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종양내과학회(KSMO) 연례학술대회가 7일 서울 광진구 워커힐호텔에서 국내외 종양학 연구자와 제약사 관계자들이 참여한 가운데 열렸다. 올해로 5회째를 맞은 이 학회는 국내에서 항암제를 판매하는 제약사들에게 '슈퍼 라이징 스타(유망주)' 시장으로 통한다. 수술이 아닌 약이나 주사로 암 치료를 하는 내과 전문의들이 모이는 학회이기 때문이다.
국내에서 암 환자에 대한 항암 치료가 주로 혈액종약학과와의 협진을 통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런 학회는 제약사들에게 가장 큰 홍보의 장이 된다. 글로벌 항암제 시장은 2020년 약 213조원(1640억 달러)에 이른다. 국내 항암제 시장의 규모는 지난 2021년 매출액 기준 2조4060억원으로 추산된다.
종양내과학회는 국내 학회 중에서도 역사가 짧은 편이다. 설립은 지난 2005년 됐지만, 대한의학회 정회원으로 가입한 것은 2018년으로 5년 남짓이다. 세계 3대 암학회중 하나인 미국 암학회(ASCO)가 1964년 설립된 것을 감안하면 신생 학회에 속한다. 하지만 성장세가 어마어마하다.
지난 2018년 첫 학술회의를 열었고, 코로나19 유행할 때에도 2022년까지 4년간 비대면으로 진행했다. 올해 전면 대면으로 열린 행사엔 참석자 2000명이 몰렸다. 첫 학술대회 참석자 1000여명의 2배 수준으로 몸집이 커진 셈이다. 이날 오전 10시쯤 현장등록을 하려는 사람들로 등록데스크가 북적인 것을 감안하면 참석자는 더 늘어날 수도 있다.
컨벤션장에 마련된 제약사 홍보 부스는 그랜드워커힐호텔과 비스타호텔을 연결하는 컨벤션 공간인 지하1~2층에 마련됐다. 부스 신청자가 많아서 전시장을 두 곳으로 분산했고, 빈 자리 없이 빼곡히 들어찼다. 보령, 머크(MSD), 노바티스, 로슈, 릴리, 화이자 같은 메인스폰서는 학술대회 강의장이 마련된 지하2층에, 유한양행(000100), 오노파마 등 서브스폰서 제약사들은 강의장을 연결하는 지하 1층에 부스를 마련했다.
메인 전시장에서는 보령과 로슈의 부스가 눈길을 끌었다. 보령은 1번 강의실로 들어가는 길목에 자리 잡았고, 로슈는 전시장으로 들어가는 입구에 자리잡았다. 보령은 국내 제약사 가운데 항암제 분야 시장점유 1위 기업이다. 작년 항암제 매출은 1600억 원을 기록했고, 올해 매출 2000억원을 목표로 한다. 로슈는 허셉틴, 아바스틴 등 항암 항체 치료제로 한국 항암제 시장에서 매출 1위를 기록하고 있다.
보령은 올해 3월 소세포폐암 도입 신약인 '젭젤카(성분명 러비넥테딘)'를 들여왔다. 보령 관계자는 "다른 학회와 비교해도 상당히 큰 규모이고, 참석자들도 많다"며 "간암, 유방암, 폐암으로 구분되는 것이 아니라, 모든 암종에 대한 연구를 하는 곳이다보니 파이프라인도 많고 항암제를 만드는 제약사들의 관심도 크다"고 말했다.
지하1층 전시장에서는 의사 고객을 사로잡으려는 제약사들이 커피부스를 마련해 무료로 제공했다. 유한양행이 비소세포폐암 신약인 '렉라자(성분명 레이저티닙)'로 부스를 마련했다. 유한양행이 KSMO에 부스를 만든 건 이번이 처음인데, 부스 크기는 릴리 머크와 함께 가장 컸다. 유한양행은 참석자들이 커피를 받아가는 '알짜'자리를 잡았다. 맞은 편에는 릴리가 자리했다. 유한양행 관계자는 "외국인 참석자들도 꽤 많다"고 설명했다.
호텔 로비에서 지하1~2층, 4층으로 분산된 행사장을 연결하는 에스컬레이터와 엘리베이터는 히잡을 쓴 갈색 피부의 의사들로 북적였다. 이날 학술대회에 연구논문을 투고한 발표자만 중국 인도를 포함해 31개국 537명에 이른다. 중국 발표가 175건으로 가장 많고, 한국 120건, 인도네시아 55건, 인도 50건, 필리핀 40건, 말레이시아 13건 순이었다.
종양내과학회 학술이사인 이세훈 삼성서울병원 혈액종양내과 교수는 "기초연구와 임상연구는 학자들이 분리해서 진행하는 경우가 많은데, 한국은 한 연구자가 두 분야를 섭렵해서 중개연구까지 한다"며 "학회에 참여한 해외 학자들이 놀라는 이유"라고 말했다.
세계 3대 학회로는 ASCO외에도 미국 암연구학회(AACR), 유럽종양학회(ESMO)가 꼽힌다. AACR이 기초연구에 집중한다면, ASCO는 임상연구를 주로 한다. 종양내과학회는 AACR과 ASCO를 결합한 형태라는 것이 학회 설명이다. ASCO의 부의장인 에버렛 보크(Everett Vokes) 미국 시카고대 메디컬 센터 교수는 "예상보다 큰 규모에 놀랐다"고 말했다. 보크 교수는 지난 2007년 첫 방문 이후 15년 만에 서울 땅을 밟았다. 보크 회장은 "과거와 비교해 도시 자체도 발전했지만, 의료의 발전도 놀랍다"고 말했다.
학회 스폰서 명단에서 렉라자의 가장 큰 경쟁자인 타그리소(성분명 오시머티닙)를 개발한 아스트라제네카는 빠졌다. 아스트라제네카가 다이이찌산쿄와 공동개발한 '엔허투'가 메인 전시장에 부스를 차렸지만, 엔허투의 국내 마케팅은 다이이찌산쿄가 전담하고 있기 때문에 아스트라제네카는 빠졌다고 보는 게 맞다는 것이 업계 설명이다. 자궁내막암 면역항암제인 젬퍼리를 개발한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는 스폰서 명단에서 빠졌다.