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제일제당과 우아한형제들이 투자한 싱가포르 생선살 배양육 연구개발(R&D) 스타트업인 시오크미트(Shiok Meats)가 인공 새우살 개발을 중단한 것으로 나타났다.
시오크미트는 지난 2019년 줄기세포로 배양한 새우살로 만든 만두 시판 행사를 기획해 큰 주목을 받으나 대량 생산에 발목이 걸렸다. 이 회사는 올해 초까지만 해도 CJ제일제당과 협력해 인공 새우살 즉석만두를 만들겠다고 밝혔던 터라 배양육 업계에는 충격이 크다.
◇창업자 “새우보다 쇠고기 배양육에 주력”
시오크미트 창업자인 산디아 스리람 박사는 지난 5월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배양 새우살 양산화 기술 개발 실패를 공식화하고, 붉은 육류를 먼저 상용화하겠다고 밝혔다. 시오크미트는 작년 쇠고기 대체육 개발 스타트업인 가이아푸드(Gaia Foods)를 인수했는데, 이 회사에서 쇠고기 배양육부터 개발하겠다는 것이다.
시오크미트는 싱가포르 카이 나 야 박사와 스리람 박사가 지난 2018년 8월 싱가포르에 설립한 스타트업이다. 지난 2019년 4월 세계 최초로 줄기세포 배양 새우살이 들어간 만두 시제품을 공개하며 주목을 받았다. 그 때 공개한 새우 만두 생산비는 5알에 1만 달러(1300만원)에 달했지만, 투자가 쏟아졌다. 일본의 알루미늄 캔 제조회사인 도요세이칸, 베트남 해산물 대기업인 빈호안이 시오크미트에 투자했다.
CJ제일제당과 우아한형제들이 시오크밋에 투자한 2021년도 시오크밋이 집중적으로 관심을 받던 시절이었다. 스리람 박사는 올해 초 타임지 인터뷰에서도“CJ제일제당 같은 식품업체와 협력해 새우만두를 제품화하겠다”고 밝혔다. 그로부터 6개월 후인 스리람 박사는 올해 7월 영국 비건 매체인 그린퀸과 인터뷰에서 “작년부터 해산물 배양육 개발이 예상보다 훨씬 오래 걸릴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털어놨다.
그는 “닭고기나 소고기 배양육 스타트업에 비해 훨씬 더 많은 기초 연구가 필요했다”며 “갑각류 배양육 기술을 생각만큼 빨리 상업화하거나 확장할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스리람 박사에 따르면 해산물, 특히 새우나 게, 가재 같은 갑각류의 줄기세포에 대한 연구가 거의 없다. 줄기세포 연구는 주로 사람의 질병 치료를 목적으로 이뤄졌다. 그러다보니 동물 연구도 사람과 비슷한 포유류에 집중됐다.
◇“갑각류 줄기세포 연구 거의 없어 한계”
새우의 줄기세포를 추출해서, 만두 몇 알을 만들 정도의 배양은 가능했지만, 대량 생산에는 한계에 부딪혔다. 당장 세포를 배양할 바이오리액터 장비를 구하는 것도 어려웠다. 배양육 시장이 주목을 받으면서 수십곳의 배양육 스타트업이 연구개발(R&D)에 필요한 소규모 세포배양기 구매 경쟁에 뛰어들었다.
우수한 연구 인력 확보도 쉽지 않았다. 시오크미트는 싱가포르에서 창업했는데, 이 곳은 현지인 채용 의무 규제가 있다. 이런 혼란한 과정에서 시오크미트 직원의 절반이 퇴사했다. 작년 연말 기준 시오크미트의 당기순익은 87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시오크미트에 투자한 것은 제품 개발의 목적이 아니라 단순 지분 투자였다”며 제품 공동 개발 가능성을 일축했다.
CJ제일제당은 지난 2021년 7월 시오크밋에 11억 3000만원을 투자했다. CJ제일제당은 식물성 인공 계란을 개발하는 미국 프랜터블 푸즈(Plantible Foods)에 11억 7100만원, 이듬해 3월 인도네시아 대체육 스타트업 그린 레벨(GREEN REBEL)에 13억 3500만원을 투자했지만, 이들 회사 경영 상황은 좋지 않다. 작년 연말 기준 플랜터블 푸즈는 106억 4500만원 적자, 그린레벨은 4억 900만원 적자를 기록했다.
시오크미트는 연구를 중단했지만, 실험실에서 세포 배양 방식으로 만든 인공 해산물에 대한 실험은 계속되고 있다. 배양 생선살을 개발하는 이스라엘 스테이크홀더푸드는 올해 싱가포르에서 세포 배양 방식의 능성어 인공 생선살에 대한 허가를 받아, 내년에는 제품을 출시할 계획이다. CJ제일제당도 자체적으로 대체육 개발에 나선 상태다. CJ제일제당은 지난해 11월 조직개편을 하고, 대체⋅배양육을 개발하는 푸드앤뉴트리션(FNT) 사업부문을 신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