된 데 따라 재신청을 검토하고 있다.

얀센은 EGFR(표피성장인자수용체) 엑손 20 삽입 변이가 있는 전이성 비소세포폐암 환자에 대한 2차 치료제로 건보 급여를 신청했다. 암질심에서 통과가 불발되면, 제약사는 심평원에 심사를 재신청하는 방식으로 재도전을 하게 된다.

암질심은 항암제 건보 급여의 첫 관문으로 통한다. 리브리반트가 작년 2월 식품의약품안전처 허가를 받은 것을 감안하면 1년 6개월 넘게 지체되는 셈이다. 3세대 폐암 치료제 후발주자인 렉라자가 같은 날 암질심을 통과해 이날 두 번째 관문인 약제급여평가위원회(약평위)까지 통과한 것과 대조적이다.

앞서 얀센은 리브리반트와 렉라자를 병용 투여한 임상 3상 결과 글로벌 표준 치료제인 아스트라제네카의 ‘타그리소’보다 더 효과적으로 나타났다고 발표했다. 두 약을 병용한 환자의 암 무진행 생존기간이 타그리소를 쓴 환자보다 길었다고 한다. 무진행 생존기간은 암이 악화되지 않고, 환자가 살아있는 기간으로, 항암제의 효과를 측정하는 대표적 지표다.

얀센은 임상 세부 결과를 오는 23일 유럽종양학회(ESMO)에서 발표할 예정이고, 시장에서는 내년 3분기부터 렉라자가 미국에서 쓰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문제는 두 약의 병용 요법의 효과가 타그리소는 물론 렉라자 단일 요법보다 훨씬 뛰어나더라도, 한국 환자들이 혜택을 보기 어려워지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의약계에서 나온다.

리브리반트와 렉라자는 서로 표적하는 타겟이 다른 3세대 항암제이기 때문에, 쓸 수 있는 환자들이 다르다. 리브리반트 단독 요법에 대한 건보 적용이 늦어지면, 병용 요법에 대한 건보 적용도 미뤄질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렉라자의 국내 판권은 유한양행에 있기 때문에, 병용요법 국내 약값도 얀센과 유한양행의 합의가 필요하다. 렉라자를 단일 요법으로 건보 급여를 받게 된 유한양행으로서도 급할 일이 없다. 유한양행은 얀센으로부터 추가 마일스톤과 한국 외 시장 판매에 따른 로열티를 받게 된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두 약물을 병용해서 써서 생존기간이 길어진다고 하더라도, 건보 재정 효과 측면에서 감내할 수 있을 수준인지는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얀센 관계자는 “리브리반트의 환자 접근성을 개선하려고 다방면으로 모색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