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이달 5일부터 7675개의 복제약 약가 인하를 발표한 가운데 제약사 규모에 따라 반응이 엇갈리고 있다. 대형 제약사들은 정부가 제시한 약가 유지 조건을 맞출 경우 약가 인하로 발생하는 손실이 적은 반면 중소형 제약사들은 약가 유지 조건을 맞추지 못해 매출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부 중소제약사들은 정부를 상대로 소송불사까지 고려하고 있어 당분간 혼란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11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보건복지부가 이달 5일부터 제약사 179곳의 의약품 7675개 품목의 약가를 최대 28.6% 내리면서 제약사들의 반응이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다.
대형 제약사인 대웅제약(069620)과 유한양행(000100), 종근당(185750), 한미약품(128940), HK이노엔(195940)과 같이 처방실적이 상위 5위 안에 드는 제약사들은 약가 인하로 인한 연간 손실이 처방액 대비 1% 미만인 것으로 파악됐다. 5개사의 지난해 처방액 2조8560억원에 약가 인하율을 적용한 손실액은 99억원 정도에 그치고 있다.
한미약품은 지난해 8851억원으로, 지난해 가장 많은 처방실적을 기록했는데, 11개 제품의 약가가 인하돼 전체의 0.5% 수준인 43억원의 손실을 볼 것으로 추정된다. 대웅제약은 27개 품목의 약가가 내려 지난해(5076억원)의 0.3% 정도인 18억원 정도 처방액이 감소한다. 이외에도 작년 실적에 인하율을 대입했을 때 종근당 0.2%, 유한양행 0.4%, HK이노엔 0.2% 정도 감소한다.
반면 중소형 제약사의 사정은 다르다. 대부분 손실액 지난해 처방액의 10%를 넘어서면서 비상이 걸렸다. 한 중소형 제약사는 급여 등재된 의약품 총 44개 중 40개 품목의 약가가 인하돼 연간 처방액 14.1%에 해당하는 손실이 예상된다.
일부 중소형 제약사들은 정부를 상대로 소송에 들어갔다. 제약업계에 따르면 메디카코리아와 한국애보트, 에스에스팜, 엔비케이제약, 영일제약 5개 중소형 제약사들은 서울행정법원에 약가 인하 처분 취소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소송 과정에서 약가 인하 처분에 대한 잠정 집행정지가 결정됐고, 총 22개 품목의 약가 인하가 보류됐다.
복지부는 최고가 요건을 갖추지 못한 복제약에 대해 올해 2월 말까지 '생동성 시험 수행'과 '등록 원료의약품 사용' 자료를 제출하면 기존 약가를 유지하기로 했다. 하지만 중소형 제약사들은 이에 대한 준비가 충분치 못해 불가피하게 약가를 내려야한 처지에 놓인 것이다. 업계에선 자체 개발 의약품 비중이 높은 대형 제약사와 달리 위탁 복제약 비중이 높은 중소형 제약사들은 조건에 맞는 자료를 마련하는 게 어려웠던 것으로 보고 있다. 약가 인하까지 부여된 유예기간은 3년이었다.
장병원 한국제약바이오협회 부회장은 "작은 중소제약사들이 서류를 준비하다가 조금 늦거나, 기준을 잘못 알고 있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으로부터 제출한 자료를 인정받지 못하는 상황에 처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소송에 나선 제약사들 대부분 이름도 모를 만큼 영세한 회사고, 유예기간에 제대로 준비한 대형 제약사는 크게 타격받는 것이 없다고 파악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